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터키 스타워즈 - 충격과 경악, 궁극의 괴작이 탄생하다

페니웨이™ 2010. 8. 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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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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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터키 여행을 하다보면 투어코스 가운데 눈에 띌만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카파도키아'라는 곳이죠. 터키의 중앙부에 위치한 이곳은 터키 여행에서 빼놓을수 없는 장소인데, 직경이 100Km가 넘는 기암괴석 등 대자연의 예술품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스타워즈] Ep.1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의 타투인 행성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되었지요.
갑자기 웬 여행 얘기냐고 반문하실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일부 장면을 터키에서 촬영했다는 건 대단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왜냐구요? 바로 다음 작품의 존재 때문입니다.

ⓒ Anit Film/ BijouFlix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음.....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세계를 구한 사나이' 정도로 해석이 가능한 이 영화의 원산지가 바로 터키인데요, 안타깝게도 이 작품은 원제인 'Dünyayı Kurtaran Adam' 으로 알려지기 보다는 다음의 제목으로 훨씬 더 유명세를 탄 영화입니다. "[터키 스타워즈 Turkish Star wars]". 터키와 [스타워즈]의 접점이 카파도키아뿐일거라고 생각했던 분들에게 있어서 [터키 스타워즈]는 안드로메다의 신세계로 여러분들을 안내해 줄 작품입니다.

지금까지 괴작열전을 통해 소개된 터키 영화들 중에는 [터키 슈퍼맨], [터키 스타트렉] 같은 괴악스러운 작품들이 있었지만 이들 작품이 최소한의 내러티브를 확보하고  도작에서 오는 관객들의 거부감을 만회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유머코드로 변주를 준것과는 달리 [터키 스타워즈]는 그러한 배려조차 없는, 그야말로 '진지하게' [스타워즈]를 베껴먹은 영화이기에 그 공포가 더욱 증폭되는 작품입니다.

자 그럼 깊게 심호흡을 하시고... [터키 스타워즈]의 내용 설명으로 들어갑니다.

[스타워즈] 'Ep 4. 새로운 희망'의 2.35:1 아나몰픽 필름을 좌우로 눌러서 4:3으로 변형된 화면비를 가진 필름과 NASA의 로켓발사 기록 필름을 짜깁기한 화면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다음과 같은 정신이 멍~해지는 나레이션이 시작됩니다. (보통 나레이션은 1분이면 족한데, 이 작품은 무려 5분여간의 장황한 썰을 풀어놓습니다. ㅡㅡ;;)


우주로 향한 인류의 첫항해는 달에 착륙하면서 열리게 되었고, 그로부터 우주세기가 시작되었다. 우주세기는 인류의 진보된 신기원이었다. 수천년간 인류는 이 길을 계속 걸었다. 우주세기가 지나자 인류는 마침내 은하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수천 수백년이 지나자 태양계의 시스템은 곧 은하계 시스템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문명과 역사는 과거속으로 사라졌고, 인류는 원시시대처럼 단순한 생활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영원한 삶을 얻기 위해 그들의 모든 힘을 쏟아냈다. 이 시기 지구의 각 나라들과 문명, 인류는 뿔뿔이 흩어지기 보다는 하나의 연합체 아래 구성되었다. 은하시대에서는 오직 하나의 문명과 부족만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지구는 핵무기의 위협등과 같은 인류멸망의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구는 수많은 위험들을 수년간 피해 왔으나 핵에 의해 지구가 파괴되는 것은 막지 못했다. 어쨌거나 여러 이유로 인해 지구는 여러조각으로 파괴되고 말았다. 조각난 지구의 일부는 운석이 되어 우주로 흩어졌다. 몇몇 행성에 살고 있던 인류는 그대로 생존해 있었다. 그렇지만 핵은 다시 그 힘을 모아들이고 있었다. 통치권을 뒤흔들고 보다 강해지기 위해 행복한 삶을 살던 세계를 파괴시키려는 정체불명의 강력한 존재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세계는 5억년전부터 은하시대 레이저 광선의 공격(?)에 의해 생긴 모래폭풍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적은 대체 누구인가? 도대체 어느 은하계에서 온 적인가? 모든 인류는 하나의 무기만을 가지고 이 위협에 대항했다. 그들은 인간의 두뇌와 강력한 의지력을 가지고 단단하게 무장했다......(헉헉헉... 중략)

이 미지의 적들을 찾아내고 처부수기 위해 두 명의 위대하고 가장 강력한 터키 전사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일어섰다. 몇몇 인류는 이 전쟁에 연루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류는 연합하여 이 전쟁에서 이길것을 다짐하게 되는데...



