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버스의 화려한 피날레
1962년, 혼다 이시로 감독이 만든 [킹콩 대 고지라]는 개봉 당시 미국과 일본의 거대 괴수가 격돌하는 국적 초월의 크로스오버로 화제를 모아 고지라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 작품이 특히 의미가 있었던 건 고지라 시리즈 최초의 컬러 영화라든가 와이드스크린을 적용했다는 것과 같은 외적인 요소 외에도 일본의 토호사와 [킹콩]의 저작권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RKO사의 전격적인 합의하에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 이후로 고지라 시리즈는 일명 vs. 네이밍을 채택하게 된 쇼와 시리즈의 기반을 마련해 명실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괴수 프렌차이즈로 발돋음 했으며, 1930년대에 제작된 [킹콩]과 속편인 [콩의 아들] 이후 이렇다 할 후속작이 없던 킹콩의 생명력에도 활기를 불어넣은 계기가 되어 두 차례의 리메이크 버전과 함께 수많은 아류 킹콩 영화들을 양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킹콩 대 고지라]가 탄생했던 당시의 빅 매치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게 되었다. 레전더리 픽처스와 워너 브라더스, 그리고 토호사가 합작으로 기획, 제작한 ‘몬스터버스’가 실체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2014년 [고질라]의 흥행 성공 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진 몬스터버스는 2016년 [콩: 스컬 아일랜드], 2017년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로 이어지면서 MCU 다음으로 탄탄한 세계관을 가진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흥행저조로 인해 몬스터버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 소개할 [고질라 vs. 콩]은 몬스터버스 4부작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질라 vs. 콩]은 몬스터버스의 유일한 크로스오버이자 1962년 [킹콩 대 고지라]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한 작품으로서 괴수물 마니아들에게 있어서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고전 특촬 괴수물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듬뿍 담겼던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가 인간 파트의 부실함으로 인해 평가절하 당했던 점을 생각하면, [고질라 vs. 콩]은 그러한 단점을 의식한 듯 드라마를 최소화 하고, 두 괴수의 격돌이라는 액션 파트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영화는 크게 세 차례의 대결 장면을 보여주는데, 킹콩과 고질라가 바다 위에서 격돌하는 항공모함 씬, 홍콩의 도심에서 펼쳐지는 콩과 고질라의 리턴 매치, 그리고 흑막인 메카고질라와의 결전으로 이어지는 최종전이 화면 가득 압도적인 스케일로 펼쳐진다.
인간 캐릭터들의 서사를 쳐내고 괴수들의 액션에 집중한 결과 영화는 확실히 괴수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졌다. 거대 괴수의 육중한 움직임과 한방 한방이 묵직하게 와 닿는 타격감, 고질라와 킹콩이 각각의 장기를 발휘하는 격투 장면의 카타르시스는 오랜 세월 화끈한 괴수물을 기다려 왔던 마니아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핀다. 물론 논리와 개연성이 결여된 스토리의 엉성함이 노골적으로 거슬리긴 하나, 그런 것쯤 영화의 장점만으로도 충분히 커버된다.
제목처럼 고질라와 콩이 싸우는 줄거리이지만 누가 이길까에 대한 대답은 별 의미가 없다. 그저 괴수계의 양대 산맥인 두 괴수가 한 바탕 붙는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의 목적은 이미 완성되었으니까. ‘괴수물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괴수’라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해 돌직구를 날리는 화끈한 영화다.
블루레이 퀄리티
[고질라 vs. 콩] 블루레이는 아리알렉사 시리즈로 찍은 6.5K 소스(일부는 3.4K 소스)를 4K로 DI 피니쉬한 마스터 소스를 이용해 제작했다. 적지 않은 수집가들이 4K 포맷으로 넘어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고질라 vs. 콩] 블루레이는 여전히 수준급의 화질을 수용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킹콩의 얼굴을 줌인 하는 것과 같은 몇몇 클로즈업 장면은 물론, 괴수들의 대결을 담아내는 원거리로 잡아내는 와이드샷 에서도 세밀한 디테일과 상당히 높은 수준의 색 포화도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는 4K DI 마스터 소스를 이용한 결과물인 만큼 최신작 블루레이의 기대치에 걸맞는 화질을 보여주지만 압축 아티팩트와 암부 디테일에 있어서는 살짝 아쉬움을 주는데, 특히나 야간이 주 배경이 되는 홍콩 대결씬에서의 일부 장면은 암부 계조에 디테일이 살짝 떨어지는 경향이 발견되기도 한다.
