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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남자가 있다. 젊은 남자와 노년의 신사. 젊은 남자는 뻔뻔스럽게도 당신의 아내와 사랑에 빠졌으니 이혼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당히 요구한다. 더 의아한건 노신사의 태도다. 당장 멱살을 잡고 싸대기를 후려쳐도 시원찮을 판인데 자신의 아내와 바람난 당사자를 앞에 놓고도 태연하게 집안 구석구석을 구경시켜주며 이야기를 건넨다. '내 집에 있는 보석을 훔쳐주지 않겠느냐'고. 과연 이 청년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 노신사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추적]은 영화 전체에 걸쳐 한 장소에 단지 세 명의 캐릭터만 등장하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작품이다. 연극이라면 그다지 생소하지는 않겠지만 90분의 러닝타임 가운데 세 인물만이 등장하는 영화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물론 [추적]의 원작은 앤서니 셰퍼의 희곡에 바탕을 둔 설정이기에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정말 돈이 없어 헝그리 정신으로 만든 초저예산 영화이거나, 아니면 철저히 검증된 배우의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영화이거나 둘 중 하나다. 당연하게도 [추적]은 두말할 필요없이 후자의 경우지만.

ⓒ BAXTER THEATRE. All rights reserved.

앤서니 셰퍼의 연극 'Sleuth'
 (Michael Richard and Michael Atkinson in Anthony Shaffer's Sleuth)


영화를 논하기에 앞서 몇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살펴보자면, (뭐 이미 여러 리뷰를 통해 퍼질대로 퍼진 사실인지라 새로울 것도 없다만) [추적]은 1972년에 제작된 [발자국]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이전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는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와 마이클 케인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리메이크작 [추적]에서는 마이클 케인 자신이 연기했던 마일로 틴들 역이 아닌 로렌스 올리비에의 앤드류 와이크 역을 맡았다. 상대역인 마일로 틴들은 주드 로가 맡게되었는데 마이클 케인과 주드로의 인연 또한 매우 흥미롭다.

ⓒ Palomar Pictures/Anchor Bay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로렌스 올리비에와 마이클 케인이 공연한 1972년작, [발자국]
 


[발자국]의 주연으로 캐스팅 될 당시 마이클 케인은 [알피]라는 영화를 통해 이제 막 스타반열에 진입한 신예였다. 훗날 리메이크 된 [나를 책임져, 알피]에서 알피 역에 캐스팅 된 배우가 바로 주드 로 였으며, 이로서 그는 마이클 케인이 맡았던 캐릭터를 두 번이나 재연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에 더해 마이클 케인이 [발자국]에서 로렌스 올리비에와 공연했듯, 주드 로는 [월드 오브 투모로우]를 통해 로렌스 올리비에와 한 작품에 출연했다. 물론 CG를 통해 부활한 올리비에 경이긴 했지만 말이다.

ⓒ Palomar Pictures/Anchor Bay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원제목에 가까운 [탐정]이란 타이틀로 개봉되었다.


그 밖에도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는 비슷한 점이 많다. 영화계의 스캔들 메이커였다는 점은 논외로 치더라도, 100여편이 넘는 왕성한 다작활동을 해온 마이클 케인처럼 주드 로의 필모그래피도 40편에 육박하는 결코 적지 않은 작품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동안 맡은 캐릭터의 다양성에 있어서도 주드 로는 마이클 케인에 뒤지지 않는다. 선한 역할에서부터 악역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맡은 캐릭터의 스팩트럼은 동시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월등히 다양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눈에 띄게 앞머리가 벗겨진 주드 로의 모습을 보면 젊은날의 마이클 케인이 연상되기까지 한다.

알게 모르게 공통점이 많은 이 두 사람이 [추적]이라는 영화를 통해 1:1의 맞대결을 펼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물론 원작의 리메이크라는 사실 때문에 이미 [발자국]을 접한 관객에게는 이 작품이 가진 반전과 복선의 짜릿함에 큰 흥미가 없을런지도 모르겠지만 9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 폐쇄된 공간속에서 극소수의 캐릭터만 등장하는 이 작품이 지루하지 않은 것도 신,구 세대의 성격파 배우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 Sony Pictures Classics/Castle Rock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물론 시나리오의 치밀함도 빼놓을 수는 없다. 전체적인 틀을 놓고 보면 [추적]은 [발자국]과 닮았으면서도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200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부조리극의 대가 해롤드 핀터가 각색을 맡아 보다 깊이있는 대사의 묘미를 살렸고, 군더더기를 제거해 긴장감의 밀도를 높혀 ([발자국]의 경우는 러닝타임이 무려 133분이나 된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공헌했다. (해롤드 핀터는 극중 TV속 화면에서 까메오로 등장한다)

또한 "또다른 오손 웰스이자 로렌스 올리비에"라 불리는 케네스 브레너는 감독과 주연을 겸하는 그의 스타일을 벗어나 오로지 연출에만 전념하면서 연극무대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그의 장기를 십분발휘했다. 상황과 대사 그리고 캐릭터만으로 플롯을 전개해 나가는 이 작품을 연극처럼 보이면서도 영화답게 만든 케네스 브레너의 매끄러운 연출력이 새삼 돋보인다.

ⓒ Sony Pictures Classics/Castle Rock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한가지는 두 배우의 연기가 모두 뛰어나기는 했지만 대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던 마이클 케인과는 달리 주드 로의 화면 장악력은 과거의 마이클 케인이나 현재의 마이클 케인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버거워 보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마이클 케인이 연기한 앤드류 와이크는 완벽한 캐릭터로 거듭났고, 영화 전반에 걸쳐서 (그리고 내용면에서도) 주드 로의 마일로 틴들을 압도하고 있다. 물론 [다크 나이트]에서 조연에 불과한 알프레드를 자신의 캐릭터로 완전히 동화시킨 마이클 케인의 내공을 고려하면 주드 로의 호연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해야하나.

아울러 영화의 중반부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채 끈을 놓아 버리는 듯한 '열린 결말'의 급작스런 마무리는 영락없는 옥의 티로서 웰메이드 심리극의 영리한 반전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나 원작의 아우라를 넘어서려던 제작진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리메이크라는 이름하에 전작의 명성에 먹칠하는 작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는 요즘, [추적]은 나름 성공적인 리메이크임과 동시에 배우들의 호연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 [추적]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ony Pictures Classics/Castle Rock Entertainment.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연극 'Sleuth'(ⓒ BAXTER THEATRE. All rights reserved.),발자국(ⓒ Palomar Pictures/Anchor Bay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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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별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피> 오리지날 스틸컷 보고 주드 로가 젊은 시절의 마이클 케인이랑 무진장 닮아서 놀랬었죠.
    그나저나 그러고보니 알프레드 연기한 노인장들은 둘 다 이름이 [마이클].

    2008.11.26 15:08
  2.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 명만 나오는 영화... 배우들... 내용도 흥미롭고 땡기긴 하는데
    결말이 좀 부족하다니 "봐야겠다"는 생각은 확 안 드는군요.
    뭐 보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볼까말까 한 게으른 인생인데... 크

    2008.11.26 16:50 신고
  3. 스파이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둥......난 자꾸 알프레드 생각나 ㅠㅠ 도저히 매치 안되요 ㅠㅠ

    2008.11.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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