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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만한 사람은 알만한, 예전 만화계에서 투견을 소재로 큰 인기를 모은 만화가가 있었으니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향원이라는 작가가 있었다. 향원이라는 필명으로 시작해 1960년대 [투견] 시리즈를 내놓으며 대성공을 거둔 그는 유독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내일의 죠 あしたのジョ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치바 테츠야를 많이 참고한 탓에 한국의 ‘치바 테츠야’라는 별명을 가지기도 했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특유의 착한 이야기와 정감가는 그림체, 동물 캐릭터의 실감나는 감정 표현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던 작가다.

비록 동물 만화로 알려졌어도 한 우물만 판 건 아니다. 허영만, 고유성 같은 걸출한 문하생을 둔 작가답게 야구만화인 [나는 차돌], [마구왕 철], 권투를 소재로 한 [불타는 링], 무술만화인 [남미의 태권바람], [무당수 취팔권]처럼 다양한 장르에서도 재능을 나타냈다.

여러 장르에 손을 댄 만큼 그는 아주 잠깐 동안 SF에도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때의 작품이 [별에서 온 우주로보트 마론]이다. 동물 만화 작가가 로봇물에 손을 댔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기도 하지만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수성이 배어있는 SF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 거인문고 All Rights Reserved.

 

과학자 출신의 지일악 박사가 이끄는 테러집단이 김박사가 개발한 산업용 오메가 광선을 무기화시켜 지구상의 나라들을 하나씩 정복하기 시작한다. 이 소식을 접한 김박사는 자신을 탓하며 병석에 눕고 만다.

김박사의 아들 경수는 날마다 밤하늘을 처다보며 아빠를 낫게 해달라고 정성어린 기도를 드린다. 어느날 경수의 기도를 들은 불가사의한 존재가 외계에서 마론이란 이름의 로봇을 보내준다. 조종석에 탑승한 경수는 강력한 오메가 광선에도 끄떡없는 마론을 타고 악당들을 일망타진하며 지구를 위기에서 구출한다.

ⓒ 거인문고 All Rights Reserved.

 

[별에서 온 우주로보트 마론]은 매 작품마다 건전성을 지향하고, 극도로 순화된 연출을 고집한 이향원 화백의 작품답게 기승전결의 고조된 긴장감이나 뚜렷한 위기감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저 착한 소년이 순수한 동심에서 우러나온 기도로 얻게 된 로봇으로 하루 사이에 지구의 평화를 위협한 악당을 깔끔하게 물리치는 이야기이다.

한편 이 작품은 종교적인 관점과 과학적인 관점을 동시에 저울질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마론이라는 정체불명의 로봇은 엄청나게 강하지만 어느 별에서 왔는지, 누가 보내준 것이었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 악당조차도 최후의 순간까지 마론이 김박사가 숨겨준 비장의 무기라고 믿는다 -_-;;

 

 

메카닉 디자인을 보면 개성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나름 독창적으로 만들었는데, 마론의 경우 면류관을 쓴 것 같은두상의 디자인이 인상적이며, 적의 전갈형 로봇인 스콜피오 역시 우주선과 로봇의 중간 형태를 2차원적인 깔끔한 작화로 표현되었다. [우주전함 야마토]의 승무원 복장을 그대로 따라한 건 당시에 널리 만연했던 관행을 별다른 고민없이 받아들인 흔적이기도 하다.

 

 

필시 주 독자층이었던 소년들에게 심어주려는 교훈점도 분명하다. 과학이란 좋은 의미에서 만들어지지만 그걸 악용하는 사람 때문에 결국은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그래도 여전히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과학 기술의 발전에 대한 건전한 시각을 제시한다.

 

P.S


1. [별에서 온 우주로보트 마론]의 속편을 기억하시는 분의 제보바랍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외계인들과의 대결을 담은 속편이 있었던 듯 한데, 확인이 안되는군요. 

2.이향원 화백의 또다른 SF [스타루스]에 대한 제보도 바랍니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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