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08년의 본격적인 블록버스터 시즌이 포문을 열었다. 볼 영화가 없어 지루하기 짝이 없던 극장가가 서서히 헐리우드 대작들의 열기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올해는 유독 슈퍼히어로를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가 대거 포진중인데 그 첫 번째 주자로 존 파브루 감독의 [아이언맨]이 개봉했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선 캐릭터이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마블 코믹스의 간판 캐릭터로서 인지도가 높은 [아이언맨]은 그간 제작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관으로 연기를 거듭한 터라 팬들의 기대치도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태다. 전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주연배우와 감독의 한국 방문이라는 흔치않은 이벤트도 성사된 바, [아이언맨]에 대한 영화팬들의 느낌은 과연 어떠할 것인가?
1.아이언맨이란? |
'아이언맨'은 미국 슈퍼히어로들의 창시자이자 아버지인 스탠 리가 1963년 "Tales of Suspense"에 공개한 캐릭터다. 당시 스탠 리는 여자를 밝히는 부유한 사업가가 히어로로 거듭난다는 스토리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들어맞는 인물이 영화계뿐만 아니라 사업가이자 발명가, 모험가로도 알려졌던 괴인, 하워드 휴즈였다. 이는 휴즈 자신의 여성편력도 그렇지만, 그 유명세에 비해 사생활이 신비스런 면이 있다는 점에서 스탠 리가 구상한 캐릭터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 (극중 토니 스타크의 부친 이름은 하워드 스타크다)
ⓒ 1963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아이언맨'이 달랐던 점은, 그가 '슈퍼맨'과 같은 초능력자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었는데, 이는 단지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 처럼 일반이라는 점뿐만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결함을 가진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는 한때 알콜중독에 빠지는가 하면 조울증, 그리고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실로 불완전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훗날 마블 슈퍼히어로가 집대성 된 'Civil War'에서 토니 스타크는 엄청난 살육전의 중심에 서게 된다.
2.실사화의 어려움 |
[아이언맨]의 실사화 시도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전부터 기획되어 왔다. 1990년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아이언맨]의 실사화를 처음으로 계획하게 되는데, 이때 감독으로 거론되었던 사람이 호러무비의 거장 스튜어트 고든으로서 이 당시 [아이언맨]은 저예산 영화로 기획된 작품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예산 아이언맨'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1996년 폭스사에서 영화화의 판권을 유니버셜로부터 인수했고, 이듬해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으로 고려되기도 했다. 1998년, 톰 크루즈가 이 영화의 제작을 맡고 주연을 하는데 관심을 나타냈는데, 영화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시나리오 작가 제프 빈타와 스탠 리는 영화화를 위한 스크립트에 착수했고 1999년, 천재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실사판 [아이언맨]의 각본, 감독을 겸임해 이 프로젝트에 첫발을 디뎠다.
ⓒ Marvel Enterprises/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이 계획은 진척이 없었고, 결국 판권은 뉴라인 시네마로 팔리게 된다. 시나리오는 다시 세 명의 작가에 의해 전면 재구성되었고, 이때 고려된 설정은 스탠 리의 또다른 창조물 닉 퓨리(S.H.I.E.L.D의 에이전트)를 같이 등장시키는 계획이었다. 2001년 원작의 열렬한 팬인 조스 웨든이 뉴라인 측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았고 마침내 [아이언맨]은 뭔가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 주: '닉 퓨리'는 이미 1998년 데이빗 하셀호프 주연의 TV영화로 만들어 졌는데 이때 각본을 담당한 사람은 데이빗 S. 고이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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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또다시 지연된 이 프로젝트는 2004년에 2006년을 개봉목표로 하고 닉 카사베츠 감독을 전격 기용, 영화화에 착수했으나 2년이 지나도록 별 성과가 없자 마침내 뉴라인 시네마는 판권을 마블 측에 넘기고 만다. 마침내 2006년, 자사의 캐릭터 판권을 손에 넣은 마블 스튜디오는 존 파브루 감독과 계약을 하게 되는데, 사실 파브루는 그 당시 또다른 슈퍼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감독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존 파브루가 [아이언맨]에 합류하기를 강력히 희망한 바람에 결국 그렇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임자였던 닉 카사베츠는 존 파브루가 고사한 [캡틴 아메리카]의 감독으로 선임되어 2009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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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감독과 각본가, 영화사를 전전한 끝에 완성된 [아이언맨]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관객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셈이다.
3.각색 |
[아이언맨]의 원작은 당시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의 여파로 인해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베트콩들에 납치되어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프로토 타입의 아이언맨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설정이었다. 이후 '아이언맨'은 미국의 군수사업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이라는 중요한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실사판 [아이언맨]은 최근 세계의 정황에 맞추어 중동지역의 게릴라들에게 납치되는 것으로 각색되었다.
