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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 무엇이 영웅을 영웅답게 만드는가

페니웨이™ 2018. 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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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연막과 함께 나타나는 슈퍼히어로 그레이. 대중들은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영웅으로 떠오른 그레이에게 열광한다. 그에 반해 악당 피노키는 그레이에게 늘 패배하면서도 악행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여느 때 처럼 그레이의 승리로 끝날 숙적의 싸움은 연기화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피노키의 죽음으로 끝난다. 악당 피노키를 살해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는 그레이. 과연 그레이는 어떻게 탄생한 것이고,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가 살해한 피노키와의 악연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 woollee & Lezhin comics. All rights Reserved.

마블과 DC가 점령한 히어로의 세계관은 이제 전세계를 휩쓸다시피하고 있다. 영화계는 이들이 없으면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히어로물의 불모지 같던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새에 슈퍼히어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물론 대중들의 환호를 받는 건 외국에서 건너 온 히어로들이다.

토종 슈퍼히어로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감히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기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외계에서 온 우뢰매] 그래픽노블을 표방했던 [에스퍼맨]의 표절 논란은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야심차게 발표한 '슈퍼스트링'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다. 여기까지가 현 한국의 토종 슈퍼히어로 컨텐츠 시장의 현주소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매우 주목할 만한 작품이 등장했다. 슈퍼히어로 과잉의 시대에 외계인과 신의 영역까지도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세계관과는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범주 내에서 비틀기를 시도한 [그레이]다.

2013년, 대학 만화 최강자전 32강에 진출해 주목을 받은 후 레진코믹스에서 정식 연재를 따낸 울리 작가의 [그레이]는 히어로와 빌런의 공생 관계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작품이다. 흔히 배트맨의 얼터에고로 조커를 떠올리고, 심지어 팀 버튼은 자신의 영화 [배트맨]에서 아예 조커를 배트맨의 미필적 고의로 인해 탄생한 악당으로 묘사할 만큼 히어로와 빌런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데, [그레이]는 현실 속에서 영웅이 되고 싶어 한 재벌 2세가 만들어진 영웅을 부각시키기 위해 직접 악당을 창조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 woollee & Lezhin comics. All rights Reserved.

대중들의 국민적 사랑을 받은 슈퍼히어로 그레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무렵, 악당 피노키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그레이가 경찰서에서 사건의 내막을 진술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언제나 연막과 함께 등장해 적을 제압했던 그레이, 그 연막에 가려졌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흡입력있게 그려지고 있다.  

[그레이]는 날조된 영웅과 악당, 영웅에 열광하는 군중 심리 등 잘 배치된 소재와 이야기를 액자식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으로서 한국이라는 국지적 상황에 걸맞은 스토리로 완성된 슈퍼히어로물이다.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듯한 반전, 치밀한 심리묘사가 압권으로서 제목 ‘그레이’처럼 회색톤으로 채색된 독특한 화풍도 인상적이다.

ⓒ woollee & Lezhin comics. All rights Reserved.

작가가 대학생 신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데뷔작이며, 이러한 [그레이]의 세계관은 속편인 [그레이: 영웅 죽이기]에서 완성된다. 속편의 미학을 잘 반영한 [그레이: 영웅 죽이기]에서는 새로운 악당과 새로운 사이드킥을 등장시켜 여전히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꾀한다.  

아직은 더러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신인 작가의 패기와 과감함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향후 한국형 히어로물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P.S: 본 작품은 웹툰의 성공에 힘입어 텀블벅 후원을 받아 두 권의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으나 자가출판의 한계로 인쇄면의 절단 크기를 잘못 계산해 말풍선의 일부가 날아가 대사를 스티커로 덧대는 등 불완전한 판본인 점이 아쉽다. 반면에 스페셜 에필로그 북을 포함한 여러가지 한정판 굿즈를 동시에 기획해 제공한 센스를 보여주었다.

 

레진코믹스 그레이 연재 링크: https://www.lezhin.com/ko/comic/gray

작가 블로그 : https://blog.naver.com/lbh3504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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