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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16대 대통령 애이브러햄 링컨에 대한 평가는 딱히 강조하지 않아도 미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추앙받는 위인의 한 사람으로서 손색이 없는 위치다. 거의 맨주먹으로 시작해 변호사와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 노예해방을 이끈 전무후무한 영웅적 정치가로서 링컨의 일생은 특이하리만치 드라마틱하고 신성시 되었다. 지금도 워싱턴 기념탑과 연방 의사당이 내려다 보이는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가에는 링컨의 거대한 좌상이 자리잡고 앉아 수많은 관광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사실 미국 학계에서의 링컨은 실제보다는 훨씬 더 많은 논란의 대상이다. 대중적으로 익히 알려진 노예해방론자의 이미지와는 달리 절대권력을 이용해 미국의 유일무이한 내전상태를 발발시켜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장본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 노예해방을 이용했다는 주장까지 실로 미묘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실제로 레온 베넷 주니어의 [영광으로의 강요 Forced into Glory]라는 책에서는 링컨을 ‘미화된 인종차별주의자’로 규정하며 그의 연설문이나 회담일지 및 그 밖의 행적에서 보여지는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이러한 수정주의적 해석에 대해서 미국인들은 그리 달가워 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어찌되었거나 신성화된 링컨이 격동의 시절, 정치적으로나 인륜적으로 매우 복잡한 시대에 살았고 그 와중에 미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중앙집권형 권력을 휘두른 인물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링컨에 대해서는 비교적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되어 왔는데, 링컨의 청년기를 다룬 존 포드의 [젊은 링컨]이나 링컨이 도끼를 휘두르는 액션히어로였다는 망상을 실현시킨 [링컨: 뱀파이어 헌터], 그리고 스필버그의 [링컨]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킬링 링컨] 등의 작품들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링컨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은 과연 그를 어떤 관점에서 묘사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 [링컨]은 기존의 링컨이 지닌 선량하고 위대한 노예해방의 아버지와 같은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링컨]은 도리스 컨스 굿윈의 저서 ‘권력의 조건’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 책이 라이벌의 시각에서 본 링컨을 조명하고 있고 그가 권력의 핵심층과 가족들에게 보여줬던 대조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링컨 영화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 DreamWorks SKG,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링컨의 생애 마지막 넉달간 일어났던 일들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상황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마지막 남은 과제인 제13차 수정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는 링컨의 모습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뒤로는 수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 하원의원들을 매수하면서 겉으로는 정전협상을 진행하는 척하는 교활함에 더해 남북전쟁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을 사지에 내몰면서 정작 자원입대를 희망하는 아들의 입대를 필사적으로 만류하는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링컨의 모습은 사뭇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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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링컨]은 혼란과 변화의 시기에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던 정치인의 모습을 무척이나 무덤덤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물론 관습적인 링컨의 정형성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나 인위적으로 그러한 위인전의 이미지를 짜맞추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흥미를 끄는 요인은 ‘왜 링컨이 위대한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링컨]의 중심소재는 ‘제13차 수정헌법의 통과’이며 이 미국사의 가장 중대한 사건에 연루된 암막 뒤의 정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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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의 에너지는 링컨의 현시라고 할만큼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다니엘 데이-루이스에게서 나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느릿한 발걸음과 덥수룩한 수염, 깊게 페인 주름, 그리고 눈가에 드리워진 음울함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링컨의 외형적인 특징 모두를 소름끼치도록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결국 아카데미는 이미 두 번이나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이 위대한 배우에게 다시 한번 수상의 영광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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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스필버그의 영화와 훌륭한 앙상블을 이루는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나 한치의 빈틈도 없이 계산된 영상을 카메라에 담은 야누즈 카민스키 촬영감독 등 스탭들의 역량도 대단하다. 물론 이 모든 조합들의 배후에는 명감독 스필버그가 있다. 링컨의 신화적 위치에 동조하는 한편 현실정치에 직면한 링컨의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필버그 감독이 노력한 흔적들은 기대 이상으로 영화에 잘 드러나 있다.
