영화에 관한 잡담

SF문학의 거장, 필립 K. 딕 원작의 영화들

페니웨이™ 2011. 3.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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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가 개봉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해에 영화의 원작소설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의 작가 필립 K. 딕은 세상을 떠났다. 살아생전 48편의 장편소설과 100편 이상의 단편을 발표했지만 정작 그의 작품들은 그가 죽고 난 이후에서야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 소재로 떠올랐다. 이제 필립 K. 딕의 또다른 원작을 영화화한 [컨트롤러]의 개봉에 맞추어 이번 주말엔 그의 작품세계로 떠나보도록 하자.

 


두말 할 나위없이 딕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중 최고의 평가를 받는 걸작 SF컬트물. 개봉 당시 많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으나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탓에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데 실패해 오랫동안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어 왔다. 요즘처럼 CG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수작업으로 처리한 특수효과의 완성도가 오늘날의 수준에서도 결코 뒤쳐지지 않으며 화면 가득히 들어찬 정보량은 생각 이상으로 풍부하다. 해리슨 포드와 룻거 하우어의 불꽃튀는 연기대결이 압권이며, 수많은 매니아들 사이에 쏟아져 나온 존재론적 사유의 담론들이 영화 외적인 재미를 안겨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로보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폴 버호벤이 인기스타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기용해 만든 SF 블록버스터.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에 기초한 작품으로 기억을 이식하는 것이 상용화된 먼 미래에 한 평범한 남자가 기억을 심으려다 부작용이 일어나 자신의 머리에 이미 다른 기억이 이식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수수께끼의 집단에게 쫓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폴 버호벤 특유의 폭력적 해석이 특징이어서 영화 전반에 과도한 유혈과 폭력장면이 넘쳐나지만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시나리오 덕에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1990년 아카데미 시각효과부문 특별공헌상 수상작.

 


외계의 생명체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적군의 복제인간이라는 혐의를 받고 군 정보부에 쫓기게 된 과학자의 도주극을 그린 SF 스릴러. 스토리가 논리정연하고 스릴러 본연의 서스펜스가 잘 묻어나지만 우여곡절끝에 저예산으로 기획된 작품의 한계상 특수효과를 비롯한 작품 전반의 때깔이 그리 좋진 않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 편인데, 게리 시니즈와 매틀린 스토우 같은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며 특히 추격자 역할을 맡은 빈센트 도노프리오의 연기가 압권이다. 감독은 [키스 더 걸]의 게리 플래더.

 


헐리우드의 마이더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인기스타 톰 크루즈와 함께 완성시킨 작품. 범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이 각광을 받는 미래에 팀의 리더인 경관 스스로가 범죄자로 지목되면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줄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찾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두운 원작의 스토리를 스필버그식 해피엔딩으로 각색한 점이 옥의 티로 남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다. 연방수사국 요원으로 주인공의 뒤를 쫓는 추격자 역의 콜린 파렐이 본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A급 스탭과 배우들이 참여한 만큼 뛰어난 비주얼과 특수효과를 선보이는 영화다.

 


[토탈 리콜]과는 반대로 '기억의 삭제'를 다룬 SF 스릴러. 한 컴퓨터 과학자가 자신의 기억 중 일부를 지운 회사측의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로서 헐리우드에 건너가 동양인 감독으로는 드물게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온 오우삼 감독이 [윈드 토커]의 실패를 딛고 야심차게 준비했으나 대단히 실망스런 결과를 내놓고 말았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비둘기 등장씬의 억지스러움은 가뜩이나 조잡한 작품을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커리어의 하향곡선을 그리던 벤 애플렉의 연기도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며, 상대역인 우마 서먼도 마찬가지. 필립 K. 딕 원작 영화 중에서도 가장 못만든 축에 속한다.

 


단편소설 '제2의 변종'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크리스찬 듀과이 감독이 연출을 담당하고 [로보캅]의 피터 웰러가 주연을 맡은 B급 영화다. 시리우스 6B 행성에서 베리늄이라는 자원을 둘러싸고 지구 동맹군과의 전투를 위해 개발 회사측이 창조한 암살병기 '스크리머'의 변종을 둘러싼 스릴러물. 누가 어떤 형태의 스크리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주는 공포감이 서스펜스를 극대화 시키며 비록 B급 영화의 한계가 뚜렷하긴해도 영화적 완성도는 제법 높은 편이다. 속편인 [스크리머스 2]도 나왔으나 추천하진 않는다.

 

 

 


원작 '골드맨'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2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LA에 핵폭탄이 설치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FBI와 이에 협조하기로 한 주인공이 테러리스트를 색출하는 과정을 그렸지만 플롯이 너무 상투적인데다 반전에 지나친 무리수를 두어 원작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최근 들어 흥행력을 상실한 니콜라스 케이지의 모습도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형사 콜롬보]로 유명한 피터 포크가 간만에 주인공의 조력자로 잠깐 모습을 드러낸다.

 


기존의 필립 K. 딕 원작 영화들이 주로 SF 스릴러에 장르적 베이스를 둔 반면 이 작품은 판타지 드라마에 가깝다. 배우들의 모습을 유화풍의 그림으로 작업한 로토스코핑 기법의 애니메이션으로 키아누 리브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위노나 라이더 등 쟁쟁한 헐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실제 약물복용 경험이 있었던 작가 스스로의 자전적 경험에 의거한 내용으로서 마약 사범을 잡기 위해 위장 칩입한 경관이 '서브스탠스 D'에 중독되어 겪게되는 사건을 그렸다. 대단히 독특한 시도이지만 실험적 성향이 강한 작품으로 대중적 접근과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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