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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릿빛 감도는 미국의 1센트짜리 동전과 5달러짜리 지폐에는 애이브러햄 링컨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관 앞에는 거대한 링컨의 좌상이 놓여져 있지요. 고작 200여년 밖에 되지 않는 미국의 역사 속에서 링컨의 영향력은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있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독학을 통해 변호사가 되어 오하이오주 국회의원으로 당선, 이후 미합중국의 16대 대통령이 된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된 그는 노예해방이라는 일생일대의 업적을 이루게 됩니다. 덕분에 링컨에 대한 이미지는 오늘날까지도 유능하고 인도주의적인 지도자로 남아있게 되었지요.

물론 객관적으로 한발 물러서서 보면 링컨의 이러한 처세 이면에는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노예해방이라는 구실을 이용했다는 의구심이 깔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요. 어쨌거나 그는 미국의 유일한 내전상황에서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가운데 전례없는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휘둘렀던 인물이니 말이죠.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미국인들의 이목을 끌었던 작품입니다. 그간 실존 대통령의 삶을 다룬 영화들이 제법 많았습니다만 일단 헐리우드의 거장인 스필버그가 링컨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죠. 게다가 현직 미국 대통령은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니 시기적으로도 절묘한 타이밍이긴 합니다.

사실 링컨의 삶에서 영화적 요소를 뽑아내자면 꽤나 많습니다. 남북전쟁이나 링컨의 암살사건 또는 링컨의 청년기나 (사실 이 부분은 이미 존 포드의 [젊은 링컨]에서 충분히 다룬적이 있군요)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선거전 등등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습니다. 심지어 얼마전에는 링컨을 액션히어로로 묘사한 [링컨: 뱀파이어 헌터]같은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 DreamWorks SKG,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스필버그는 [링컨]에서 링컨 최후의 몇달간을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 재선에 성공하고 남북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에 헌법 제13조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링컨이 보여준 정치가로서의 역량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죠. 겉으로는 수정안 통과를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매수에 착수하면서 겉으로는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척 훼이크를 쓰는 모습은 여지없이 교활한 정치인의 모습입니다. 또한 남북전쟁에는 온갖 대의명분을 부여하면서도 정작 자원입대를 강력히 희망하는 아들을 만류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링컨]은 격동의 시대에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서 무척이나 덤덤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억지스럽게 링컨을 영웅으로 만들거나 위인전에서 비춰진 전형적인 이미지로 재단할 의도는 보이질 않습니다. 말하자면 [링컨]은 전기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정치드라마라고 볼 수 있겠지요. 영화의 완성도는 훌륭합니다.

[링컨]의 에너지는 링컨의 현시라고 할만큼 완벽한 링컨을 연기해 생애 세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다니엘 데이-루이스에게서 나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느릿한 발걸음과 덥수룩한 수염, 깊게 페인 주름 등 평소 우리가 알고있던 링컨의 외형적인 특징 모두를 기가 막히게 소화해내었지요. 아마 역대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로서는 가장 그럴 듯 한 연기를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겁니다.

ⓒ DreamWorks SKG,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아울러 최근 주가가 최고조로 오른 조셉 고든-레빗이나 명배우 토미 리 존스, 샐리 필드, 젝키 얼 헤일리, 제임스 스페이더 등 재능넘치는 배우들의 탄탄한 조연연기도 볼만합니다.  특히 마지막 반전아닌 반전을 선사하는 스티븐스 의원 역의 토미 리 존스는 왜 그가 그토록 집요하게 노예해방에 정치인생을 올인했는지 매우 설득력있게 묘사합니다.

언제나 스필버그의 영화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는 존 윌리엄스의 스코어나 한치의 빈틈도 없이 계산된 영상을 카메라에 담은 야누즈 카민스키 촬영감독 등 스탭들의 역량도 대단합니다. 물론 이 모든 앙상블의 배후에는 명감독 스필버그가 있습니다. 그가 링컨의 신화적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정치에 직면한 링컨의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은 기대 이상으로 영화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인들에게 있어 [링컨]은 남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일 겁니다. 스필버그의 휴머니즘적 성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며 이는 전통적인 미국적인 감수성과도 일치하니까요. 하지만 바로 이점이 국내 관객에게는 거부감을 주기도 할겁니다. 더욱이 긴 러닝타임도 부담일텐데 정치혐오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링컨]은 그리 재미있는 영화가 아닐테니까요.

 

P.S: 개인적으로는 링컨을 처음 알게 된게 삼성출판사에서 발행한 만화위인전을 통해서 였습니다. 그 책에서는 링컨의 아내를 엄청난 악처로 묘사하고 있는데, 덕분에 [링컨]에서 샐리 필드가 열연한 캐릭터에 좀 더 잘 몰입할 수 있겠더군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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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플파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정치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영화를 기대하고 있답니다..ㅎ

    2013.03.15 09:28 신고
  2. <투머로우>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요즘 페니웨이님이 올려주시는 영화들이
    저랑 코드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인물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이 링컨인지라...
    작년에 이 영화가 크랭크인 들어간다는 이야기 나올 때부터 기대되던 영화였는데
    드디어 나왔군요.

