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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하루를 겪어본 적이 있는가? 아침부터 지각해서 택시를 타려하니 택시는 안잡혀, 부랴부랴 출근했더니 여기저기서 사고가 뻥뻥터지고, 하는 일 마다 도무지 수습이 되지 않는 이상한 날, 이런 날은 몸을 사리고 집에서 조용히 쉬는게 상책인데, 직장생활을 하는 셀러리맨이라면 그게 또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최악의 날을 경험해 봤을거라 생각된다.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참새들의 합창]은 바로 이렇게 최악의 날을 경험한 가장의 이야기다. 도심부 테헤란을 벗어난 외곽 지역에서 가난한 서민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카림(모하마드 아미르 나지 분). 타조 사육장의 직원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는 그는 아이들이 우물가에 놀러갔다가 청각장애를 가진 딸아이의 보청기를 물에 빠뜨렸다는 소식을 접한다.

허겁지겁 보청기를 찾아냈지만 이미 물에 젖은 보청기는 고장이 난 상태. 가난한 형편에 새 보청기를 사기엔 너무나도 빠듯하건만 설상가상으로 한눈을 판 사이 타조 한 마리가 탈출하는 바람에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다. 이제 시험을 앞둔 딸의 보청기를 장만해 줘야 하는 카림의 눈물겨운 가족 부양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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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jid Majidi Film Production.


국내에도 개봉한 바 있는 [천국의 아이들]에서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통해 징한 감동을 선사했던 마지디 감독은 이 영화에서 때묻지 않은 도시외곽의 한 가장을 통해 이란의 가난한 서민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다. 이 두 영화사이에는 두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두 영화 모두 가난한 서민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통해 삶에서의 올바른 가치관을 되새기게 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참새들의 합창]은 일종의 성장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특이한 점은 그러한 성장극의 초점이 아이들보다는 어른인 카림에게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검소하면서도 단조로운 삶을 살던 카림이 우연히 테헤란에 발을 디딘 후 돈버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은 꽤나 설득력있게 그려졌다. 비교적 단시간에 중진국 반열에 끼어든 국내의 경제성장과도 묘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인지 이런 카림의 모습은 마치 우리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소위 '돈맛'을 알게 되면서 악착같은 구두쇠로 변해가는 카림에게 있어 진정한 행복은 무엇이었는지를 관객에게 되묻는다. 물론 너무나도 도식적이고 공식화된 질문이기에 진부할 순 있겠지만 마지디 감독 특유의 허무주의적인 결말의 하일라이트가 아련한 여운과 함께 좋은 사색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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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jid Majidi Film Production.


내러티브의 전개, 표현력,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등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매우 뛰어나다. 투박하면서도 여린 마음의 카림을 연기하는 모하마드 아미르 나지의 열연은 웬만한 헐리우드의 명배우들 못지 않은 뛰어난 몰입도를 보여준다.(그는 2008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조연이지만 순박한 눈망울로 관객들에게 흐뭇한 웃음을 안기는 아이들의 사랑스런 매력도 관람 포인트. 영화를 보는 내내 모두가 다시 가난했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건 내가 뭔가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일까.

* [참새들의 합창]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ajid Majidi Film Productio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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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닐승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0대 남성들의 어린 시절 로망 '히메나 샘'이 나오시던 '천사들의 합창'이랑 잠시 헷갈렸더랬슴다 ㅋ

    2010.05.18 11:25
  2.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도 인류 보편적인 인권이라는 면에서 무척이나 취약한 국가에서
    '소박한 감동' 컨셉으로 잘빠진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과거 90년대 초반 중국의 뉴웨이브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치적인 의문을
    던지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제가 너무 비뚤어진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_-;
    과거처럼 '그저 감동만으로' 이런 영화를 대하기가 참 힘들어졌어요...(서글프군요)

    2010.05.18 13:13
  3.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더 송 오브 스페로우라는 제목으로 상영됐던 영화군요.

    영화 자체는 시간이 안 맞아 포기했었는데...

    붉은비/그런 국가들에서 이런 컨셉의 영화가 나오는 이유는 일단 그동네 검열이 아주 미치게 무섭고, 실제로 이런 영화만이 그 검열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그래도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독한 말을 어느정도 유화해서 하는 편입니다.(그 덕택에 지금 옥고를 치루고 계시죠...)

    2010.05.18 17:01
  4. 마장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두 제목만 보구 천사들의 합창을 패러디한 괴작열전 인 줄 알았습니다 .. 서두에 언급하신 그런 날 .. 하필 또 그날이 생일이거나 돌아가신 부모님 기일이라도 된다면 사상 최악이죠 .. 왠지 주인공의 표정만 봐도 서글픈 느낌이 드네요 ..

    2010.05.18 20:21
  5.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는 극장 수 확보도 어렵고..
    중요한 것은 보는 관객들도 너무 없다는 것이 ㅠㅠ
    에궁 요즘은 가끔 생각드는 것이...
    이대로 몇년만 흐르면 작은 영화 보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2010.05.18 21:15
  6.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번 보고 싶기는 한데 극장까지 가서 챙겨보기에는 제가 너무 게으르네요. 크
    나중에 유료 다운로드 같은 걸로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10.05.19 11:09 신고
  7. 하얀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보려고 했는데 가까운 영화관에서 5월 5일 단 하루 개봉한 것도 모르고 5월 6일에 갔다가 쓴맛 보고 돌아왔더렜죠. ㅠㅠ 언제 한번 봐야겠네요.

    2010.05.22 09: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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