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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세계

영화에 관한 잡담 2008. 9. 5. 09:55 Posted by 페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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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의 열풍이 거세다. 이미 북미지역은 개봉 18일만에 수익 4억달러를 돌파하는 맹공을 펼치고 있으며, IMDB의 관객평점 1위자리도 여전히 건재하다. 여름철 블록버스터, 그것도 만화원작을 바탕으로 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이정도의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는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다크 나이트]의 표면에는 조커 역을 맡은 히스 레저의 열연이 자리잡고 있는게 사실이다. 일단 그의 예상치 못한 죽음 자체가 팬들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충격이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는 과연 그것 뿐일까? 그렇지 않다. 따지고 보면 [다크 나이트]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히스 레저나 크리스천 베일 같은 배우들이 아니다. 일개 슈퍼히어로 물을 범죄 스릴러의 장르영화로 승화시킨 연출가 크리스토퍼 놀란이야말로 [다크 나이트]의 진정한 히어로다.

이번 시간에는 현재의 [다크 나이트]를 있게 한 장본인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들을 통해 그의 천재적 연출력을 되짚어보도록 하겠다.


 

    미행 (1998)  


미행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1998 / 영국)
출연 제레미 테오발트, 루시 러셀, 존 놀란, 폴 메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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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없는 백수가 다른 사람의 뒤를 쫒는 미행놀이를 심심풀이로 하다가 미행 대상자에게 들키고 난 뒤 걷잡을 수 없는 범죄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는 미스테리 스릴러다. 1930년대 흑백 느와르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장편 데뷔작. 물론 장편이라기엔 조금 모자란 70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 1년의 촬영기간과 단돈 6백만원이 소요된 초저예산 작품이다.

놀란은 [미행]을 통해 시간의 순서를 뒤바꾼 매우 인상적인 편집을 보여주었으며 이같은 편집의 묘미는 차기작 [메멘토]에서 보다 '완벽한' 형태로 등장한다. 허를 찌르는 반전과 과거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듯한 복고풍 스타일의 연출 기법이 도저히 신인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재현된 작품으로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메멘토 (2000)  


메멘토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0 / 미국)
출연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조 판톨리아노, 마크 분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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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에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름을 알린 화제작. 단기기억상실증이란 특이한 질병을 가진 한 남자가 아내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시간의 역순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짧은 기억력 때문에 결정적인 단서를 몸에 문신으로 새기는 주인공의 기괴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작 [미행]의 수익금을 탈탈 털어 단 25일만에 촬영을 완료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단지 편집의 순서를 바꾸고 시간의 역순배치라는 역발상 만으로 단순한 플롯의 스릴러를 엄청난 반전의 충격으로 몰아넣은 작품으로서 각종 선댄스 영화제의 극찬을 받고 아카데미 각본상의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었지만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LA 컨피덴셜]의 가이 피어스가 복수를 불태우는 주인공 역을 맡았으며, [매트릭스]의 여전사 캐리 앤 모스가 팜므파탈적인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반전 영화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인썸니아 (2002)  


인썸니아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2 / 미국)
출연 알 파치노, 로빈 윌리엄스, 힐러리 스웽크, 모라 티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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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로 성공적인 헐리우드 데뷔를 마친 놀란 감독이 관심을 보인 작품은 '어떤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 것이었다. 노르웨이 감독 에릭 스코졸드재르그(Erik Skjoldbjaerg)의 1997년작, [인썸니아]가 바로 그것. 이 작품은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불면증에 걸린 형사가 실수로 동료 형사를 쏴 죽이고 그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가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묘한 상황을 다룬 심리 스릴러로서 놀란은 자신이 가장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메멘토]로 유명세를 탄 놀란 감독은 무려 5천만 달러짜리 메이저 영화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게 되었고 이에 더해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엄스를 비롯, 2차례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힐러리 스웽크까지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인썸니아]는 단지 리메이크 차원을 넘어선 영화로 인정받았으며 특히 불면증 환자의 피로감을 실감나게 표현한 알 파치노와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로빈 윌리엄스의 팽팽한 연기대결이 압권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중의적이고 함축적 의미를 전달하는 영화의 메시지도 여러 평론가들에 있어서 극찬을 받았다.


