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메이저 장르는 아니지만 산악영화는 꽤나 흥미로운 소재임에 틀림없다. 산악영화에 스탤론식 1인 액션극을 가미한 [클리프 행어]나 마틴 켐벨의 산악 블록버스터 [버티컬 리미트], 평이한 내용에 A급 스타가 출연하지 않음에도 국내에서 의외의 선전을 보여준 [K2]에 이르기까지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련의 산악물들은 각기 개성넘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어필해왔다. (생각만해도 아찔한 한국영화 [빙우]는 예외로 치자 ㅡㅡ;; )
1930년대, 난공불락의 등반코스인 아이거 북벽 등반에 도전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노스페이스] 역시 앞선 영화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산악영화다. 더욱이 [노스페이스]는 헐리우드가 아닌 독일영화라는 점에서도 조금 특색있는 연출방식을 보여주는데, 사실상 도입부나 전개과정에서 이렇다할 서스펜스나 갈등구조가 명확히 부각되지 않아 관객에 따라서는 기존의 산악영화들에 비해 훨씬 지루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 Lunaris Film.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노스페이스]의 초점은 인공적인 감동이나 오락적 재미에 맞춰져 있지 않다. 우선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굉장한 사실감이 느껴지는데, 핸드헬드 기법의 특장점이 충실히 반영된 일련의 클라이밍 시퀀스는 실화에 기초한 본 작품의 진지한 접근법을 실감케 한다. 보는것만으로도 손발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설경의 알프스 산맥을 비추는 화면과 더불어 작은 실수로 생명의 위협을 겪는 산악인들의 등반과정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어떤 의미로 보면 [노스페이스]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산악영화인 셈이다.
영화의 2/3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노스페이스]는 마침내 그 진가를 드러낸다. 관객들은 자신들이 보고 있는 이 영화가 최초로 아이거 북벽의 등반에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도전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지금껏 보아온 영화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안타까운 장면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자일에 몸을 내맡긴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이처럼 절박하게 표현한 작품은 없으니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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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는 모처럼 기교에 치중하지 않으면서 전형적인 내러티브를 탈피한 산악영화다. 눈요기만 강조되는 요즘의 영화들과는 달리 좀처럼 보기 드문 무게감을 지닌 작품이도 한데, 국위선양을 위해 자국의 청년들을 죽음의 아이거 북벽으로 내몰고, 이를 단순한 기삿감으로 여기는 언론의 얄팍함을 드러내는 1930년대 나치 치하의 상황에서 오늘날 대의라는 것을 위해 개인의 권리따윈 가볍게 짓밟는 어느나라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 같아 내심 마음이 개운치만은 않다.
* [노스페이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Lunaris Film.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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