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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 - 과욕이 망친 속편의 오류

페니웨이™ 2007. 8. 1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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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디젤이 [트리플 엑스]로 블록버스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전에 배우로서의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영화가 한편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에일리언 2020]이다. 주로 잘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를 감독했던 데이빗 토히가 만든 이 작품은 개봉당시 평론가들의 혹평속에 그럭저럭 쓸 만한 흥행기록을 가진 것 외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영화였다. 그러나 비디오 출시 후 컬트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돌아 숨겨진 저예산 SF의 걸작으로 빛을 발하게 된 이 작품은 드디어 1억달러짜리 대작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져 대작급 속편으로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잘 만든 저예산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작 [피치 블랙 (에일리언 2020]


전편의 개봉당시 리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강한 매력을 느꼈던 제작사는 리딕이 죽는 결말 대신 그가 죽음의 혹성을 탈출하여 속편에 대한 가능성을 남겨놓길 원했는데, 실제로 리딕역의 빈 디젤이 [분노의 질주] ,[트리플 엑스]의 연이은 성공으로  그 주가가 급상승했으니, 제작사의 안목은 탁월했던 셈이다. 이제 저예산영화의 후속작인 이 대형액션물은 인기스타 빈 디젤과 더불어 [미션 임파서블 2]의 탠디 뉴튼, 오스카 수상자인 주디 덴치, [반지의 제왕]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칼 어번 등 호화캐스팅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럼 그 결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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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리딕.  터미네이터에 아놀드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듯, 빈 디젤에게 적역인 캐릭터이다


전편에서 괴물들의 혹성을 탈출한지 5년 뒤.. 얼음혹성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은둔하던 리딕은 갑작스럽게 현상금 사냥꾼에게 쫓기게 된다. 위기를 넘긴 리딕(빈 디젤 분)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는 단 한명, 전편에서의 생존자 이맘(키이스 데이빗 분)을 추궁하기 위해 찾아가지만 그가 리딕을 은둔생활에서 불러낸 이유는 헬리온 행성을 지배하려는 '네트로몬거'라는 종족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종교로 개종하기를 거부하는 행성의 문명을 모두 말살시켜버린 후, 정복의 상징으로 죽음의 조각상들을 곳곳에 남겨놓는 악명높은 종족이었다. 헬리온 행성의 원주민인 엘리멘탈 족의 지도자, 애리온 (주디 덴치 분)은 네크로몬거의 천적인 퓨리온 족의 유일한 후예라고 믿고있는 리딕만이 자신들의 희망임을 알린다.


한편, 리딕은 전편의 생존자 잭이 한 행성의 지하형무소에 갇혀있다는 이맘의 말을 듣고,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자진해서 현상범 사냥꾼에게 사로 잡힌다. 지하감옥에서 재회한 잭은 키라(알렉사 다바로스 분)라는 이름으로 혹독한 감옥생활을 생존해 나가고 있었다. 리딕을 동경하면서도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리딕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퓨리온 족을 두려워 하는 네크로몬거의 지도자 마셜(콤 포어 분)이 파견한 군사들에 의해 키라를 빼앗긴다. 이제 리딕은 자신이 원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네크로몬거와의 전투를 해야 할 입장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독고다이로 네크로몬거의 본부에 침입해 마셜과 1:1의 대결을 벌이는데...

전작의 팬들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신선함을 기대하게 했고 , 더욱이 주연인 빈 디젤의 이름값만큼이나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자국인 미국에서조차 문자그대로 실패하고 말았다. 평론가들은 일제히 이 영화에 대해 야유를 보냈고 극장을 찾은 관객조차 영화를 외면했으며, 전편에 열광했던 팬들조차 고개를 저었다. 특히 국내에선 이 영화가 단지 빈 디젤이 새로찍은 영화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던 관객이 대다수였을 것인데, 제작사의 홍보또한 신통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 Starbreeze Studios/Tigon Studios/Vivendi Gam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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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퀄 게임으로 출시되어 호평받은 '리딕의 연대기: 부쳐 베이'와 애니메이션 프리퀄 [다크 퓨어리]


