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ㅅ

[단평] 쓰리 빌보드 - 증오의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

페니웨이™ 2018. 3. 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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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눈빛으로 운전하던 여성이 낡아빠진 거대한 길거리 광고판 앞에 멈춰 선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던 그녀는 곧 광고 책임자를 찾아가 1년짜리 광고를 계약한다. 이 일로 미주리 주의 작은 마을에는 후폭풍이 몰아친다.

[쓰리 빌보드]는 딸을 무자비한 성폭력으로 잃고 난 엄마의 투쟁을 다룬 작품이다. 투쟁이라고 해봤자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마을 외곽도로의 광고판에 광고를 싣는 일이 고작이었지만 이로 인해 이슈가 생산되고, 관계자들과의 충돌이 빚어진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자칫 암울하고 무겁기만 한 소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쓰리 빌보드]는 블랙코미디의 장르적 스텐스에서 다양한 군상들의 심리를 파고든다. 분노와 연민, 좌절과 용서가 뒤섞인 [쓰리 빌보드]의 감정선은 예리하면서도 관객들의 폐부를 깊숙히 찌른다.

90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따낸 것에서 보여지듯,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불꽃이 튀는 양상이다. 딸을 잃은 슬픔과 자책감, 분노를 자유자재로 표출하는 프랜시스 맥도먼은 그녀에게 첫번째 오스카를 안겼던 [파고] 때 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연기내공을 선사한다. 시한부 인생이지만 끝까지 선의를 놓치 않는 경찰서장을 연기한 우디 해럴슨과 영화 전체에 있어 어쩌면 가장 인물을 그려낸 샘 록웰의 연기도 탁월하다. [왕좌의 게임]으로 이미 검증된 피터 딘클리지도 마찬가지.

영화는 모호한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내지만 메시지는 명확하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 분열과 반목으로 뒤덮힌 미국 사회, 아니 전 세계의 증오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용기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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