이후의 전개과정은 원작을 약간씩 변형시키는 선에서 원작과의 적절한 합의점을 찾은 듯 하다. 토니 스타크의 주적인 오바다이아 스테인은 원작에서 적대적 M&A로 스타크의 회사를 집어 삼키는 인물이지만 영화판에서는 토니의 부친과 함께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창업한 인물이며, 토니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인물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의 야심만큼은 원작과 유사하며 후에 '아이언 몽거'(이 이름은 영화상에서 한번도 언급되지는 않는다)의 제작을 위해 아이언맨의 설계도를 입수해 자신이 직접 아이언 몽거가 되는 과정은 원작과 흡사한 플롯을 지녔다. ⓒ Marvel Enterprises/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원래는 원작에서 아이언맨의 가장 강력한 숙적인 '만다린' (이 역할에는 한국배우 하정우에게 제의가 들어왔었다)이 등장할 계획이었으나 존 파브루 감독의 사실주의적인 노선에 의해 아이언 몽거가 선택된 것도 극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훌륭한 혜안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 주: 2007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인빈서블 아이언맨]에서는 아이언맨의 탄생의 배경과 주적을 만다린으로 설정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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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루 감독은 [아이언맨]이 여러 작품들의 특징을 한데 모은 영화로 만들길 원했는데, 이를테면 [슈퍼맨]을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스타일로 만든 작품, 여기에 '톰 클랜시' 소설의 느낌과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넣고, 그리고 [로보캅]과 [배트맨 비긴즈]를 뒤섞은 작품을 계획했다. 결과적으로 영화판 [아이언맨]은 원작의 팬이나 영화팬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4.훌륭한 캐스팅 |
[아이언맨]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토니 스타크 역의 로버트 다우니 Jr. 다. 한때 약물과용으로 배우인생의 위기를 맞이했던 그가 재기에 성공해 다시금 블록버스터의 주연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원작에서의 토니 스타크가 오바다이아의 계략으로 인해 알콜 중독자가 되었다가 정신을 차리는 것과 상당부분 유사하다. 이미 [채플린] 등을 통해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준 그는 이번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환상적인 연기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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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더해 노련한 연기력으로 오랜 세월 인지도를 쌓아왔던 제프 프리지스,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기네스 펠트로우, [브레이브 원], [어웨이크] 등 최근들어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흑인배우 테렌스 하워드 등 정극 배우들이 이런 블록버스터에 합류한 것도 영화의 완성도에 확실히 기여하고 있는 중요한 캐스팅이다. 모두가 원작의 캐릭터에 버금가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것.
5.놀라운 특수효과 |
역시 슈퍼히어로물의 영화화에 있어 최대의 걸림돌은 특수효과다. 사실 처음의 [아이언맨]이 저예산으로 책정될 수밖에 없었던것도 특수효과가 만들어낼 기술의 한계 때문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거의 20년이나 흐른 지금에 와서 실로 구현할 수 없는게 없을 정도로 대단한 화면의 경이를 [아이언맨]에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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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 타입에서 마크2, 마크3로 변모해가는 아이언맨 수트의 실험과정이나 (재벌인 토니 스타크의 작업실 풍경은 그야말로 후덜덜한 첨단 테크놀로지의 결정체다) 아이언 몽거와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은 그간 여느 히어로물에서 보여준 액션보다 탁월한 진풍경을 선사한다. 아이언 몽거와의 대결씬에서 왠지 모르게 [로보캅]의 느낌을 받았다면 이는 감독이 의도했던 바가 제대로 전달되었다는 증거다. 물론 그 표현의 사실성은 (이미 구닥다리가 되어 버린) [로보캅]과는 비교불허다. 다만 아이언 몽거와의 대결이 생각보다 짧다는 것이 좀 아쉬울 따름이다.
6.고뇌하는 영웅 |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이래, 고뇌하는 영웅이라는 테마는 팀 버튼의 [배트맨]이나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서도 꾸준히 계승되어 온 설정이다. 이번 [아이언맨]도 그 점에 있어서 다를 것이 없는데, 세상의 모든 것 (부와 여자, 그리고 천재성까지..)을 거머쥔 탓에 모든 면에서 자신만만한 인물이지만 납치사건을 통해 자신의 무기로 인해 자신이 보호한다고 여겼던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킨다는 점을 깨닫고 군수사업에 회의를 느끼며 스스로 히어로의 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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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작품이 아이언맨의 탄생과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영웅의 활약상이 크게 부각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느껴진다. 만약 속편(이는 거의 기정사실인듯)이 나온다면 본격적인 아이언맨의 활약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갑부 특유의 여유만만함에서 나오는 유머감각도 다른 히어로와는 다소 다른 매력을 풍긴다.
7.총평 |
[아이언맨]은 올해 첫 번째 모습을 선보인 슈퍼히어로로서 부족함이 전혀 없는 작품이다. 특히나 작년 '빅3' 중 하나로서 큰 관심을 모았던 [스파이더맨 3]의 밋밋함과 비교하자면 훨씬 더 그럴 듯 하며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물론 눈요기 뿐만이 아니라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가 가진 캐릭터의 매력 또한 [아이언맨]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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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속편이 언제쯤 나올런지는 모르겠으나, 관객들은 토니 스타크를 보기 위해 기약없는 세월을 보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곧이어 개봉될 루이스 르테리어 감독의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토니 스타크는 다시 한번 크로스 오버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며 놀랍게도 로버트 다우니 Jr.가 동일한 배역으로 등장한다! '헐크'와 '아이언맨'의 만남이라는 또 하나의 빅 이벤트를 기대하자.
참고: 2008/02/14 - [Coming Soon] - 2008년을 강타할 슈퍼히어로들
* [아이언맨]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arvel Enterprises/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Tales of Suspense (ⓒ 1963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Nick Fury, Agent of S.H.I.E.L.D.(ⓒ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Captain America (ⓒ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Madarin from Iron Man (ⓒ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Hulk & Iron Man (ⓒ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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