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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 돌아온 탕자, 브라이언 싱어의 속죄

페니웨이™ 2014. 6.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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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프렌차이즈의 성공적인 발판을 만들어 놓은 브라이언 싱어는 한 순간에 팬들로부터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엑스맨 3]를 외면한 채 스탭과 배우를 몽땅 데리고 [슈퍼맨 리턴즈]를 만들러 가버린 것이다. 결국 감독이 바뀐 [엑스맨] 3부작은 어정쩡한 결말을 맺었고, 이어서 스핀오프인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의 실패로 [갬빗]과 [엑스맨 오리진: 매그니토]의 계획이 좌초되면서 싱어의 이탈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한 모든 비난이 그에게 쏟아졌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꺼져가던 [엑스맨] 프렌차이즈의 불씨를 살렸을 때 브라이언 싱어를 칭찬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가 제작과 각본에 직접적으로 참여했음에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공은 온전히 매튜 본에게로 돌아갔다. 한술 더 떠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의 감독이 브라이언 싱어로 결정되었을때도 ‘왜 매튜 본이 아니라 싱어에게 맡겨서 겨우 살려낸 시리즈를 다시 망치려고 하느냐’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분명 이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브라이언 싱어가 ‘직접적으로’ [엑스맨]을 망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던 (그러나 골수팬들에게는 망작처럼 취급받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감독은 브랫 래트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감독은 개빈 후드였고, [더 울버린]은 제임스 맨골드의 작품이다. 비록 프로젝트를 떠난 도의적인 책임의 일부가 싱어에게 있다한들, 바통을 이어받은 감독이 시리즈에 온전히 충실한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물어야 하는데도 싱어는 [엑스맨]의 모든 흑역사를 만든 장본인처럼 여겨졌다.

ⓒ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Marvel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애당초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의 감독을 맡기로 되어있던 매튜 본이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를 선택하는 바람에 대타로 기용되었음에도 마치 매튜 본의 자리를 빼앗은 것 처럼 매도되는 마당에 싱어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했다.

그래서일까?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는 과할 정도로 큰 포부를 가진 작품이다. 근래 가장 성공적이었던 시리즈였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 안주하지 않고, 삼천포로 빠져 엉망진창의 족보가 되기 일보 직전인 원래의 [엑스맨] 트릴로지와 팬들에게는 그저 잊고 싶은 악몽일 뿐인 두 편의 [울버린] 스핀오프를 모두 포용하기 때문이다. 만약 싱어가 매튜 본의 성공에 밥숟가락만 얹으려는 속셈이었다면 이런 모험을 감행하려 했을까? 아마도 이건 모름지기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을 받아들이고 이를 속죄하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싱어는 원작으로 삼은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의 기본적인 설정에 주인공을 몇가지 변화를 주었다. 싱어식 [엑스맨]의 메인 캐릭터인 울버린이 키티 대신 과거로 돌아가고, 센티널의 능력치를 대폭 향상시켜 자연스럽게 한창 뜨고 있는 제니퍼 로렌스, 아니 미스틱의 비중도 덩달아 올라갔다.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장면은 [엑스맨] 트릴로지 이후의 세계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거 장면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세계관이다. 실로 놀랍고도 교묘한 방법을 통해 결코 융화되지 않을 것 같던 여러 [엑스맨]의 곁가지들은 하나가 되며 [어벤져스] 만큼이나 인상적인 크로스오버를 완성시킨다.

ⓒ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Marvel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그간 싱어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액션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번 작품에서의 액션은 화려하며 역동적이다. [어벤져스]와 [엑스맨]을 오가는 유일한 캐릭터, 퀵실버를 비롯해 키티 프라이드, 스톰, 아이스맨, 진, 스캇, 심지어 로그까지 적시적소에 등장해 싱어로 인해 뾰로통해진 팬들의 기분을 가라앉힌다. 이들 캐릭터 중 어느 하나도 낭비되지 않는다는 점도 칭찬할 만 하다.

대화보다는 강공법을 선택한 매그니토와 협력과 공존의 미덕을 여전히 신봉하는 프로페서 X의 대립, 그리고 이 사이에서 방황하는 미스틱과의 삼각관계를 더한 건 일종의 보너스다. 더불어 원작에서 제시한 소수성의 고뇌에 대한 담론도 잊지 않았다.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비록 몇가지 설정들에 있어 엇나간 오류를 바로잡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하나의 영화에서 이처럼 많은 재미를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엑스맨] 시리즈도 어느덧 일곱편이 나왔다. 앞으로 몇편이나 더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긴 어렵지만 이번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로 인해 그런 걱정은 잠시 뒤로 미뤄도 될 듯 하다. 어서 엑스맨의 또다른 숙적 아포칼립스가 등장하는 다음편을 기다릴 따름이다. 역시 [엑스맨]은 브라이언 싱어여야 한다.

P.S

1.과연 울버린이 아다만티움을 이식하게 될지? 확실히 뼈다귀채 튀어나오는 클로는 뭔가 뽀대가…

2.웬만한 캐릭터들은 다 나왔는데, 원조 미스틱인 레베카 로민 스타모스가 빠진건 좀 아쉽… 이제 미스틱은 완전히 제니퍼 로렌스에게로 넘어간 듯.

3.닉슨은 언제까지 얼간이 취급을 당할텐가.

4.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트라스크역의 피터 딘클리지였다. 난장이 배우로서는 드물게 큰 배역을 맡아 그간 꾸준히 연기 생활을 해 왔던 공력을 선보인다.

5.시간여행이라는 테마 때문에 싱어는 [터미네이터]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군데군데 [터미네이터]의 아련한 흔적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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