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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베이젼 - 1억 달러짜리 배달의 기수

페니웨이™ 2011. 3.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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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시의 연방검사가 될 하비 덴트는 오랜 하사관 생활을 마치고자 전역서를 낸 직후에 작전명령이 발효되어 말년에 꼬여 버린 병장꼴이 되고 맙니다. 나비행성에서 항명죄를 저지른 트루디는 지구로 복귀해 외계행성에서 복무한 경력을 인정받아 기술팀에 배속됩니다. '초대박닷컴'을 운영하다 트랜스포머들의 싸움에 휘말린 리오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사관학교에 입학, 우수한 성적으로 장교가 되어 첫 임무를 받게 되는데 이들이 맡게 되는 작전은 하필이면 외계인들의 침공을 막아내는 일입니다. 자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정말 대단하겠지요? 어떤면으로는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물론 위에서 제가 대충 갖다붙인 그런 스토리는 아니지만 [다크 나이트]나 [아바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서 비중있는 조연을 맡았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월드 인베이젼]은 외계인들의 지구침공을 다룬 SF 영화입니다. 이 작품을 보기 전에 사실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불과 3개월 전에 수많은 관객들을 낚아올려 예상외의 대박을 터뜨린 [스카이라인]의 악몽이 아직 가시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설마 이번엔 1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인데... 그렇게까지 낚이기야 하겠습니까?

그럼 진짜 영화로 들어가 봅시다. 이 작품은 여기저기 포성이 울려퍼지고 다급하게 헬기에 오르는 군인들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전시상황인건 분명한데, 여기가 어딘지,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도심이 쑥대밭이 된 것으로 보아 미국 본토인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영화는 24시간전의 상황으로 돌아갑니다.... 잠깐.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전개인데? 헉! [스카이라인]의 초반과 너무 유사하지 않습니까?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 Columbia Pictures, Relativity Media, Original Film. All rights reserved.


영화는 사건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군바리들의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대충 이놈들이 주인공들이고 그 중에서도 눈여겨봐둘 놈들이 누구인지를 사전에 인지시켜주는 과정이죠. 각 캐릭터의 성격따윈 과감히 잊으셔도 좋습니다. 개중에는 결혼을 눈앞에 둔 사병과 아내가 임신중인 소대장도 있는데, 그들이 가진 절박한 사정따윈 극의 전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쓰잘대기 없는 사족일 뿐이니까요.

지루한 전개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인 외계인들의 지구침공이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하비 덴트, 아니 낸츠 하사는 작전 수행중 부하를 희생시킨데 대한 죄책감으로 전역서를 재출한 상태이지만 긴급한 작전인지라 다시 한번 전장에 배치됩니다. 이들의 임무는 도심에서 구조를 요청한 민간인들을 구출해 전진기지로 귀환하는 것인데, 3시간 후에는 도심 전체에 폭격이 가해질 것이기 때문에 꽤나 위험한 임무라고 할 수 있죠. 바로 이 구출작전과정이 영화의 주요 내용인 셈입니다.

다행히 [월드 인베이젼]은 [스카이라인]과 같은 얍삽한 SF영화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사실 [월드 인베이젼]의 제작진은 [스카이라인]측을 법정고소한 상태죠) 하지만 기존 외계인 침략을 다룬 SF 블록버스터의 특징과는 달리 [블랙 호크 다운]이나 [허트 로커] 같은 밀리터리 액션물에 장르적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총성이 울려퍼지고, 탄피가 날아다니며 포탄이 떨어지는 전장의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깁니다. 장면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훌륭합니다. 어디서 보고 배운건 있는지 핸드헬드로 화면을 정신없이 흔들어대면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꽤나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거든요.

ⓒ Columbia Pictures, Relativity Media, Original Film. All rights reserved.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겁니다. 관객들이 다큐멘터리를 보러 극장을 찾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영화라면 영화다운 기승전결과 드라마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월드 인베이젼]은 외계인과 만나 총질을 해대다가 잠시 쉬고, 또 총질하고 쉬고, 이런 과정의 무한 반복입니다. 만약 이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블랙 호크 다운] 같은 전쟁영화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전쟁은 현실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월드 인베이젼]의 적은 외계인이에요. 그것도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아무리 적이라 해도 같은 인간을 죽여야 하는 것에서 오는 일말의 죄책감마저 거세시킨 이 영화는 아주 맘놓고 적들을 '학살'합니다. 그러니 감흥이 있을 수가 없죠. 비주얼은 현실적인데, 정작 이들이 싸우는 대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니 이런 괴리감을 극복하기에는 영화가 너무 엉성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적어도 외계인이라는 존재에 설득력을 부여하려면 [디스트릭트 9] 정도는 되어야 한단 말이죠. [월드 인베이젼]의 외계인은 지구를 침공할 정도로 배짱있고, 고도의 문명과 지능을 가진 존재치곤 캐릭터 디자인부터가 성의없고, 멍청해 보입니다.

시종일관 미국 해병대 만세를 외치는 군 홍보용 멘트는 그야말로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트랜스포머]에서 미군 홍보영상을 스타일리시하게 뽑아낸 마이클 베이는 그야말로 천재에요. 1억 달러짜리 영화에서 '배달의 기수'를 느끼는 이 색다른 경험이라니...

대기만성형 배우로 모처럼 [다크 나이트]로 주목받은 애론 에크하트에게도 이 작품은 그리 좋은 경력으로 남을 것 같진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여전사 이미지가 강한 미셸 로드리게스도 너무 그녀 스스로의 이미지를 쓸데없이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그녀의 연기력을 아는 사람에게는 이런 팝콘무비로 전성기를 날려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고 여길 겁니다. 부디 다음에는 좀 더 진지한 드라마에서 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P.S:

1.외계인과 싸우는 해병대의 이야기는 기실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다른거 보지 말고 [에이리언 2]를 보세요. 제임스 카메론이 왜 천재적인 엔터테이너인지를 새삼 깨닫게 될겁니다.

2.다들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모토로 한 작품입니다. 1942년 2월 24일 L.A 지역에서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미군의 대응사격이 있었던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3.다른 리뷰를 보니 외계인의 침공원인이 '물'이었다는 점에 대해 무척이나 집요하게 공격적으로 쓴 글이 있더군요. 전 이 부분을 지구의 물부족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영화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 진지함이여서 오히려 코미디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거죠.

4.상영시간이 거의 2시간입니다. 막판의 하이라이트는 정말이지 오버질의 극치더군요. 뭐 매킨토시와 호환되는 외계인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는 [인디펜던스 데이]에 비할 것은 못되지만.

5.자꾸 요즘 번역 문제를 언급해서 미안합니다만 도대체 'Please don't leave me'를 어떻게 번역해야 '날 지켜준다고 했잖아요'가 되는 겁니까?

6.차라리 괴작 한편을 건저올렸다는 아스트랄한 기쁨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선 [스카이라인]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는 욕구가 없는것도 아닌게 아니지 아니라...... 관건은 누가 먼저 속편을 만드느냐 하는 것.

7.극장안에 약간 정신이 이상한 남자가 하나 있었는데, 끝나고 극장문을 나서며 툴툴대는 겁니다. '핵폭탄이나 쏠 것이지.... 그거 한방이면 다 끝나잖아!' 음...... 반박을 못하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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