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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괴수 용가리 - 신동우 화백의 잊혀진 괴수만화

페니웨이™ 2019. 1.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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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영화의 콜라보레이션은 최근에도 많이 시도되는 홍보의 일환이다. 가령 [스타워즈 Ep.7: 깨어난 포스] 개봉을 즈음에서 홍작가의 [스타워즈] 웹툰이나 [인랑]의 프리퀄을 윤태호 작가가 그린 것 외에도 다수의 작품들에서 만화와 영화의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는 걸 아는가? 언젠가 괴작열전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었던 김기덕 감독의 [대괴수 용가리]를 보자. 당시 파격적인 제작비인 1억 3,000만 원을 투입한 본 작품은 꽤 화제를 불러모은 만큼 홍보에도 신경을 쓴 모양이다. 그 유명한 故신동우 화백이 모 월간지를 통해 연재했으니 말이다.

때는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주인공은 과학자 고일우다. 그는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을 연구하고 있는데, 지구의 지층에 이 운석의 방사능 원소인 콜룸5번과 동일한 원소로 이루어진 괴물 ‘용가리’가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뜬금없이 뭔 소리야?)

때마침 중공(그렇다. 그 시절은 중국을 중공이라 부르던 시기였던 것이다)이 고비사막에서 100메가톤급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 지층에서 잠자고 있던 용가리를 깨우고 만다. 한편, 한국에는 용가리를 맘대로 조종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붉은스파이단 003과 이를 이끄는 주마담이 고일우의 연구 결과를 가로채려 한다.

중공의 도심을 휩쓸어 버린 용가리는 어느덧 한국에 상륙해 서울에서 난동을 피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고일우가 개발한 퇴치법과 이를 노리는 003 스파이단과의 대결이 펼쳐진다.

본 작품은 영화를 베이스로 하고는 있지만 둘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 영화애서는 과학자(오영일 분)와 소년(이광호 분)이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가는데, 본 작품에서는 소년이 아예 빠지고 일우와 중앙정보부, 그리고 붉은스파이단 간의 첩보전 형식으로 전개된다.

붉은스파이단의 이름이 003이라는 것이나, 최종 보스가 고양이를 쓰다듬는 팔만 등장한다는 것 등은 명백하게 그 당시 유행했던 007 제임스 본드 영화에 대한 오마주다.

흥미롭게도 만화에서 용가리를 깨우는 원흉이 중공이라고 묘사한 것은 독특한 지점이다. 사실 신동우 화백은 제법 많은 반공물을 만든 바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로서는 순수 장르물인 작품이 만화로 오면서 반공물이 되어 버린 것.

총 4화 연재로 완결되는 짧은 단편이어서 (약 40페이지 분량) 단행본으로는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풍운아 홍길동]으로 널리 알려진 신동우 화백이지만 [불가사리]나 [지구함대], [우주소년] 같은 장르물도 꽤 많이 출간했는데 오늘날 이러한 작품을 감상하기란 매우 요원한 일이어서 무척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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