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라고 불리는 영화들 가운데 유독 전쟁영화가 많은 이유는 그만큼 전쟁이라는 참상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점, 그리고 장르적 특성상 스케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작급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머나먼 다리], [지상 최대의 작전], [패튼 대전차군단] 같은 고전들에 더해 [라이언일병 구하기]나 [블랙호크 다운], [아버지의 깃발]같은 최근 영화에 이르기까지 전쟁영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져 왔고 앞으로도 제작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수없이 많은 전쟁영화의 홍수들 중에서 우리의 기억 너머로 사라진 영화들은 얼마나 될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정리를 좀 해 봤더니 의외로 많았다. 여건상 모든 영화를 다 소개할 순 없지만 그 중에서도 제법 지명도가 높을만 한대도 기억에서 잊혀졌던 영화들, 그중에서도 1980년대 이전의 고전 영화들에서 10편을 뽑아 소개하고자 한다. 선별하다보니 한국전을 소재한 영화들이 많았고, 제법 희귀한 자료들이니 눈여겨 보시기 바란다. 순위는 제작연도순으로 정했다.
1.원한의 도곡리 다리 (The Bridges At Toko-Ri,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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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미치너(James Michener)의 원작을 영화화한 공군 영화로 한국전쟁당시 도곡리 철교를 폭격하는 작전을 둘러싼 주인공 조종사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윌리엄 홀덴과 그레이스 켈리 등 유명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무엇보다도 도곡리 상공에서 벌이는 공중전투와 폭격씬의 놀라운 촬영으로 인해 그 해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도 아직까지 기억하는 팬들이 있으며, DVD로도 출시된 상태.
2.헬 인 코리아 (A Hell In Korea, 1956) |
ⓒ Wessex Film Productions Ltd. All rights reserved.
역시 한국전을 소재로 다룬 영화. 특이점으로는 전쟁영화로서는 드물게 여성감독인 줄리안 에이미스 (Julian Amyes)가 연출을 한 작품이며, 주연인 조지 베이커나 해리 엔드루스 보다도 단역으로 등장했던 마이클 케인, 로버트 쇼 등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007 여왕폐하 대작전]의 피터 R. 헌트가 편집을 맡았으며 한국전 당시 유엔군 수색대와 중공군의 전투를 그렸다.
3.로스트 코맨드 (Lost Command, 19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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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전 당시 전우로 싸웠던 프랑스 외인 부대원들이 알제리의 내전에서 적군이 되어 전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명배우 안소니 퀸과 조지 시걸, 알랭 들롱,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등 미국과 유럽의 인기배우들이 총출동했으며, 국내에는 [라스페기]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4.공군 대전략 (Battle Of Britain, 19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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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8월에 유럽 전역에서 승승장구하던 히틀러가 영국본토 침공을 위해 대규모의 공군병력을 투입, 재공권을 장악하려는 계략에 맞선 영국공군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3배가 넘는 나치의 전력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영국군의 전략적 기지가 엿보인다.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를 중심으로 크리스토퍼 플러머, 마이클 케인, 로버트 쇼, 슈잔나 요크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총출동하며, 007시리즈로 명성을 알린 가이 해밀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5.라스트 부루맨 (March Or Die, 19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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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로스트 코맨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외인부대를 소재로 다룬 작품. 당시 [내 이름은 튜니티] 등 코믹한 마카로니 웨스턴의 주연으로 알려졌던 테렌스 힐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으며, 진 해크만, 까뜨린느 드뇌브, 막스 폰 시도우, 이안 홈 등 쟁쟁한 출연진을 갖췃으며, 최근 가장 잘나가는 제작자로 알려진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담당했다. 음악은[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으로 유명한 모리스 자르. 마지막 20분간의 전투장면이 압권이다.
6.맥아더 (MacArthur, 19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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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뛰어난 명장 중 하나인 더글라스 맥아더의 전기적 영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인 그레고리 팩이 맥아더 역을 맡았지만 정작 연출력이 부실해 큰 각광을 받지 못했다. [죠스4]의 막장연출까지 보여준 조셉 서전트 감독이 연출을 맡은게 가장 큰 단점. 그러나 그레고리 팩은 그의 영화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실제 맥아더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7.에스케이프 아테네 (Escape To Athena, 1979) |
ⓒ Incorporated Television /Company (ITC) Pimlico Films. All rights reserved.
로저 무어, 텔리 사바라스, 데이빗 니븐,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엘리어트 굴드, 윌리엄 홀덴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이루어진 B급 스타일의 전쟁 액션물. 2차세계대전 당시의 그리스를 무대로 크레타 섬의 전설속에 내려온 유물을 차지하려는 독일군에 맞서 포로 수용소내의 연합국 군인들과 크레타인 레지스탕스가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내용이 그다지 깊지 않고, 오락물의 가까운 성격을 띄고 있지만 유명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깊은 작품. 감독은 후에 [람보2], [코브라] 등을 연출했던 오락영화의 대가 조지 P. 코스마토스.
8.인천 (Inchon, 19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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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영화중의 하나가 바로 [인천]이다. 제작기간 5년, 제작비는 4410만으로 당시로선 엄청난 규모의 대작이었으나 영화 평론가들이 일제히 등을 돌린 졸작으로 알려져있다. 감독은 007 시리즈의 주역 테렌스 영 감독이며,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 오마 사리프, 제클린 비셋, 한국배우 남궁원 등 대단한 캐스팅을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 영화의 필름은 커녕 어떠한 정보도 제대로 접하기 힘들다. 100% 통일교의 자금으로 지원된 작품이지만, 지상최대의 괴작으로 남게 되었다.
9.아벤고 공수공단 (1982) |
ⓒ ㈜우진필림 All rights reserved.
제21회 대종상 안보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지만 정작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양동작전에 희생되는 아벤고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영화로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신일룡, 남궁원, 정윤희, 윤양하, 남포동 등 당시 한국 영화계의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한 것도 특징.
10.승리의 전쟁 (Heartbreak Ridge, 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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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유명한 격전지였던 '단장(斷腸)의 능선'을 타이틀로 내세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주연의 전쟁 드라마. 일생을 전쟁에 바쳤던 한 육군 중사가 해병대 교관으로 부임해 반항적인 부대원들을 개과천선시킨다는 내용으로, 전쟁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학원(學園)물 같은 색체가 짙다. 한국전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영화 초반에 보여지는 등 한국전에 대한 묘사가 꽤 있으나 정작 이스트우드 감독의 작품 중에선 국내에 가장 덜 알려진 작품 중의 하나.
이상의 작품들 중에 몇편이나 기억하시는가? 의외로 거장들의 손에 유명배우들의 출연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할 것이다. 물론 영화가 졸작이어서 잊혀진 경우도 있겠으나, 어찌된 일인지 작품성에 비해 덜 알려진 작품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았는가? 이미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작품들이지만 관심이 있으시다면 국외 사이트 등을 통해 DVD로 접할 수 있는지 알아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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