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영화 오프닝이 뜨기 전,
“엘든 이렌리치는 한 솔로다…”
“엘든 이렌리치는 한 솔로다…”
“엘든 이렌리치는 한 솔로다…”
“엘든 이렌리치는 한 솔로다…”
이렇게 한 100번은 되뇌이고 본인을 세뇌시키세요. 그리고 감상에 임하시면 좋습니다…는 개뿔입니다.
영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로그 원]에 이은 두 번째 디즈니표 [스타워즈] 외전입니다. [로그 원] 때와 마찬가지로 [한 솔로] 역시 제작 기간 내내 많은 구설에 휘말렸던 작품이기도 하죠.
대표적인 것이 엘든 이렌리치의 캐스팅입니다. 딱히 지명도가 높은 스타도 아니고, 게다가 해리슨 포드와는 전혀 닮지 않은 배우인데다 연기력 문제로 촬영이 지연되고 있다는 루머도 흘러나오게 되었지요.
더 큰 문제는 필 로드-크리스 밀러의 감독 하차입니다. 영화에 대한 비전이 일치하지 않자 열받은 루카스필름의 수장 캐슬린 캐네디가 영화를 거의 갈아 엎도록 지시하게 되었고, 론 하워드가 대타로 들어온 사건입니다. 사실 재촬영은 [로그 원]에서도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 셈이 되었습니다만 [한 솔로]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 작품은 [스타워즈] 캐넌의 중요 캐릭터 중 한 명인 한 솔로의 기원을 다루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한 솔로: 비긴즈’ 같은 작품이죠.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연인과 함께 도피하고자 했던 한 솔로가 제국군에 입대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연인과 재회하고, 그의 동료인 츄바카와 랜도 캘리시안을 만나게 되는 과정이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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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년대식 어드벤처에 최적화 된 로렌스 캐스단이 각본에 참여한 영향으로 영화는 굉장히 올드한 루틴을 따라갑니다. 시각효과도 최첨단 CG의 휘황찬란함 보다는 아날로그 시대의 정서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고요. 모든 면에서 클래식 [스타워즈] 3부작의 분위기를 닮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재미까지 따라갔다는 건 아닙니다만.
우려했던 엘든 이렌리치의 연기는 생각보단 나쁘지 않습니다. 제법 해리슨 포드의 한 솔로를 많이 연구한 티가 납니다. 특유의 제스처나 표정, 말투를 자기식으로 잘 소화해 냈어요. 이 정도의 노력이라면 인정할 건 인정해 줘야 합니다. 잘 했어요. 안타깝게도 그의 전임자가 해리슨 포드였다는 게 그에게는 불행이라면 불행인 거겠지요.
그러나 총체적인 완성도를 보자면 합격점을 주긴 어렵습니다. 영화 자체가 산으로 갈 뻔한 작품을 가까스로 수습한 티가 너무 완연합니다. 필시 론 하워드의 손길로 모가 난 부분들을 둥글게 둥글게 다듬었음이 분명합니다. 그 결과 영화 자체가 너무 맹숭맹숭하게 되어 버렸어요. 도무지 론 하워드 특유의 선 굵은 서사가 살아나질 않습니다.
가장 큰 불만은 [스타워즈]의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도 [스타워즈] 영화 같지 않는 작품이라는 겁니다. 스톰 트루퍼스나 [스타워즈] 캐넌의 캐릭터들이 몇 명 나온다고 해서 자동으로 [스타워즈]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오히려 저예산 팬무비 보다도 [스타워즈] 다운 색체가 묻어나지 않는달까요.
솔직히 [스타워즈] 간판으로 떼고 본다면 킬링타임 무비로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적당히 재밌고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화려해요. 그러나 이 모든게 클래식 [스타워즈]의 어설픈 아류처럼 만들어져 있어서 [스타워즈] 팬덤의 시각에서는 큰 점수를 받기 힘들다는 게 문제입니다.
영화는 거창하게도 속편을 암시하면서 끝납니다. 아마도 디즈니는 정식 넘버링을 포함해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스타워즈]의 거대한 세계관을 새롭게 개편할 모양입니다. 아무튼 앞으로의 한 솔로는 해리슨 포드가 아닌 엘든 이렌리치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분이 참 씁쓸하지요.
P.S
1.재촬영과 동시에 마이클 케네스 윌리엄스가 맡았던 드라이든 포스란 캐릭터는 완전히 삭제되었습니다. 그 배역을 대신한게 폴 베타니가 연기한 캐릭터죠.
2.원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풍의 스페이스 어드벤처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의 [레고 무비]를 생각하면 대략 그림이 나오지요. 그걸 필사적으로 뜯어 고친게 지금의 론 하워드가 땜빵한 [한 솔로]인 겁니다.
3.사실 안소니 잉그루버 같은 좋은 대체재가 있는데도 엘든 이렌리치의 캐스팅은 여전히 아쉬움을 줍니다. 물론 잉그루버 본인이 오디션도 응하질 않았지만 [아델라인]에서 거의 빼박 싱크로율을 보여준 걸 생각하면 말이죠. 외국에선 청원운동까지 있었다지요.
4.디즈니 [스타워즈]에서 정식으로 [스타워즈]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설정을 가져왔습니다. 막판 그분의 등장은 향후 흑막으로서 대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죠.
5.가장 맘에 안드는 캐릭터는 랜도 캘리시안이었습니다. 적어도 클래식 3부작에서는 저런 가벼운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아니, 애당초 왜 정식 넘버링에서 조차 이 캐릭터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인지도 의문이에요. 빌리 디 윌리엄스를 보고 싶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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