    미국이 건국된 지 수백 년이 지났지만,
    링컨은 여전히 존경받는 대통령 중 1순위로 꼽히죠.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이나 책을 통해서 들은 링컨은 그야말로 완벽무결한 사람이었는데
    이젠 나이가 드니 그 새로운 면모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완벽무결한 링컨은 이젠 바이바이~!

    그나저나 페니웨이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1) 최신개봉작, 개봉예정작을 신속정확,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나요?
    2) '달인' 페니웨이 님은 영화를 보시고 '이 영화가 뜨겠다, 안 뜨겠다'는 감이 오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당...^^

    2013.03.15 10:25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1.저는 개봉예정작의 경우 네이버 영화를 활용합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대충은 눈에 들어오더군요.

      2.흥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합니다만 솔직히 [7번방의 선물]의 천만돌파같은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_-;; 한국 영화시장이 그만큼 왜곡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인듯 하여 조금 불만이기도 하구요.

      2013.03.15 11:55 신고
  3.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째 미국 대통령 관련된 영화는 꽤 구미가 당긴단 말입니다. 요것도 보고 싶더군요.
    저 포스터 사진을 봤을 때는, 의도적이었겠지만, 진짜 링컨 사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실루엣이 잘 빠졌습니다. 제가 링컨의 질 좋은 사진을 본 건 아니라서 단언하긴 어렵지만, 일단 남은 기록으로 보면 링컨이 추남에 가까웠다니, 얼굴만 봤을 때는 루이스가 지나치게 잘생기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7번방의 선물은 안 봤지만, 내자 말로는 재밌다더군요. 조폭 마누라같은 영화가 대박쳤던 거라면 분하지만, 7번방의 선물 정도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내자의 말을 믿는고로. :)

    2013.03.15 18:08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7번방의 선물]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현재의 천만관객 영화 시스템은 도저히 극장주와 배급사의 농간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라... 정말 예상치못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의미입니다.

      2013.03.17 21:57 신고
  4.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독 주연 조연 모두 너무나 엄청나네요 ㅎㄷㄷ 다니엘 데이 루이스라면 분명히 멋진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믿습니다 민주주의의 초기 모습을 고증한 부분이 아주 흥미롭게 여겨집니다 갑자기 꼭 봐야할 영화들이 넘 많아지네요 오늘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2013.03.15 21:58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 스필버그 영화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주연급으로 끌어다 쓰는 걸로 알려졌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네임드 배우들이 바글바글해지더군요.

      2013.03.17 21:57 신고
  5.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느님과 토미 형님의 연기가 굉장하더군요. 다른 배우들도 다들 대단했지만…

    마치, 배우들이 다 튀어나와서 연기력 배틀이라도 벌이는 느낌까지도… ㅎㄷㄷㄷㄷ

    2013.03.16 00:37 신고
  6.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기본은 해 주는 영화군요...필히 관람해야겠습니다!

    2013.03.16 23:00 신고
  7.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를 보고있자니 생전한번도 본적없는 링컨을 직접 보고있는것 같은 착각마저
    들더군요. 더욱이 이미 결과를 알고있는 후반부의 경우에도 긴장감이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미국역사를 어느정도 알고있어야 전체적인 흐름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쉬운부분들이 있깆 하지만
    상당히 만족스럽게 감상했던 영화였습니다.

    2013.03.17 18:02 신고
  8. 프로스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에선 흥행 대박이지만 역시나 다른 나라에서 흥행은 그저 그렇더군요
    한국에서도 전국 10만 관객을 넘기기도 어려울 듯

    2013.03.19 02:2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기억으론 한국에서 정치영화가 성공한 사례가 없는 걸로 압니다. 술자리에서는 그렇게 정치얘기하길 좋아하는 민족치곤 특이한 현상이죠.

      2013.03.19 09:06 신고
    • 프리스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술자리에서 지가 지지하네 뭐네 그런 걸로 말하는 거지
      외국 정치영화랑 무관하죠

      2013.03.20 23:33 신고
  9. 힐링워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에 봤던게 뱀파이어 헌터, 링컨이었는데^^;; 이 내용도 궁금하네요.ㅎㅎ^^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다음에 또 놀러올께요~

    2013.03.23 11:54 신고
  10. 공중전화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자체는 배경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없이는 따라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좀 간략하게라도 알고 봐야지 보통 영화보듯이 "그냥 감독과 배우 믿고" 보면 대사따라가기도 벅찰수 있겠는 느낌.


    상당히 웰메이드이긴한데(스필버그의 시대극들이 다 그렇죠) 뭔가 그렇게 감동적이거나 공감이 가거나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백인들의 선의에 의한 흑인해방.... 그걸 바라보는 너무 낙관주의적 시각이 좀 거부감이 든달까요?

    2013.03.28 01:49 신고
  11. 공중전화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요.. 이 블로그는 따로 로그인 없나요? 댓글을 쓸데마다 따로 패스워드를 입력시켜야하는 것인지해서 말입니다.

    2013.03.28 01:5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티스토리도 로그인기능이 있습니다만 네이버 유저들처럼 끼리끼리만 하는 걸 지향하는 쥔장들이 많지 않아서 누구나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오픈해 둔 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2013.03.28 07: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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