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에 속한 대부분의 작품이 캐릭터의 유기적인 교환과 콜라보레이션으로 끈끈하게 엮여 있는 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독립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입니다. 인피니티 스톤과 타노스 등 세계관을 공유하는 몇몇 설정을 제외하면 상당히 이질적이지요. 따라서 팬들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합류하는 것이 확정된 만큼 이번 속편에서 어떤 접점을 찾아 어벤져스 팀에 들어올 것인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어벤져스에 연연하지 않고 독립적인 무대에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주인공인 퀼의 고향이 지구이니 잠깐씩 등장은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무대는 광활한 우주 그 자체입니다. 전작처럼 스페이스 오페라의 장르적 바운더리 내에서 삐걱대는 팀웍이 균형추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룹니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가족’이지요.
작게는 퀼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실질적인’ 가족을 찾는 미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들이 대거 투입되었는데, 전작에서 그리 큰 비중을 두진 않았던 욘두나 네뷸라의 지분이 크게 늘었고, 퀼의 아버지 에고와 그를 모시는 맨티스, 그리고 허세가 잔뜩 들어간 여사제 아이샤가 색다른 웃음의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전작에서 큰 희생을 치뤘던 그루트 역시 이번에도 등장하는데, 이 ‘베이비 그루트’야 말로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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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스타일에 있어서는 전작과 큰 차별점을 두지 못했습니다만 적어도 저는 이번 속편이 훨씬 더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알려진 캐릭터의 특징을 바탕으로 적시적소에 배치된 유머는 그야말로 빵빵 터집니다.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 간의 비중 안배가 잘 되어 있어서 자칫 산만할 수 있는 줄거리도 안정적으로 전개됩니다. 액션과 볼거리도 이만하면 충분하죠.
문제는 이러한 재미의 많은 부분이 80년대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 내지는 추억을 필요로 한다는 겁니다. 당장 요즘 20대만 하더라도 데이빗 핫셀호프며 [전격 Z작전]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텐데, 그렇다면 퀼이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설명하는 그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들 중에 욘두 역의 마이클 루커와 스타카르 역의 실베스터 스탤론이 실은 [클리프 행어]에서도 동지이자 대립하는 관계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요?
결국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재미는 이러한 특수성을 얼마나 잘 즐길 수 있느냐에 따라 제법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전작에서 워낙 넘사벽이었던 음악의 힘이 속편에서 다소 약해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고요.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 매우 유쾌했고, 재미있었습니다. 감동과 재미, 볼거리를 모두 담는다는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최근 MCU의 결과물이 워낙 출중했던 만큼 관객들이 눈높이가 올라간 건 사실이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그러한 눈높이로 보아도 결코 빠지는 작품이 아닙니다.
P.S
1.네, 역시 희대의 꽥꽥이는 이번에도 까메오로 등장합니다.
2.쿠키가 총 5개나 됩니다.
3.데이빗 핫셀호프는 과거 닉 퓨리 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4.원래는 데이빗 보위가 까메오로 등장할 예정이었습니다. 아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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