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조수괴초 - 성룡 한국상륙 10주년 기념작의 진실

페니웨이™ 2011. 6.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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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14








아시아의 액션배우로서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인물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이소룡입니다. 불과 5편밖에 되지 않는 영화를 가지고도 전 세계를 열광시킨 그는 온갖 허세와 과장법이 판을 치던 홍콩 무협영화의 식상한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강인함을 스크린에서 보여준 액션의 카리스마 그 자체였습니다. 이소룡 사후의 홍콩 무술영화는 급속히 쇠락하게 되었고, 이를 메워줄 배우를 찾는다는건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사람들은 뜻밖의 인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성룡이었죠. 사실 성룡은 주로 단역과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던 배우였는데요, 이소룡이 사망한 1973년에 [광동소노호]라는 작품을 통해 주연에 도전합니다만 워낙 개봉관을 적게 잡은데다 영화 자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해 급기야는 배우생활을 접고 아버지가 사는 호주에 건너가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나 평소 각종 기예와 무술로 단련된 성룡의 스턴트에 관심을 가졌던 매니저 진자강은 그를 다시 홍콩으로 데려와 본격적인 영화배우의 길을 걷도록 권유합니다.

ⓒ Madacy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 역사적인 만남으로 인해 성룡은 나유 프로덕션과 전속계약을 맺고 주연급으로 기용되는데요,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1976년작 [신 정무문]입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일본인들의 만행에 분노한 대만 청년으로 분해 이소룡을 벤치마킹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연기 스타일이나 외모, 그리고 인상은 이소룡과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어서 나유 프로덕션에서 시도했던 일련의 작품들은 흥행실패를 거듭하게 되었지요. 히트작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주연배우 성룡과 그에게 이소룡의 모습을 씌우려는 나유 감독의 과욕은 점점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합니다.

ⓒ Lo Wei Motion Picture Company. All rights reserved.


그러던 중 성룡이 잠시 오사원 프로덕션으로 임대되어 두 편의 영화를 찍게 되는데, 원화평 감독과 함께 만든 [사형도수]와 [취권]은 아이러니하게도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하며 성룡의 연기인생을 바꿔놓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해서 이소룡 사후의 대안을 찾던 홍콩영화계는 오랜 시행 착오를 거친 뒤에야 성룡이라는 배우에 꼭 맞는 코믹 쿵푸영화의 트렌드를 형성하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홍콩영화계는 특유의 싸구려 근성을 발휘하게 되지요.

'성룡'이라는 이름 하나로 흥행이 보장되는 시대가 도래하자, 제작사들은 앞다퉈 코믹 쿵푸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그토록 성룡에게 이소룡이 되기를 강요했던 나유 감독마저도 성룡에게 감독직까지 넘겨가며 그를 붙잡아두려 한 것이지요. 가장 황당한 일은 단지 성룡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룡의 얼굴이 들어간 일련의 짜깁기 영화들까지 등장했다는 겁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소권괴초 2: 용등호약]이라는 작품과 오늘 소개할 [조수괴초]입니다.

ⓒ Soon Lee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 [조수괴초]는 태생부터가 매우 괴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선 이 작품이 개봉된 시기는 [취권]의 대히트 직후인 1979년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성룡의 모습이 1970년대 말의 성룡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이말이죠. 무려 10년은 젊어보이는데, 허... 아무리 봐도 이상합니다. 우선 영화의 내용부터 살펴보지요. (주의: 스토리는 국내 개봉판을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그 이유는 이따가 설명하도록 할게요)

영화가 시작되면 악당과 세명의 제자가 옥신각신합니다. 악당은 그 마을의 관리로 임명된 장씨를 제거하라고 제자들에게 시키지만 그 중 두명이 이 명령에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지요. 사부의 명을 어긴 두 사람과 악당의 대결이 벌어지고 마침내 한 사람이 부상을 입고 쓰러지자, 남은 한명은 자신의 아들을 잘 보살펴 달라며 친구를 피신시키고 홀로 맞서다가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합니다.

ⓒ Soon Lee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제 장면이 바뀌면, 한 꼬맹이가 도장에서 몰래 무술수업을 훔쳐보다가 걸리는데, 수업료를 안냈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난 아용은 집에 가는 도중 왠 거렁뱅이를 만나게 되어 그때부터 그에게 공짜로 무술을 전수받게 됩니다. 사부는 어린 아용의 바지를 벗긴뒤 뱀이 담긴 자루에 넣고 외적인 요인에 흔들리지 말라는 둥 엽기적인 수업방식으로 그를 훈련시키지요.

