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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연말이면 기대되는 작품이 생겼습니다. 바로 BBC 드라마 [셜록]이죠. 원작에 대한 풍부한 오마주를 현대극으로 가져온 이 작품은 시즌당 3회라는 짧은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데 성공했고, 주인공 셜록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왓슨 역의 마틴 프리먼 모두를 스타덤에 올려 놓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인기가 과했는지, 두 사람의 스케줄 문제로 시즌 4의 촬영을 부득이 2016년으로 연기해 2017년에서야 방영이 가능하다는 절망적인 뉴스가 나오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팬들의 좌절을 어여삐 여겼나.... 제작진은 2년의 공백을 깨고 특별판 형식의 한 편짜리 에피소드를 내놓습니다. [셜록: 유령신부]라는 제목을 달고서 말이죠.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까지 하며 대대적으로 극장판 코스프레를 하는 바람에 오지게 욕을 먹고 있지만 원래는 여느 TV판 에피소드와 다를 것이 없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현대극으로 번안한 [셜록]의 취지와는 달리 빅토리아 시대의 19세기 원작의 시대 배경으로 돌아갑니다. 얼핏 보면 일종의 패러랠 월드식 구성을 취하고 있죠. 헌팅캡을 쓴 셜록과 왓슨의 만남부터 모든 것을 리부트하고 시작하는데, 중간 과정은 발빠르게 생략되면서 사건 소개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다루는 사건이란 많은 목격자들이 보는 가운데 드라마틱하게 자살한 예비신부 에밀리아 리콜레티가 저녁에 다시 나타나 예비 신랑을 쏘고 사라진 전대미문의 미스터리입니다. 죽은 자의 부활이라는 전제를 부정하는 셜록이 연쇄살인을 벌이는 망자 리콜레티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죠.

 

ⓒ Hartswood Films, BBC Wales, Masterpiece Theatre. All Right Reserved.

하지만 이 내용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실… 유령신부의 이야기는 더 중요한 담론을 위한 위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에밀리아 리콜레티 사건의 해결에 방점을 찍으려 한다면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인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스포일러상 모두 말할 수는 없지만 [셜록: 유령신부]는 별개의 독립적인 에피소드라기 보다는 (모리아티의 부활을 암시하면서 끝난) 시즌 3와 시즌 4를 이어주는 중간 다리의 역할을 하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셜록]이란 드라마가 그렇게 재밌다며? 극장판이 나왔다는데 함 봐볼까?’라는 식으로 [셜록]의 세계에 입문하려는 초보 관객들에게는 절대 무리인 작품이라는 얘기죠.

[셜록] 특유의 말재간과 스피디한 편집, 독특한 캐릭터가 여전히 빛을 발하긴 하지만 하나의 에피소드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한 번의 감상만으로는 기존 [셜록]의 팬들 조차도 따라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대사량이 어마어마한데다 설명도 매우 불친절하고 굉장히 빠른 템포로 진행되기 때문에 두 번 이상의 관람은 필수적입니다.

조금 감질나는 부면도 없진 않습니다만 셜록의 트라우마에 대한 신선한 해석과 시즌 4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살짝 오바하긴 했습니다만) 제작진의 각본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개인적으로는 극장보다 안방에서 마눌님과 오붓하게 감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P.S: 6년 전 저를 [셜록]의 세계로 이끌어 준 분께 감사를... 지금 어디서 뭐하시는진 몰라도 감사해요^^

 

참고리뷰 : 셜록 - 21세기의 컨설팅 디텍티브, 셜록 홈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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