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로봇열전

웹툰 [캉타우]에 대한 주절주절

페니웨이™ 2018. 8. 1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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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LAB All Rights Reserved.

 

가만 보면 한국인들은 참 성질이 급하다. 뭔가 결과가 도출되기도 전에 결론을 내려 한다. 심정적으로 이해가 갈 때가 없진 않다만서도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이번에 이정문 화백의 [철인 캉타우]를 리메이크한 [캉타우]가 네이버 웹툰을 통해 공개되었다. 2007년 유경원, 조민철 작가의 [철인 캉타우 리턴], 2011년 PUNEW, 데굴데굴 작가의 [철인 캉타우 시그마] 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리메이크 작이다. 사실 위의 두 리메이크작은 연재 매체의 한계로 인해 중도 하차한 불운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캉타우 컨텐츠의 생명력이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지속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캉타우]는 이른바 슈퍼스트링 프로젝트의 부분 집합이다. 이미 [신 암행어사], [테러맨], [심연의 하늘], [아일랜드] 등의 작품들이 가세하고 있으며 [캉타우]는 본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메카닉 장르다.

문제는 첫 화 공개 이후 쏟아지는 표절 의혹이다. 근데 그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쪽의 주장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 없는 시간 쪼개서 글을 쓰게 만든다. 가령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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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캉타우와 괴수 로봇의 대결 씬이 아래의 [퍼시픽 림: 업라이징]을 연상시킨다는 거다. (괴수의 디자인이 닮았다는 주장도 있는데, 내가 보기엔 전~혀~ 안 닮았다)

ⓒ Universal Pictures.Legendary Entertainment . All rights reserved.

이게 얼마나 웃기는 말인가 하면 애초에 [퍼시픽 림]이라는 작품 자체가 일본 서브컬처에 대한 오마주 덩어리다. 이 논리 그대로 적용하자면 [퍼시픽 림]이란 영화가 아예 거대한 한 편의 표절 영화라는 얘기다.

그럼 이런 건 어떻게 설명할 텐가? 아래의 그림은 1976년 이정문 작가의 [철인 캉타우]에서 발췌한 컷이다. 괴수로봇과 캉타우의 대결 구도. 그럼 이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 [퍼시픽 림] 같은 영화들은 모두 [철인 캉타우]를 표절한 것일까? 그만큼 일정 부분의 클리셰는 어느 장르물에게나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 이정문.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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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우려스러운 건 이정문 화백의 [철인 캉타우] 오리지널 컨텐츠가 계속 복간, 출간되고, 이게 대를 이어 아버지, 아들, 손자가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적어도 '캉타우가 뭐야?', '저거 표절아냐?' 같은 헛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거란 점이다. 지금의 세대들에게 캉타우는 일단 낯설다. 거기에 '한국로봇은 표절덩어리'라는 가치관, 고정관념이 뿌리 박혀 있어서 문화적 자긍심도 바닥인 상태.

지금처럼 옛날 만화들이 몇몇 소장가들의 레어템 취급이나 받는 그런 분위기가 된다면 앞으로도 바뀌기 힘들거라 본다. 철인 캉타우라는 작품이 한국인들에게 잊혀진 작품이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거니까.

ⓒ 이정문. All rights reserved.

 

얼마 전 [에스퍼맨] 표절 사태나 김성모 트레이싱 논란으로 인해 여전히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을 서두에서 기술했듯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너무 앞서가진 말자는 거다. 양경일 작가 정도되면 오히려 표절 시비에서 자유롭기 위해 더 신경을 썼으면 썼지 저렇게 대놓고 구도를 베낀다든지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는 게 더 상식에 맞다.

일단 양경일 작가는 모 사이트를 통해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1.카이주를 베낀 거 절대 아님. 해당 작화의 괴물은 괴물 탈을 쓴 메카닉. 메카물은 첨이라 어설픈건 인정.

2.[캉타우] 작업의 특수성은 “콘티 그대로 그려달라”는 요청. 그래서 작가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음. 오히려 로우 앵글로 잡은 작화 중 일부가 잘려나간 상황.

3.작년 11월 작품 기획 당시 [퍼시픽 림]에 대한 지금과 같은 우려가 내부에서 논의 되었으나 작품의 방형성이 다른 관계로 강행하기로 결정. 사실 작가 자신은 [자이언트 로보]의 팬이라 그쪽이 모티브가 될 가능성이 더 큼.

이상의 내용을 보면 딱히 문제될 만한 부분은 없다. 이제 겨우 첫 화인데, [철인 캉타우]가 한국 만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안다면 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무게감도 남다를 것이라 본다. 믿고 지켜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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