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연작 No.8
잠수함 영화 중 상업적인 가치와 더불어 작품성을 내세운 작품으로서 선구자(先驅者)적인 위치에 있는 작품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특전 유보트]를 꼽는 게 사실이다. 요즘처럼 특수효과가 발달되지 않은 시기에 비헐리우드 영화가 보여준 [특전 유보트]의 완성도는 그만큼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 Bavaria Film/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사실, 이미 헐리우드에선 잠수함을 소재로 한 대형 오락물을 소재로 다룬적이 있었다. 그것이 지금 소개할 [상과 하 (원제: The Enemy Below)]다. 이 작품은 1957년에 제작된 영화로서 [특전 유보트]에 비해 무려 24년이나 앞선 작품이다. 비록 [상과 하]는 [특전 유보트]만큼의 영화사적 위치를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1957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의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상과 하]의 주된 플롯은 미국 구축함의 함장과 독일군 유보트 함장 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이다. 미군 함장역엔 명배우 로버트 미첨이, 독일군 함장은 커트 유르겐스가 각각 등장하여 영화속 두뇌싸움만큼이나 멋진 연기대결을 펼친다. 물론 플롯 자체가 그리 복잡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 작품은 전쟁에서의 적과 아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반전메시지를 담은 것이 매우 큰 특징이다.
ⓒ 20th Century Fox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미군 함장인 머렐(로버트 미첨 분)은 그다지 전쟁에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단지 나라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입대했고, 어쩔 수 없이 이기기 위해 적을 공격한다. 마찬가지로 독일군인 스톨베르크 함장(커트 유르겐스 분)도 2차세계대전의 명분없는 싸움에 회의를 가진 인물이다. 이들은 서로 싸우는 입장이지만 서로에 대한 증오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놀랍게도 [상과 하]는 전쟁영화임에도 전사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과 하]는 '고양이와 쥐 놀이'처럼 도망가는 독일 유보트와 쫓아가는 미군함의 서스펜스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아마도 [상과 하]가 [특전 유보트]만큼의 대작급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오락적 재미에 너무 큰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전쟁영화의 모습은 하고 있으나 승무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일종의 게임을 하듯 상황을 즐기는 캐릭터의 비현실성이 나름 설득력을 떨어뜨리는건 사실이다.
ⓒ 20th Century Fox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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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닌, 무승부에 가까운 싸움의 결말과 적군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라스트 씬에서 싸나이들의 진정한 로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상과 하]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오히려 '결론은 미국만세' 임을 보여주었던 [U-571]보다도 훨씬 진보적인 테마를 다루었다고나 할까.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했던 2차세계대전을 단순히 감상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단점도 없진 않지만 가끔은 이런 이상주의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 [상과 하]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20th Century Fox Home Entertainment.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특전 유보트(ⓒ Bavaria Film/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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