자 이렇게 뒤죽박죽 앞뒤가 맞지 않는 정신이 혼미한 나레이션이 지나가고 나면 벌써 감상에 임한 관객의 기력은 절반쯤 소진되고 맙니다.  이제 화면에는 하이바를 뒤집어 쓴 두 명의 터키인, 무랏과 알리(말하자면 루크 스카이워커와 한 솔로인 셈이죠)가 이끄는 타이파이터 부대가 악당들의 엑스윙 부대와 격돌하는 웃지못할 우주전쟁이 전개됩니다. (참고로 [스타워즈]에서 타이파이터는 제국군의 전투기이고 엑스윙은 반란군의 전투기죠. ㅡㅡ;;) 혼신의 힘을 다한 저항군의 반격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역부족으로 격추당해 모래혹성의 한복판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 Anit Film/ BijouFlix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배고픔과 갈증에 괴로워하던 두 사람은 이동 도중 원주민들을 습격하는 일련의 해골 바가지들을 만나 신나게 한바탕 주먹다짐을 한 뒤  원주민들의 환영을 받습니다. 그리고 무랏은 원주민 여성과 므흣한 시선을 주고 받으며 연애모드를 발동하지요. 이렇게 터키인 전사들이 뻘짓을 하고 있는 사이 지구인 출신으로서 무려 1000년 동안 살아왔노라고 주장하는 악의 대마왕은 이 별에 숨겨진 전설의 황금두뇌와 검을 찾아 두 사람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악당을 대적하기 위해 피땀나는 수련을 거듭하는 우리의 용사들... 과연 이들은 세상을 구할수 있을까요?

ⓒ Anit Film/ BijouFlix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뭐 워낙 정리가 안되는 이야기라 간단하게 소개하긴 했습니다만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건 이런 줄거리가 아니라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터키 스타워즈]는 영화 [스타워즈]의 필름을 무단으로 도용하고 있는데요, 그것도 아주 발편집으로 조각을 이어 붙여놓았지요. 게다가 줄기차게 흘러나오는 영화의 메인 테마는 무려 [레이더스]의 타이틀곡! 이것도 모자라 [플래시 고든]이나 [혹성탈출]의 테마곡도 아주 뻔뻔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쌈마이 코스튬을 한 두 명의 중년아저씨들이 말을 타고 삭막한 터키의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가운데 [레이더스]의 테마가 흘러나오는 광경을...

ⓒ Anit Film/ BijouFlix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황당함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작품에는 간혹 외계종족으로 보이는 괴물들이 툭툭 튀어나오는데 분장이라고 하는 것이 마치 세서미 스트리트의 쿠키 몬스터를 연상시키거나 화장실 휴지로 몸을 칭칭 감은 듯한 좀비들, 그리고 모여라 꿈동산 탈바가지를 뒤집어 쓴 듯한 조악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골병사들의 코스튬은 그냥 옷에다가 갈비뼈 모양의 스폰지를 붙여놓은거죠. ㅡㅡ;;;

ⓒ Anit Film/ BijouFlix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또한 터키인 제다이(?) 두 명이 수련을 하는 시퀀스는 실소가 절로 터져나오는데요,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시대배경에서 무슨 원시시대마냥 바위를 들었다 놨다 한다거나 큰 돌맹이 두개를 발에 묶고 뜀뛰기 연습을 하거나 맨손으로 철사장을 하고 바위를 내려치는 무지막지한 트레이닝을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 영화는 무려 러닝타임의 90%가 액션씬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여간 무자게 싸워댑니다.

ⓒ Anit Film/ BijouFlix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무엇보다 이 작품의 하일라이트는 이거에요. [스타워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광선검을 흉내내려 한 것인지 전설의 검을 찾은 주인공이 그 검을 휘두르며 악당들과 일전을 벌이는데, 마치 우드락이나 하드보드지를 번개모양으로 잘라 만든 허접한 소품이거든요. 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밀려옵니다. (나중엔 또 이걸 녹여서 무적의 건틀렛을 만듭니다. ㅡ_ㅡ)

ⓒ Anit Film/ BijouFlix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터키 스타워즈]가 공포스러운건 이러한 희극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너무나도 진지하다는 겁니다. 연기를 하는 배우들도 그렇고, 스탭들도 무척 진지하게 촬영에 임한거 같아요. (연출수준은 우뢰매급인데 잔혹도는 의외로 높습니다) 주인공 무랏 역의 쿠니트 앗킨은 무려 이 영화의 각본까지 쓰면서 의욕을 불사릅니다. 존재 자체가 괴인급인 그는 원래 의사 출신으로서 영화계로 전향한 이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출연작 260여편, 감독 26편, 각본 17편, 제작 5편의 무지막지한 내공을 보유한 만능 엔터테이너이기도 하지요. 헐...

한편 감독인 Çetin Inanç은 이후로도 [터키 죠스 Çöl (1983)], [터키 록키 Kara simsek (1985)], [터키 람보 Korkusuz (1986)] 등을 만들며 헐리우드 영화의 터키 현지화에 앞장서게 됩니다. 쿨럭.. 아무튼 7,80년대 터키 영화계가 헐리우드의 유명 작품을 고스란히 베끼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기는 했습니다만 [터키 스타워즈]만큼은 정말로.... 할말을 잃게 만드는 레전드급의 영화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악스런 사실은 24년 후인 2006년 이 영화의 속편이 만들어졌다는 거! 주연은 전작의 주연이었던 쿠니트 앗킨이니 참으로 감개무량했겠어요. ㅠㅠ

* [터키 스타워즈]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Anit Film/ BijouFlix Releasing.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Star Wars is a registered trademark of LucasFilm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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