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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종합선물세트 같은 해양 어드벤처

1941년, DC 코믹스의 전신인 ‘More Fun Comics’ 73호에는 흥미로운 슈퍼히어로가 등장했다. 폴 노리스와 캐슬러 존스, 모트 웨이싱어가 함께 만든 ‘아쿠아맨’은 원래 마블의 초기 히어로 군에서 아틀란티스의 왕족으로 설정된 ‘서브마리너 (본명: 네이머)’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캐릭터였지만 정작 서브마리너의 인기가 시들해 존재감을 잃자 명실공히 해양을 주 무대로 한 슈퍼히어로의 대명사가 된다.

아쿠아맨은 해저왕궁 아틀란티스의 왕으로서 수중과 육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강인한 육체와 힘, 해저 생믈과의 교감능력 등 물 속에서 만큼은 ‘슈퍼맨’급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히어로 였지만 수중이라는 배경의 특성상 실사화하기에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면이 있어 그동안 영화로는 만들어 진 적이 없다. 미드 [스몰빌]에 잠깐 등장한 것이나 파일럿 방송만 제작된 [아쿠아맨] 드라마 외엔 실사영역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TV 시리즈의 파일럿으로 제작된 [아쿠아맨]

그랬던 아쿠아맨을 드디어 스크린으로 소환해 낸 건 DC Films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부터다. 잠깐이기는 하나 저스티스 리그를 구성할 ‘메타휴먼’으로 소개된 그는 야심작(…)인 [저스티스 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 때까지만 해도 무너져 가는 DC Films의 재건에 대한 희망을 아쿠아맨에게 거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쏘우], [컨저링], [인시디어스] 등 주로 공포물에서 두각을 나타낸 제임스 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아쿠아맨]은 DC Films의 6번째 작품으로서 본의 아니게(?) DC의 메인 스트림이 되어버린 [원더우먼]을 넘어선 상업적 성과를 올렸다. DC로선 간만에 숨통을 틔운 셈이다.

[저스티스 리그]의 참혹한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팀업무비에서 솔로무비로 확장하는 방향성을 버리고, 솔로무비 본연의 재미에 집중한 [아쿠아맨]은 신화, 사랑, 모험, 공포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취합한 종합 해양 어드벤처다. 흔히들 “끔찍한 혼종”이란 표현을 쓰곤 하는데 적어도 이 작품에서 만큼은 이러한 장르적 변주가 큰 장점이 된다.

냉정히 말해 [아쿠아맨]에서 새로운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클리셰를 비트는 것이 무슨 미덕이라도 되는 것 마냥 클리셰 파괴를 남발하는 최근의 추세와는 달리, [아쿠아맨]은 익숙한 것들을 진부하지 않게 다루는 데 능숙하다. 지나치게 평이한 각본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속도감을 잃지 않으면서 히어로물의 기본적인 서사를 잘 살린 제임스 완 감독의 영민한 연출 덕분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기본만 해줘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만큼 DC 코믹스의 캐릭터들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잭 스나이더의 비전 아래 이뤄진 일련의 DC Films의 결과물들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간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영화화 되지 못했던 만큼 작정하고 만든 [아쿠아맨]의 비주얼적인 쾌감은 상당하다. 수중 왕국의 환상적인 풍경과 다양한 크리처들, 물 속의 특성을 반영한 액션 등 기존의 히어로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계를 표현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점수를 얻을 만하다. 여기에 모든 비주얼적 요소들을 압살시킬 만큼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엠버 허드의 존재는 덤.

비평의 초점이 다소 평이한 서사와 극적인 내러티브의 부재에 맞춰진 면도 없지 않지만 [아쿠아맨]은 그간 DC에서 지나치게 집착 해왔던 다크 히어로의 고뇌에 얽메이지 않고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난관을 돌파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보고 즐기는데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는 영화라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블루레이 퀄리티

2.40:1의 화면비와 1.78:1의 IMAX 화면비가 혼합된 [아쿠아맨] 블루레이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기대되는 수준 만큼의 화질을 보여준다. 평균 비트레이트는 22.2Mbps로 엄청나게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치.

본 작품은 최신 슈퍼히어로 영화 치고도 꽤 다양한 범위의 장면들을 담아내고 있는데, 가령 혼탁한 물 속의 풍경이나 사하라 사막에 숨겨진 왕국, 공포스런 트렌치가 배 위로 기어 오르는 광풍의 바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인 아틀란티스 등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시각요소의 모든 부면들을 명료하게 재생시켜준다.

▼ 원본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IMAX)

미세한 디테일과 질감도 인상적이다. 물고기의 비늘 모양에서부터 메라의 매끈한 피부톤에 이르기까지 칼 같은 가독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영화의 어마무시한 스케일만큼이나 다양하고 풍부한 오브젝트를 화면 안에 잘 보존하고 있다.

▼ 원본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화질보다 더 인상적인 건 돌비 애트모스 트랙이다. 최근에 출시되는 블루레이의 애트모스 트랙은 대부분 만족스런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데, [아쿠아맨]은 바야흐로 홈시어터 사운드의 정점에 올라 선 느낌이다. 이제 애트모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한 사운드는 기본이고, 수많은 효과음과 각 채널간 분리도가 대단히 우수하다.