이 영화는 엄연히 "속편"임을 우선 잊지 말아야 한다.. 전편은 [에일리언 2020]이라는 극악의 국내개봉명에서 알 수 있듯, 다분히 SF호러적인 요소를 담고 있었다. 분명히 말하자면 액션영화로 분류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다. 사실 전작에서 원안대로 리딕을 죽이지 않고 대신 프라이를 죽게만든 엔딩을 개봉하고서 분명 제작진들은 이 리딕이라는 선과악의 경계에 있는 묘한 케릭터의 매력을 잘 알았을 것이다. 나중에 써먹으면 돈 좀 벌겠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리딕의 연대기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연출의 긴장감이라던가 설정상의 신선함을 모두 배제한채, 오로지 리딕이라는 인물의 영웅적인 활약상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아니, 더 정직하게 말해서 리딕이 아니라 빈 디젤을 부각시키는 셈이 됐다. 전작에서의 리딕이 그렇게 요란뻑적지근한 액션을 선보이는 인물이었던가? 절대 아니다.

하긴 어깨를 탈골시켜서 탈출을 감행하는 괴력의 소유자라는 것 정도는 보여줬지만 리딕의 연대기에서 그는 마치 트리플엑스의 빈 디젤을 연상시키는 현란한 몸동작의 고난도 액션으로 화면을 수 놓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서 이 영화는 전작의 신선함을 기대하고 찾아온 관객들과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다. 속편이라는 녀석이 장르자체를 탈바꿈시켰는데 이 어찌 당혹스럽지 않겠는가? 감독은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읽어내는데 실패한 듯 하다.

덩치만 키운다고해서 될 문제가 아닌것을 , 그의 전작에서는 충분히 저예산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음을 깨달았을텐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있어 처음 주어진 1억달러짜리 프로젝트는 이렇게 어정쩡한 결과물을 만들고 말았다 .

주디 덴치를 비롯한 유망한 배우들의 역할도 빈 디젤의 원맨쇼에 의해 빛을 잃고 말았다. 조연들의 역할이나 존재감이 너무 미미해서 이름값을 못했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영화는 그 정도로 못봐줄만한 것일까?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지만 그정도는 아니다.

비록 설정상의 빈틈이 곳곳에 있긴하고 전편과 이번 작품을 연결하는 에니메이션 [다크 퓨어리]를 보지 않고는 이해하지 못할 몇가지 상황들에 대한 불친절한 설명들이 불만이긴해도, 전반적인 영화상의 흐름은 기존의 액션영화와 비교해서 크게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 리딕이라는 인물은 빈 디젤이 아니고서는 소화해 낼 수 없는 느끼함과 기묘함, 터프함을 가진 케릭터라 연기에 있어서는 썩 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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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감독은 이 영화를 스타워즈 정도의 서사적인 대작반열에 올릴만한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던 듯 하다. 그걸 영화내내 강하게 느낄수가 있는데, 심지어 영화 마지막에 가서도 '이 영화 속편 나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작품자체가 실패했기 때문에 3편의 제작이 매우 불투명해졌지만 말이다.

사실 필자는 이 영화가 [피치블랙]의 뒷이야기(씨퀄)가 아닌 프리퀄이 될 줄 알았다. 알고보니 게임으로 출시된 [리딕의 연대기]가 프리퀄이었다. 게임은 영화와는 달리 만점에 가까운 극찬을 받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영화를 프리퀄로 제작해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편의 생존자 잭이 이름을 키라로 바꾼것처럼 영화의 장르적 성격이나 저예산영화를 블록버스터를 탈바꿈시킨 감독의 의욕이 빛을 잃었지만 그래도 전편에 대한 예우로서 봐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사견이다.


*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Universal Studio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참고 스틸 :에이리언 2020(© Universal Studios. All rights reserved.), 리딕의 연대기 게임(© Starbreeze Studios/Tigon Studios/Vivendi Games. All rights reserved.), 다크 퓨어리(©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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