[고질라 vs. 콩]은 보는 즐거움 외에도 듣는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사운드 스펙으로는 Dolby Atmos TrueHD를 탑재했다. 영화 자체가 사운드의 과잉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사운드 믹스가 쉴 새 없이 쏟아 지는데, 거의 모든 장면에서 역동적인 음향을 들을 수 있으며 선명한 분리도와 깨끗한 음성 채널, 서브우퍼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2021에 출시된 작품들 중 현재 기준으로 최강의 레퍼런스급 사운드를 들려주는 타이틀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스페셜 피처
서플먼트로는 총 72분 가량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본 작품의 주인공이괴수들인 만큼 인간 캐릭터가 아닌 괴수 중심으로 챕터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 중 몇 개만 살펴보면, 먼저 ‘Godzilla Attacks’는 영화 초반 고질라의 공격 시퀀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부가영상이다. 전작으로부터 3년 후의 배경인 이 작품의 의외성이라 하면, 몬스터버스의 세계관에서 지구의 수호자로 알려진 고질라가 인간의 시설물에 선제공격을 가하면서 고질라의 선한 이미지를 반전시켰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고질라의 성격을 다양하게 변주했던 기존 고질라 시리즈를 벤치마킹했으며, 이 장면에서 영화 [죠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도 알려준다.
‘The Phenomenon of Gojira, King of the Monsters’은 원조 ‘고지라’’가 이뤄놓은 일종의 문화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다. 가렛 애드워즈 감독을 비롯, 샐리 호킨스나 브라이언 크랜스턴 같은 [고질라(2014)]에 참여한 원년 멤버부터 시작해 몬스터버스에 참여한 스텝진과 배우들이 총출동하여 고지라에 대한 각자의 느낌과 추억을 반추하는 내용들 및 [고지라] 1편에 담긴 은유 등에 대해 설명한다.
‘The Evolution of Kong, Eighth Wonder of the World’은 바로 위의 ‘The Phenomenon of Gojira, King of the Monsters’와 비슷하게, 이번엔 원조 ‘킹콩’이 남긴 유산과 의미에 대한 영상이다. [콩: 스컬 아일랜드]의 톰 히들스턴이나 브리 라슨,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마이클 도허티 감독 등이 [킹콩(1933)]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들려준다.
‘The Rise of MechaGodzilla’는 영화의 최종 보스인 메카고질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재현한 메카고질라가 훨씬 더 오리지널의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에서의 메카고질라는 대중에게 익숙한 분위기를 갖고 있으나 현대적인 기능성을 더 충족해야 하는 방향으로 컨셉을 잡아 훨씬 정교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 ‘The Battles’라는 항목으로 묶인 세 개의 챕터에서는 주요 전투 장면의 특징과 촬영장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 있으니 놓치지 말 것.
Commentary by Adam Wingard
The God: Godzilla Attacks (06:25)
The God: The Phenomenon of Gojira, King of the Monsters (09:51)
The King: Kong Leaves Home (07:54)
The King: Kong Discovers Hollow Earth (07:52)
The King: Behold Kong's Temple (05:51)
The King: The Evolution of Kong, Eighth Wonder of the World (08:24)
The Rise of MechaGodzilla (07:05)
The Battles: Round One: Battle at Sea (05:00)
The Battles: Round Two: One Will Fall (05:57)
The Battles: Titan Tag Team: The God and the King (07:59)
총평
코로나19로 인해 초토화된 극장가에서도 규모의 쾌감을 실감케 하는 괴수물로서 실로 오랜만에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안긴 작품이다. 펜데믹 기간에 월드와이드 수익 4억 달러를 가장 먼저 돌파한 작품으로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둬 명실공히 몬스터버스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해 냈다. 비록 안방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의 감동을 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킹콩과 고질라의 혈전을 몇 번이고 돌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본 블루레이는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 코로나19로 우울해진 마음을 무더위와 함께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는 순도 100%의 괴수 오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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