 

    배트맨 비긴즈 (2005)  


배트맨 비긴즈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5 / 미국)
출연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리암 니슨, 케이티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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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와 [인썸니아]. 헐리우드가 놀란을 기억하는 건 단 두 편의 영화였다. 그것도 오락물과는 거리가 먼 작가주의적인 성향의 스릴러 작품으로서 말이다. 따라서 워너 브라더스의 대표적인 프렌차이즈 '배트맨'시리즈의 부활 프로젝트에 놀란이 기용된건 의외의 소식이었다.

물론 전작인 [배트맨 포에버]나 [배트맨과 로빈]의 실패로 꺼져가는 배트맨의 인기에 새생명을 불어넣기란 이제 고작 몇편 안되는 영화를 찍었던 영국출신의 신인감독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또한 [배트맨 비긴즈]는 그 어느 [배트맨] 영화보다도 막대한 물량이 투입되었으며, 등장하는 유명 배우들의 이름만해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초대형 작품이었다. (원래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를 저예산 영화로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크리스천 베일이 관심을 보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놀란은 맡은 일을 해냈다. 다분히 팀 버튼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배트맨]의 영향력에서 한발짝 더 나아갔으며, 팬들은 사실주의적인 노선으로 돌아온 배트맨의 새로운 모습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로서 놀란의 연출력은 단지 스릴러 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프레스티지 (2006)  


프레스티지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6 / 영국, 미국)
출연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파이퍼 페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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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의 성공 후, 놀란은 속편의 제작에 들어가기에 앞서 [메멘토]때부터 생각해 두었던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원작소설에 관심을 나타냈다. 서로의 마술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위험한 대결을 벌인다는 이 이야기는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천 베일, 마이클 케인이 다시한번 놀란과 호흡을 맞추었으며, 여기에 스타급 배우 휴 잭맨과 스칼렛 요한슨이 참여해 기대감을 높혔다. [배트맨 비긴즈]로 대형 프랜차이즈의 부담감에 심한 피로를 느낀 놀란이 다시금 4천만 달러의 저예산(?)급으로 머릴 식히며 만든 작품.

[프레스티지]는 두 마술사의 애증과 복수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복수극이다. 끝으로 다가갈수록 두 사람을 파멸로 몰고간 마술의 비법에 관심을 모으지만 사실 이와같은 반전 스타일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트릭을 알아채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프레스티지]는 놀란 감독의 반전 강박증을 조급하게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으나, 전체적인 완성도나 흥미도는 동시기에 비슷한 주제로 개봉한 [일루셔니스트]보다 나은 편.

평론가들 역시 승승장구하는 놀란의 경력에 흠을 내고 싶지 않았는지, 호평으로 일관했다. 다소 작위적인 결말부분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스릴러물이다.


 

    다크 나이트 (2008)  


다크 나이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08 / 미국)
출연 크리스찬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마이클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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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배트맨 비긴즈]이후 3년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속편. '배트맨'관련 영화중 유일하게 '배트맨'이란 이름을 제목에 뺀 작품으로서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한 이번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현재 [스타워즈]를 제치고 역대 흥행순위 2위에 올랐으며, 상승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헐리우드 진출후 고작 5편만에 21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아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진가가 발휘되었다.
슈퍼히어로라는 기본적인 틀안에 범죄 느와르의 요소와 스릴러를 접목시켜 '제대로 진지한' 배트맨을 탄생시켰다. 다크 나이트의 의미를 알리며 마무리하는 엔딩의 충격은 가히 전율을 일으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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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선가 보니 가이 피어스가 놀란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 같더군요.
    다음 작품에선 저도 좀... 안될까요...? 분위기... ㅋ

    2008.09.05 10:16
  2.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행' 빼 놓고는 다 아는 영화들인데...
    배트맨 두 편 말고는 하나도 안 본 영화들이군요. -_-;;
    어쨌거나, 다크나이트가 겨우 여섯 번째 영화라니 믿어지지 않네요.
    미행 이후 딱 10년만, 마흔도 안 된 나이에 이 정도 작품을
    만들어낸 걸 보면 정말 '천재'라는 말 밖에는...
    배트맨 후속작은 물론이고 다른 좋은 작품도 많이 만들어주길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

    2008.09.05 10:3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감독, 자기 철학이 정말 분명한 사람입니다. 제작진의 농간에 말려들지 않는 배짱과 영화의 완성도를 책임질 능력이 고루 갖춰진 인재죠.

