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는 [나이트 크롤러], [액시덴탈 러브], [에베레스트]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만나는 제이크 질렌할의 출연작이다. (물론 [나이트 크롤러]는 국내 개봉이 조금 늦어진 케이스이지만) 사실 이 배우의 필모를 보면 범상치 않다. 1980년생의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출연작이 엄청나게 많은데다 같이 일한 감독만해도 데이빗 핀쳐, 짐 쉐리단, 드니 빌뇌브, 샘 멘데스, 던칸 존스, 이안 등 쟁쟁한 연출자들과 함께 헸다. 작품의 성향도 [도니다코] 같은 저예산에서부터 [투모로우]나 [페르시아 왕자]처럼 블록버스터까지 딱히 가리질 않는다. 따지고 보면 다작배우 중 한 명인데, 망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우스포] 역시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다. 사실 안톤 후쿠아 감독의 [사우스포]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권투영화의 레퍼런스가 되어버린 [록키]가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다. (주인공 록키도 왼손을 쓰는 '사우스포'다) 승승장구하던 거물 권투선수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건을 계기로 끝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인생의 멘토를 만나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해 정상에 다가가는 이야기. 굳이 끼워 맞춰 맞춰보자면 [록키 3]의 내러티브를 따라간달까?
미성숙한 어른의 성장기라는 도식화된 이야기나 영화가 추구하는 감동의 포인트도 기성품을 느슨하게 모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류의 영화들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그리 신선하게 느낄만한 건 없다. 그러나 실제 권투선수를 방불케 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정상과 바닥을 오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변화무쌍한 눈빛과 표정만으로 끌고가기란 쉬운게 아니다. 무난함과 진부함의 경계에서 유독 배우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속도감 있는 연출와 현란한 비주얼이 압도하는 최근 영화와는 달리 [사우스포]는 권투영화의 틀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무난한 스토리에 좋은 배우들의 연기와 나름 헐리우드 안착에 성공한 안톤 후쿠아의 안정된 연출이 좋은 조화를 이루는 구식 영화다. 이번에도 제이크 질렌할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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