ⓒ Soon Lee Films. All rights reserved.


세월이 흘러 청년으로 성장한 아용은 삼촌의 식당에서 알바나 하며 지내는 비정규직 근무자로 살아가는데 동네 양아치들이 자꾸 그 앞에서 깐죽댑니다. 그러다가 분노의 응징을 하고 나면 아용의 아버지는 '내가 너 쌈박질 하라고 무술을 가르친줄 아냐'며 아들을 나무랍니다. (아니 등록금이 없어 도장에서 내쫓긴 건 또 뭐고... ㅡㅡ;;) 정신 못차린 양아치들의 행패는 계속되고 그 때마다 정의감에 불타는 아용은 이들을 혼내주지요. 하지만 아용의 아버지는 이 같은 아들의 행동을 이해하기는 커녕 급기야 깨진 유리조각이 담긴 항아리에 정권을 내지르라는 끔찍한 체벌을 가합니다. (아빠맞아? ㅜㅜ)

그러나 싸움을 극구 만류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아용의 사부는 오히려 싸움을 독려하는데요, 뭐 어쨌거나 이 '어쩌라고'의 상황속에서 아용은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되고, 친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동네 양아치들의 우두머리는 이 사실을 은폐하고자 아용과 그의 양부를 살해하려 하고... 이렇게 영화는 최후의 결전을 향해 달려간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자 이게 바로 한국에서 개봉한 [조수괴초]인데요, 알기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Soon Lee Films. All rights reserved.


근데, 이게 북미판으로 보게되면 내용이 이렇게 바뀝니다.

ⓒ Soon Lee Films. All rights reserved.


헐... 아니 왜 같은 영화인데도 편집이 이렇게나 다른걸까. 비난 이 영화의 미스테리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조수괴초]가 등장하는 시기는 성룡의 '코믹연기'가 인기를 누리던 시절입니다. 근데 이 작품에서의 성룡은 엄청나게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하지요. 게다가 왜 성룡의 사부인 원소전의 등장씬에서는 성룡과 맨얼굴을 마주하는 장면이 없는 것인지, 클라이막스의 대결씬은 왜 양쪽 모두 얼굴의 반은 덮는 눈가리개를 하고 싸우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못할 일 투성이입니다.

그 원인은 간단해요. 이 작품의 오리지널은 서두에서 언급한 [광동소노호]이기 때문입니다. 즉, [조수괴초]는 [광동소노호]의 성룡 등장씬을 베이스로 해서 앞뒤 이야기를 잘라붙여 편집을 새롭게 만든 짜깁기 영화인 겁니다. 여기에 [취권]을 기점으로 트렌드가 되어버린 소화자 사부의 캐릭터가 첨가되어 영화는 한층 코믹한 분위기를 내포하게 된 것이지요.

짜깁기를 하다보니 여러가지 어거지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것이 눈가리개를 하고 싸우는 권법의 설정입니다. 대역배우가 등장하니 당연히 얼굴을 가려야지요.(아 이름모를 무명배우의 슬픔이여 ㅜㅜ) 원소전과 대면하는 장면에서도 머리를 냅다 후려갈겨서 얼굴을 감싸쥐게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사합니다.

ⓒ Soon Lee Films. All rights reserved.


심지어는 [취권]의 트레이닝 장면도 버젓이 삽입되어 있다능... ㅡㅡ;;;

ⓒ Soon Lee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렇듯 성룡의 갑작스런 인기에 편승한 괴작 [조수괴초]는 수많은 판본으로 소개됩니다. 북미 제목만해도 'Master with Cracked Fingers', 'Snake Fist Fighter', 'Snake Fist Ninja' 등으로 알려져 있고, 아시아 시장에서는 [조수괴초]를 비롯 [조수영웅], 우리 나라에서는 [영웅아용]이라는 비디오 제목으로도 발매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수괴초]를 [취권]이 개봉된지 10년이 지난 1989년에야 개봉하게 되는데, 이때 소개된 문구는 '성룡 한국상륙 10주년 기념작'이었다.

 

이렇듯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성룡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수괴초]는 특별한 괴작이긴 합니다만, 정작 성룡 본인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P.S:

1.영화의 메인 악당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황정리, 황인식 등과 함께 무술영화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권영문입니다. 이분은 훗날 성룡의 또다른 괴작 [소권괴초 2: 용등호약](1983)과 [프로젝트 A 2](1987)에도 출연하게 되지요.

2.[영웅본색 2]의 석천과 원표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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