▼ 원본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IMAX)

특이하게도 [아쿠아맨]은 수중 액션이라는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여타의 액션영화와는 보다 차별화된 사운드가 기대되는데, 수중에서의 효과를 위해 설계된 사운드의 표현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타격감이나 방향성 등 흠잡을 데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며, 대사 전달도 매우 명료하다. 이만하면 레퍼런스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스페셜 피쳐

수록된 부가영상의 종류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Becoming Aquaman’과 ‘Going Deep Into the World of Aquaman’의 비중이 가장 크다.

먼저 ‘Becoming Aquaman’은 아쿠아맨 역을 맡은 제이슨 모모아의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와 아쿠아맨과 제이슨의 공통점 등을 다룬다. 사실 [아쿠아맨]이 잭 스나이더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난” 첫 번째 영화로 알려졌지만 실은 제이슨 모모아를 캐스팅한 당사자가 바로 잭 스나이더 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금발의 백인에 수염도 없는 원작의 아쿠아맨과는 달리 혼혈에 흑발, 그리고 수염이 덥수룩한 제이슨 모모아는 여러모로 많은 차이가 났으나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다.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온 사실에 혼란을 느꼈던 아쿠아맨처럼 제이슨 모모아 역시 하와이에서 태어나 아이오와에서 자랐고 부모님의 이혼으로 갈라지게 된 자신의 성장배경 때문에 배역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Going Deep Into the World of Aquaman’는 [아쿠아맨]의 주 배경이 되는 심해 세계의 창조과정을 조명한다. 제임스 완 감독에 의하면 지구 안에 있는 바다 속 보다 우주에 대한 탐사가 더 많이 이뤄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심해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극히 일부라는 점에서 영화 상의 창조 작업은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었다.

또한 ‘물 속에서 촬영한 것 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기법을 시도해야만 했는데, 기본적으로는 배우들의 몸동작을 위해 거대한 소리굽쇠 같은 장비에 배우를 매달아서 마치 수영하는 것처럼 보이게 촬영한 뒤 물은 나중에 시각효과를 넣어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James Wan: World Builder’는 감독인 제임스 완이 어떻게 [아쿠아맨]의 세계관을 창조했는지를 보여주는 메이킹 필름이다. 그는 처음부터 미학적인 비전이 확실했었는데, 그로 인해 자신이 만들고자 한 세계의 형태나 스타일, 특징 등을 직접 디자이너에게 지시하거나 디자인 작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다재다능한 감독임은 틀림이 없는 듯.


‘Scene Study Breakdown: The Trench’는 아마도 많은 분들에게 있어 [아쿠아맨]의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 중 하나로 기억될 ‘트렌치 습격신’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공포와 서스펜스를 최대한 이끌어 내는 데 정평이 나 있는 제임스 완의 재능이 가장 잘 발휘된 장면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감독 또한 자신의 공포 영화 이력을 기억나게 해주는 장면이어서 트렌치 크리처에게 애착을 갖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비록 세트에서 촬영되었지만 실제에 버금가는 (소방 호스로 만든) 물줄기와 강한 바람, 그리고 인공적인 비로 인해 꽤 난이도가 높은 촬영이었다.

[아쿠아맨] 원작의 가장 유명한 빌런 중 하나인 블랙 만타에 대해 다루는 ‘Dark Depths of Black Manta’ 역시 볼 만하다. 1967년 ‘아쿠아맨’ 35편에서 처음 등장한 블랙 만타는 아쿠아맨과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의 설정 변경을 거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제프 존스의 ‘뉴52’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만화적인 설정과 외형을 잘 이식해서 팬들도 만족스러웠던 캐릭터이기도 하다.

 

스페셜 피처 목록

- Becoming Aquaman(12:43)
- Going Deep Into the World of Aquaman(18:20)
- James Wan: World Builder(7:37)
– Dark Depths of Black Manta(2:15)
- The Heroines of Atlantis(6:52)
- Villainous Training(6:15)
- A Matchmade in Atlantis(3:05)
- Atlantis Warfare(4:03)
- Creating Undersea Creatures(6:10)
- Aqua Tech(5:13)
- Scene Study Breakdown: The Submarine(2:23)
- Scene Study Breakdown: Sicily Showdown(2:57)
- Scene Study Breakdown: The Trench(3:02)
- Kingdoms of the Seven Seas(6:51)
- Shazam Sneak Peek(3:00)

총평

마블이 보여준 근래의 눈부신 성취들을 따라잡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분명 [아쿠아맨]은 우려했던 DC Films의 부진을 털어버리고 재기의 토대를 마련했다. 모든 히어로 영화가 [다크 나이트]일 필요는 없다. 영웅의 진지한 고뇌와 암울한 과거사 따윈 걷어버리고 오로지 흥행과 볼거리만을 위해 돌진하는 [아쿠아맨]을 보노라면 그 동안의 맘고생은 모두 시원하게 날아가는 느낌이다. [아쿠아맨] 블루레이는 영화의 특장점을 잘 살린 무난한 화질과 함께 레퍼런스급 사운드를 기반으로 환상적인 수중 세계를 재현하고 있으며 아틀란티스 제국의 전장을 체험하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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