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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리너]는 오랜만에 보는 성룡 따거의 명절시즌 영화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급하향세를 타는 형국이지만 여전히 성룡이 이룩한 영역은 영화계의 일정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코믹액션에 국한된 이미지의 틀을 벗고 진지한 연기로의 전환을 모색중인 성룡이 이번에는 자신의 주력 부분인 액션과 정극 연기를 이종교배한 작품에 도전합니다.

사실 [더 포리너]는 성룡의 출연보다도 007의 부활을 두 번이나 이뤄냈던 마틴 캠벨과 그 시발점인 [007 골든아이]의 주역 피어스 보로스넌이 오랜만에 만난 점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의 폭망 이후 거의 용도폐기 수준으로 전락한 마틴 캠벨이지만 암울한 느낌의 복수극엔 일가견이 있는 연출가거든요.

영화는 스티븐 레더의 [더 차이나맨]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베트남계 노인이 딸을 앗아간 테러리스트 집단과 일당 백의 전쟁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소설이 발간된 1980년대 초반에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걸작 스릴러 소설로 평가 받고 있지요.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동양인 이민자 콴은 신 IRA 세력이 기획한 폭탄 테러로 인해 하나 뿐인 딸을 잃습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콴은 과거 IRA 고위층으로 정계에 몸담고 있는 리암 헤네시를 찾아가 범인들의 신상 명세를 요구하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듣게 됩니다.

공권력의 해결을 기대하지 못하게 된 콴은 리암의 주변에 지속적인 테러를 가하면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 합니다. 이에 심상치 않은 위협을 느끼게 된 리암은 콴을 추격하는 한 편, 자신의 정치 생명과도 연계된 이번 폭탄 테러의 내막을 알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내용입니다.

ⓒ STX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딱 무슨 [테이큰]의 노인네 버전 처럼 들리지만 [더 포리너]는 그런 단순 통괘한 액션물이 아닙니다. 일단 배경이 영국인데, 원작과는 달리 ‘브렉시트’가 통과된 이후의 영국 상황과 오버랩 되고 있어서, ‘외지인’에 대한 영국인들의 시선이 은연 중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목부터가 ‘The Foreigner’죠.

딸을 잃은 전직 특수요원 출신의 동양인 이민자 노인이 복수를 하는 내용이긴 하나 피어스 브로스넌이 연기한 리암의 비중이 꽤 높아서, 영화는 정치 스릴러의 성격을 강하게 띕니다. 일종의 투트렉인 셈이죠.

플롯이 상당히 복잡한 편이라 편집의 묘미를 잘 살려야 하는데, 이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마틴 캠벨 본인도 이제는 꽤 노쇠한 감독이어서인지 연출 방식이 투박하고 올드한 느낌입니다. 보통 소설을 영화화 할 때 발생하는 묘한 괴리감 같은게 어느 작품에나 조금씩 있기 마련입니다만 [더 포리너]도 그런 부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더군요.

60줄에 들어선 성룡 따꺼의 액션은 우려와는 달리 부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연령대가 있다보니 몸이 따라주지 않는(?) 처절함이 오히려 영화의 플롯과 조화를 이룹니다. 딸을 잃은 아비의 비장함도 제법 잘 표현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성룡의 모습에 애잔한 느낌마저 듭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캐릭터는 애매합니다. 사실 리암이 극 중에서 악역 같으면서도 악역이 아닌, 그런 이중적인 면모의 복잡한 캐릭터인데, 성룡이라는 배우와의 캐미 문제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캐릭터 설정이 브로스넌과 맞지 않았던 것인지 작품 내에서도 캐릭터의 색깔이 확확 바뀌는 느낌입니다.

이미 전성기를 훌쩍 넘기긴 했지만 근래 성룡의 작품들 중엔 그래도 괜찮은 편에 속합니다. 정치스릴러와 복수극의 시너지 효과가 컸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형식적인 킬링타임 무비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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