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한 이발소에서 사람들이 밀려있어 대기중에 집어든 한권의 만화책, 그것은 '만화에도 이런 연출이 가능한가?'하는 경이로움을 불러 일으켰다. 그 만화책의 제목은 [몬스터]. 고질라급 괴수들이 한바탕 레슬링을 벌일 것 같은 제목이지만 정작 내용은 '괴물'같은 인간성을 지닌 살인마를 추적하는 미스테리 스릴러 물이다.
출세지향적인 삶과 의사로서의 본분 사이에 갈등하다 결국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유망 외과의 텐마. 머리에 총상을 입은채 응급실에 실려온 요한이란 소년을 구한 대신, 그는 직장에서의 지위와 약혼자, 그리고 의사로서의 출세길을 잃어 버리고 만다. ⓒ 小學館 / ㈜서울문화사 .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좌절은 한순간이었던가. 어느새 주변에서 자신을 압박하던 부패한 동료들과 병원장이 수수께끼의 독살사건으로 살해되고, 코마상태였던 요한은 쌍둥이 여동생 안나와 함께 사라진다. 아이러니 하게도 절망가운데 허우적대던 텐마는 순식간에 잃었던 모든 것을 되찾는다.
이러한 기쁨도 잠시, 세월이 흘러 발생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세간을 뒤숭숭하게 만들때 그 배후에는 텐마 자신이 모든 것을 버려가며 구한 요한이 있었다! 의사로서의 사명감으로 구한 것이 악마와 다름없는 존재였다는 죄책감에 텐마는 스스로 요한과의 결착을 위해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요한의 뒤를 쫒는다. ⓒ 小學館 / ㈜서울문화사 . All rights reserved.
[몬스터]의 매력은 도망자 텐마의 인간적 고뇌와 살인마 요한의 악마적 카리스마에 있다. 선과 악이 뚜렷이 대비되는 이들 캐릭터는 한치의 양보없는 존재감을 작품 전체에 드리우고 있는데, 이 두명의 주인공 외에도 요한의 동생 안나와 텐마를 끈질기게 뒤쫓는 랑게 경부, 텐마의 약혼녀 에바 등 조주연급의 캐릭터 역시 매우 생동감있고 개성있게 그려졌다.
한편의 영화를 보듯 잘 짜여진 플롯과 절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서스펜스의 조합은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전매특허로서, [20세기 소년]과 [플루토]등 후속으로 발표한 독창적인 스릴러 연작을 통해 꾸준히 입증되고 있다.
이 작품은 후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총 74화의 분량으로 완결되었으며, 작화나 각색에 있어서 원작을 거의 훼손하지 않은 대신 다소 루즈한 진행으로 원작의 긴장감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浦沢 直樹 / 小学館 / NTV / VAP All rights reserved.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같은 탐정만화가 일본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적은 있으나, 헐리우드 영화를 방불케하는 순수한 서스펜스-스릴러 구조로 일본에서만 2천만부의 판매고를 돌파한 만화는 [몬스터]가 거의 유일하다. 인간의 내면을 잠식하고 있는 악마성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해 사랑과 이해로 표용하는 마지막 결말의 강렬함은 18권으로 완결된 이작품에 대한 아쉬운 여운을 남긴다.
외전격으로 출간된 [어나더 몬스터]. 원작에서의 요한 사건을 재구성해 다른 이야기를 만든 소설.
* [몬스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小學館 / ㈜서울문화사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몬스터]의 국내 판권은 ㈜서울문화사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본을 이용합시다.
* 참고 스틸: 몬스터 애니메이션(ⓒ 浦沢 直樹 / 小學館 / NTV / VAP All rights reserved.), 소년탐정 김전일(ⓒ 講談社 All rights reserved.), 명탐정 코난(ⓒ 小學館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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