900개 한정판으로 아웃케이스와 북클릿이 별도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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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야누즈 카민스키 촬영감독은 자연광에 최대한 가까운 조명을 사용한 듯 하다. 따라서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암부가 많이 나타나며 색조도 다소 창백한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과 어둠의 대비라든지 암부 표현력은 완벽에 가까울 만큼 좋다. 인공적인 조명이 들어가지 않은 느낌의 화면은 화사하진 않지만 자연스럽고 안정되어 있다. 피사체의 윤곽이 또렷하게 표현되는 선명도에 있어서도 대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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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S-HD Master Audio 7.1ch의 오디오 트랙 또한 오케스트라의 박력있고 웅장함을 선사하는 존 윌리엄스의 압도적인 스코어와 더불어 섬세한 음향효과를 자랑한다. 오프닝에서의 전투씬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만큼은 아니지만 전장의 현장감을 전달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영화의 특성상 임팩트가 큰 사운드를 경험하긴 어려우나 속삭임에서부터 고함과 함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소리의 형태를 들려주는 센터의 울림이 매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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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Journey to Lincoln: '링컨'을 향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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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와 캐슬린 캐네디을 비롯한 제작진 및 배우들, 그리고 '권력의 조건'의 작가 도리스 컨스 굿윈의 인터뷰 영상 및 메이킹 필름. 역사상 가장 강렬한 인물 중 하나였던 링컨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느낌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단순히 미국역사를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장애물을 넘는 지도자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설명한다.
▷ In the Company of Character: 캐릭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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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메소드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해 제작에 참여한 대부분의 인사들이 그의 완벽한 연기에 대해 극찬한다. 또한 본 작품에는 그야말로 쟁쟁한 출연진들이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있는데,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샐리 필드(원래 메리는 링컨보다 10살이 어렸지만 샐리는 다니엘보다 10살이 많다)나 토미 리 존스, 조셉 고든 래빗, 제임스 스페이더 등 다양한 출연진들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말한다.
▷ A Historic Tapestry: Richmond, Virginia: 생생한 역사의 현장 -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 DreamWorks SKG,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남북전쟁 당시 실제 격전지이자 영화의 주 촬영지인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에 대한 메이킹 영상. 백악관을 만드는(?)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다.
▷ Crafting the Past: 정교한 과거의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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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남북전쟁 당시의 시대적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링컨이 사용했던 집무실을 비롯해 의상이나 벽지 각종 소품들을 가능한 한 실제 그대로 재현하려 한 노력에 대한 영상기록. 이 메이킹 영상을 보면 헐리우드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꼼꼼하고 고증에 신경을 쓰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영부인 메리의 의상은 그녀가 평소에 좋아했던 색상과 스타일, 그리고 사진에 찍힌 것들을 분석해 거의 원형 그대로 복제했는데, 비교적 날씬한 몸매의 샐리 필드에게 이 의상을 맞춘것이 아니라 이 의상을 소화하기 위해 오히려 몸무게를 불렸다고 한다.
▷ Living with Lincoln: 링컨과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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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메이킹 영상 중에서도 '현장의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 영상. 특히나 스필버그가 현장에서 배우나 스텝과 교감을 나누고 함께 호흡하는 성실함에 하나같이 감동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 In Lincoln's Footsteps: 링컨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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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촬영 및 음악, 음향효과 등 기술적 부면에 관한 메이킹 영상. [링컨]의 경우는 불필요한 편집이나 기교를 생략하고, 되도록 긴 페이스로 한 각도에서 롱테이크를 잡는 화면이 잦은데, 이는 영화가 실시간으로 촬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또한 스필버그의 음악적 동지인 존 윌리엄스는 각 장면에 사용된 스코어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내에서는 무소속의 모 국회의원이 출마 전 ‘최근에 인상깊게 본 영화’라는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흥행이 예상되었으나 정작 그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아마도 미국인들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반대로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링컨]은 남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일 것이다. 스필버그의 휴머니즘적 성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며 이는 전통적인 미국적인 감수성을 관통하는 것임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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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링컨 : 일반판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토미 리 존스 외 출연/20세기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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