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보면 긴 시간이었습니다. 2007년 여름이 시작되기 전, 무료한 일상에 블로그라도 만들어 두면 좀 낫겠지 라는 생각에 영화 블로그를 개설한지도 어언 3년이 지났네요. 당시만해도 '익스트림 무비'나 '3M흥업', '네오이마주', '영화진흥공화국' 같은 꽤 굵직한 영화관련 팀블로그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전문가도 아닌 일개 영화팬으로서 이런 강자들 사이에서 블로그의 지명도를 키운다는 건 어지간해서는 힘든 일이었지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특화된 테마별 섹션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남들이 좀처럼 리뷰하지 않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이었죠. 바로 '괴작'이라 알려진, 혹은 알려지지 않는 작품들 말입니다. 사실 졸작과 괴작의 범주를 잡는 것이 관건이었지만 처음에는 그다지 큰 고민은 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생각해 둔 레퍼토리는 충분히 있었고 졸작이기엔 뭔가 뻘줌한 매력이 살아 숨쉬는 작품이라면 오케이다 싶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지금 돌이켜 보면 작품선정에 다소 경솔한 부분도 발견됩니다.
첫 작품인 [트랜스모퍼]로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반응은 그리 뜨겁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2,3회를 거듭할 수록 댓글의 수도 줄어드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어차피 알려지지 않은 블로그인데다가 상당수 연재물이 그렇듯 몇 번하고 말겠지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을거라고 생각한 분들도 있었을테구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아시다시피 제 블로그에서는 이른바 지나친 폭력이나 선정성이 두드러진 19금 작품들은 리뷰하지 않는다는 모종의 철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아무튼 이러한 원칙은 어찌보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못되는 무명 영화 블로거에게 있어서 심각한 핸디캡이죠. 이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블로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코너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괴작열전'이었던 겁니다.
개봉영화 리뷰가 없다해도 독자들을 반드시 찾게 만드는 요소, 그걸 만들어 나가기 위해 저는 '유머'를 택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닥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글로 표현할 때 만큼은 최대한 독자들이 편안하게 웃으며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컨셉을 잡아갔죠. 원래 제 리뷰는 반말체였습니다만 '괴작열전'만큼은 경어체로 작성한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는 글쓰기에 있어서 보다 유연해지게 되었지요. 괴작열전은 저에게 있어 일종의 실험적 글쓰기였지만 무척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괴작열전이 100회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아마 개인 블로거로서 특정 테마의 컬럼을 100회분까지 채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작품상으로는 총 88편의 작품을 다루었는데, 사실 앞으로 다루고 싶은 작품들은 한참 더 남았습니다. 문제는 괴작열전 코너를 계속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이것으로 연재를 종료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고전열전이나 속편열전에 보다 비중을 실어야 할 것인지 하는 점인데, 이건 독자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든 시기입니다. 육체적인거야 어쩔 수 없는 노화(?)현상이니 그렇다 치지만 정신적으로,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지쳐있습니다. 하늘에선 비가 내리지만 마음에서는 눈물이 흐릅니다. 그래서 100회의 1차적 목표달성을 이런 기분으로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공백이 길어지는 것도 방문객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100회분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군요.. 써놓고 나니 조금은 쓴 웃음이 납니다.
여튼 지금까지 괴작열전을 사랑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다음에 보다 좋은 내용의 컨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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