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보편화 되면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현상들이 있다. 하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재야의 숨은 고수들이 높은 등용문턱을 넘지 않아도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컴퓨터로 보는 웹툰의 특성상 다양한 연출의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위의 두가지 특징은 고사 직전에 놓인 한국 만화계의 저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신인들이 대거 등장했고, 영화적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들부터 웹툰에 플래시나 음악 등을 결합해 멀티미디어의 특성을 활용한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기존 출판만화에선 볼 수 없었던 시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림이 썩 뛰어나지 않더라도 남다른 구성과 연출력만 있으면 웹툰 독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살인자ㅇ난감]은 이러한 웹툰 시대의 특장점을 십분 발휘한 작품이다. 작가가 이번 작품이 실패할 경우 펜을 놓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본 작품은 애초 디씨인사이드의 카툰 연재 겔러리에서 [꼬마비의 그림일기]로 활동하던 아마추어 작가 꼬마비(현재 닉네임을 노마비로 변경)가 개인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알려졌다. [살인자ㅇ난감]의 기본 장르는 스릴러. 프롤로그에서 이탕이라는 청년이 검사를 납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왜 이 청년은 검사를 납치했는가. 무엇이 이탕을 범죄자로 만들었는가.
ⓒ Nomabi. All rights reserved.
본격적인 연재로 들어가면서 [살인자ㅇ난감]은 프롤로그의 섬찟한 극화체를 벗어나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에 어울리지 않게 코믹체의 그림 스타일로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4컷 만화 형식의 에피소드를 조합해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엮어나가는 내러티브는 절로 감탄이 튀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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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우발적으로 살인자가 된 이탕과 이를 쫓는 시니컬한 수사관 장난감. 평범하고 별볼일 없는 청년이 점차 연쇄살인범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밝혀지는 피해자들의 죽어 마땅한 과거. 그리고 어수룩하지만 집요하게 이탕의 주변으로 접근해 가는 난감. 이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몰입도는 -단언컨데 4컷 만화에서 이런 서사구조가 나올 수 있다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상상 이상이다. 구성 자체가 기존에 보아오던 만화들과는 완전히 달라 신선도가 무척 높다. 단순한 흥미 위주가 아니라 사회문제를 절묘하게 비트는 내용 또한 훌륭하다. 요즘 말로 '돋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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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이라는 제목부터가 만만치가 않다. 이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살인장난감? 살인자 난감? 살인 영난감? 중의적 의미가 분명한 본 제목의 정확한 발음에 대해 작가는 '살인자 이응 난감'이라고 밝혔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150회가 넘는 연재가 진행된 시점에서 네이버 웹툰의 정식 연재가 결정되는 바람에 기존에 올라온 에피소드는 현재 모두 내려진 상태다. 다시 프롤로그부터 정식 연재가 들어가서 기존의 연재분까지 걸리게 될 시간은 약 4개월 남짓. 이미 본 작품을 접했던 독자들은 지루해 미칠 것 같은 시간이지만 처음 본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하루 하루가 연재를 기대하는 나날들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살인자ㅇ난감] 보러가기
* [살인자ㅇ난감]의 모든 일러스트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Nomabi.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본 작품의 일러스트는 작가에 의해 인용이 허가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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