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2009년이 지나기 전에 꼭 챙겨보아야 할 작품들

페니웨이™ 2009. 12. 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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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09년의 영화를 결산할 시기가 되었다. 작년만큼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좋은 작품들을 많이 건질 수 있었던 한 해. 올해에는 어떤 작품들이 가장 맘 속에 남게 되었는지 10편의 개봉작들을 손꼽아 보도록 하겠다. 리스트에 오른 작품들은 제작년도가 아닌 개봉일을 기점으로 2009년에 상영된 작품을 선정했으며,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해 리스트를 작성한 것이므로 착오없길 바란다.


 


천재집단 픽사의 무한도전.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의 영역에 발을 딛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증명한 [업]은 초반 10여분의 짧은 프롤로그 속에 웬만한 영화의 2시간을 모두 넣은 듯한 감동을 보여준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78세의 노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으로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대만족. 이제 픽사의 차기작이 [토이 스토리 3]라는 사실은 내년에 개봉할 CG 애니메이션들에게 있어서 악몽같은 소식일 듯.


 


작년만큼 치열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속편 블록버스터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나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 3파전을 이룬 나름대로의 빅매치였던 올 여름 시즌에서 가장 탁월한 작품이었다. 특히 [스타트렉]의 팬이 아니었음에도 기존 팬들의 향수와 새로운 관객들의 만족도를 모두 충족시킨 J.J. 애이브람스의 솜씨는 확실히 보통은 넘는다. 프리퀄이자 씨퀄인 오묘한 관계를 흥미진진한 플롯으로 엮어놓아 향후 새롭게 펼쳐질 [스타트렉]의 앞길에 청신호를 밝혔다.


 


야구치 시노부는 여전히 건재했다. 늘 탄산수처럼 톡쏘는 상큼한 코믹물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시노부 감독은 이번에도 전 연령층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착한영화를 들고 나와 모든 관객을 해피하게 만든다. 한창 주가를 높히고 있는 아야세 하루카를 비롯, 대부분의 출연진들이 대동소이한 비중을 가지고 극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고, 무엇보다 포복절도할 재치만점의 에피소드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하는 나름대로의 서스펜스를 잘 조합한 감독의 역량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거품경제의 영향력이 사라진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구세주로 손꼽히는 호소다 마모루의 감성 판타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이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님을 증명했다. 소녀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아는 감독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실사영화가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수 없는 이유를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 한해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독립영화.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극찬받은 작품이었지만 [해운대]를 비롯한 블록버스터 시즌에 최악의 개봉 타이밍을 잡는 바람에 관객으로부터 소외되었다. 집나간 아빠를 찾아나선 엄마 때문에 친척집을 전전하는 어린 두 자매의 일화를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로서 비전문 연기자인 두 아역배우의 실제같은 연기가 압권이며, 기존 상업영화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함이 이 영화의 놀라운 매력이자 장점이다.


 


미스테리물을 그럴 듯 하게 만드는 것이 헐리우드만은 아님을 증명한 작품.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드라마 [갈릴레오]의 인기를 바탕으로, 동일한 스탭과 캐스팅을 가져다가 극장판으로 확장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그러나 그런 영화 외적인 요소외에도 원작의 탄탄한 플롯을 [갈릴레오]의 특성에 맞게 각색하면서도 오히려 원작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이끌어낸 솜씨가 남다른 영화다. 특히 주인공 갈릴레오 역의 후쿠야마 마사하루을 압도하는 츠츠미 신이치의 명연기는 정말 대단하다. 기획력과 연기, 연출, 각본, 음악 등 거의 전부문에서 만점을 주고 싶은 올해 최고의 걸작 중 한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독립영화의 존재를 나라 전체에 알린 한국영화계 최대 이변의 주인공. 비주류 장르인 다큐멘터리인데다 비상업영화로 몇 개 되지 않는 개봉관에서 조용히 시작했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확대개봉해 200만 관객돌파라는, 아마도 이땅에서 두 번다시 일어나지 않을 기적을 이뤄낸 영화다. 한 노인과 소의 세월을 뛰어넘는 교감을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로 녹여낸 작품으로서 오히려 상업적 성과 이면에 감춰진 제작진들이 노력이 희석되어 버린 아쉬움을 남긴다.


 


브라이언 싱어의 본 바닥은 역시 스릴러다. [슈퍼맨 리턴즈]로 게운치 않은 성적표를 받았던 그가 톰 크루즈라는 탑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순탄치않은 제작과정의 여러 잡음때문에 많은 우려를 낳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 놓았다. 히틀러 암살의 실패라는, 역사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결말이 뻔한 줄거리를 가지고도 오로지 서스펜스의 힘만으로 2시간동안 관객들의 시선을 꽁꽁 묶어둘 수 있었던 건 역시나 드라마적 연출에 천재적 재능을 가진 싱어의 덕택이다. 남성적인 서스펜스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흥미진진한 영화로 비주얼적인 요소나 감정의 과잉없이도 2시간을 버틸 수 있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에반게리온: 파]야말로 올해 애니메이션계의 [다크 나이트]다. 비단 속편이라는 동일한 포맷이 아니더라도 기성 작품들의 보편적인 구성을 뒤흔드는 것마저도 비슷하다. 다만 매니아성이 짙은데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모호한 철학적 관념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드러나긴 해도 잘만든 작품이라는데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앞으로 2년여의 시간을, 그것도 국내 개봉이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다려야 한다니... 작품의 분위기보다도 그러한 현실이 더 암울하게 느껴진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제임스 카메론인데. [타이타닉] 이후 무려 12년만에 들고 나타난 이 신작은 기존 영화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거대한 영화다. 과연 스케일이 다르다는 건 이럴때 하는 말일까. CG의 과잉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CG가 아님'을 작품으로 보여줌으로 잡음을 한방에 없앤 카메론의 저력이 압도적이다. 하긴 [터미네이터 2]가 나왔을 때도 영화기술의 발전은 이 이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이었는데, 이번에도 동일한 중얼거림이 나오는걸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는 '영화계의 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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