      2008.09.05 10:41 신고
  3. 모르는사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이렇게 한 번에 정리가 되어 있으니 좋네요. 특히 미행이란 영화는 한 번 찾아서 보고 싶다능. 놀란 감독의 놀라운 작품들. 페니웨이 님은 놀란 감독의 어떤 영화가 가장 인상 깊었는지 궁금하네요.

    2008.09.05 12:35
  4. 바구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놀란 감독의 3분짜리 단편 영화인 '두들버그'도 재미있습니다.
    트랙백 걸어놓고 가요.^^

    2008.09.05 13:20
  5. 두팩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메멘토가 처음이었는데,
    아직도 그 엔딩은 잊을 수가 없네요.진짜 뭔가가 뒤통수를 친듯한 기분...
    정말 이런 감독이 있나하고 말이죠. 각본도 잘 쓰고 연출도 이렇게 잘해도 되는겁니까!ㅋ

    2008.09.05 14:06
  6. N+gin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행은 저도 오늘 첨 알았네요;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2008.09.05 15:52
  7. 리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멘토가 25일만에 촬영완료라는게 충격이네요. @.@;

    2008.09.05 19:26
  8.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감독의 대표자면서 진짜 연영과 학생들에겐 롤모델이죠.

    제 인생의 목표점이신 분이기도 합니다.

    2008.09.06 00:12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천용희님께서 한국의 놀란 감독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때되면 싸인해주실거죠?

      2008.09.06 09:17 신고
    •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양반이 대단한 것은 정작 자신은 런던 칼리지 영문과 출신...

      놀란 감독의 영화들은 특이하기도 하지만, 다들 "재미있잖아요".
      천용희님도 좋은 감독이 되어 "재미있는" 영화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2008.09.06 11:29
  9. tam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다시 돌이켜보니 다른말이 필요없이 '천재'이군요. 단순히 어려운척, 철학적인척 고민만 파고드는게 아니라 치고빠지는 연출력과 그 치열한 고민들을 극적 재미로 승화시키는 재능이 정말 탁월한 감독인것 같네요. 다크나이트 이전엔 메멘토랑 인썸니아를 좋아했었어요ㅎ

    2008.09.06 02:31
  10. popp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년사이에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놀란감독의 천재성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편집의 묘미를 기가막히게 잘 살려 이용하는 점이 특히나 제가 놀란감독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아직 <다크 나이트>를 상영하고 있는데 말씀하신것처럼 엔딩에서 조명을 켤때마다 그 웅장함에 아직도 온 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수없이 보고, 듣고 했는데 말이죠~

    2008.09.06 16:27
  11. 술취한당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블로이드 등에서 놀란 감독 주위사람들이 인터뷰한거 보면 한성격 하는듯... 유명한 배우나 제작자들도 못 말릴 정도라니
    그런 근성으로 보란듯이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 를 완성해 버렸으니

    2008.09.06 23:18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번에 에론 애크하트와의 인터뷰를 보니, 투페이스가 XX된거 맞냐고 물어보니까 (장난이겠지만) 귀찮게 뭘라 자꾸묻냐는 식으로 말했더군요 ^^;;;

      사실 짐 카메론도 그렇고 완벽주의자들은 한성깔하는가 봅니다. 스탠리 큐브릭도 정말 괴팍했다죠.

      2008.09.07 21:37 신고
  12.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양반... 암만 생각해도 조커 그 자체입니다.

    영문과 출신이 갑자기 등장해서 히트를 치는 모습이나...
    완벽한 설계를 해내고 그것을 집행해내는 능력이나...
    엄청난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지배하는 능력이나...

    제발 혼란만을 위해 몸바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2008.09.07 18:43
  13.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행을 제외한다면 모든 영화를 보았군요. 거기다가 dvd까지 몽당 수집! 사실 수집 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나 모으게 되었죠. 미행이라...구해봐야겠군요.

    2008.09.07 22:00
  14. taisnl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트맨 시리즈'는 제 취향이 아니라서 큰 감흥은 없었지만
    <메멘토>나 <프레스티지>는 강력추천할만한 영화로 손꼽히네요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님은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감독님 중 한 분이라는 ㅋ
    영화적 천재인 듯^^

    2009.02.01 23: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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