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중에 최규석이라는 신인 만화가가 그린 단편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기억하는 분이 있는가? 김수정의 빅 히트작 [아기공룡 둘리]에 바치는 오마주이긴 해도, 태생이 명랑만화였던 원작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비극적인 구성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던 작품이다. 경제란의 여파로 생활자체가 살벌한 전쟁터가 되어 버린 현실을 반영해서인지 더욱 소름끼치게 와닿았던 것일까.
ⓒ 최규석/ 길찾기 All rights reserved.
[브이]역시 앞서 소개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와 비슷한 맥락을 지닌 작품이다. 바로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를 모티브로 한 팬픽션인 것이다. 애초에 제피가루라는 신인작가가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공모전에 4회분량의 단편극으로 선보였던 것을 (주)로보트 태권브이가 그 참신함을 인정하여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와 마찬가지로 [브이]는 이미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명예퇴직의 위기에 몰린 태권브이의 조종사 김훈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영희는 김훈의 아내가 되어 극성스런 아줌마가 되었고, 하나뿐인 딸 정이는 취업준비에 골몰하는 대학 졸업반이다. 누가봐도 평범하다못해 중년의 위기를 겪는 가장으로서의 삶을 사는 김훈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잊혀져왔던 태권브이에 탑승하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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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브이]는 단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왜 태권브이가 잊혀졌는가? 과거에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가?'와 같은 미스테리적 구성을 광주항쟁 사건 당시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와 연결시키는가 하면, 암울한 현대사를 조명하면서 현재까지도 되풀이되는 권위주의적 권력에 대한 강한 비판을 가한다. [로보트 태권브이]의 동일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세월의 흐름과 현대적 상황에 걸맞게 적당히 리모델링하였고, 무엇보다 아동 취향적인 테마를 버리고 현실적인 이야기 전개를 택한것도 무척 인상적이다. 현재 연재가 막바지에 접어든 것 같으나 이미 강한 반전이 한번 있었고, 아마도 그러한 반전은 그냥 단순한 호기심에서 [브이]를 접한 독자들에겐 신선한 충격이 되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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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의 퀄리티는 프로급의 솜씨라고는 볼 수 없으나 제법 정성을 들였으며, 스토리의 전개와 플롯부분을 섬세하게 다듬으려고 노력한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미 외국의 경우는 팬픽션 문화가 인정받아, 때로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어 원작에 버금가는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있는걸 보면 국내에도 이같은 팬픽션이 자리잡아서 문화적 컨텐츠를 더욱 확장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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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스틸: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길찾기 All rights reserved.)
로보트태권 브이 세트 - 전5권 - 양우석 지음, 김태건 그림/문학세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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