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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스위프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걸리버 여행기]는 지금까지 20여편이 넘는 TV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닳고 닳은 이야기입니다.  소인국 릴리풋에 도착한 걸리버가 뜻하지 않게 거인행세를 하며 왕국의 일에 관여하게 되는 모험담을 그린 이 소설은 아동용으로 각색된 버전이 더 많이 알려진 탓에 원작이 지녔던 인간 혐오적인 날카로운 풍자성은 대중에게 크게 부각되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제작된 [걸리버 여행기]가 개봉된다고 했을 때 기존 작품들의 틀을 깨고 조금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 않았습니다. 고전의 현대적 컨버전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원작의 무게감을 생각해본다면 지금쯤은 이례적인 수작이 나와준다해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뭐 주연배우가 잭 블랙이고 제작까지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땐 그런 기대를 접었지만요. 물론 정극연기에서도 기대치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잭 블랙이지만 예상처럼 영화는 전형적인 잭 블랙식 코미디를 선택했습니다.

ⓒ 20th Century Fox. All Right Reserved.


[걸리버 여행기]는 원작의 설정을 21세기의 현대로 바꾸어 전개해 나갑니다. 주인공 걸리버(잭 블랙 분)는 [스타워즈] 오타쿠에, 빌딩의 우편물 관리자로 10년째 전혀 장래성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심한 인물입니다. 게다가 소심하기는 또 얼마나 소심한지, 5년째 짝사랑만해오던 여성인 달시(아만다 피트 분)가 시간있냐고 넌지시 마음을 떠봐도 '바쁘다'며 정색하는 답답한 친구지요. 그러던 어느날 그는 달시에게 환심을 사기위해 인터넷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여행기를 제출한 것을 계기로 버뮤다 삼각지대를 탐사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는 정체불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소인국인 릴리풋에 도착하게 된다는 이야기이지요.

뭐 너무나도 잘 알려진 스토리인 탓에 굳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걸리버 여행기]에서 초점을 맞춘건 루저가 자신감을 얻었을 때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뭐 그런 통속적인 주제의식입니다. 당연히 그 루저 역에는 딱 보기에도 땅딸보에 찌질해 보이는 잭 블랙이 적역인 셈이지요. 사실 잭 블랙은 영화의 99%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잭 블랙의 이미지를 마음껏 소비하며 관객들을 시종일관 B급 유머의 바다에서 헤엄치도록 만듭니다.

여성관객들의 입에서 '어우~~'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만큼 끔찍한 화장실 유머는 기본이요, 'G패드'나 '걸빈 클라인' 같은 각종 상업 브랜드의 패러디에 더해 [스타워즈], [타이타닉], [로미오와 줄리엣], [트랜스포머] 등을 패러디하는 부분은 정말이지 허를 찌르는 웃음을 선사합니다. '가바타'가 등장하는 순간에는 그야말로 빵 터지고 말았어요.

ⓒ 20th Century Fox. All Right Reserved.


그러나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이러한 잭 블랙의 유머에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의 짐을 덜어줄 만한 서브 캐릭터나 영화적인 장치가 거의 전무하다는 건 이 작품의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3D라는 기술적 외형은 그저 페이크에 불과해요. [걸리버 여행기]는 3D없이 즐겨도 전혀 지장이 없는 영화입니다. 1인 코미디에 익숙한 잭 블랙의 상품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기존 영화들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건 최근 한국배우 임창정이 동일한 이미지의 과잉 반복으로 식상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것과 유사한 패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얼마전 발표한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잭 블랙이 올랐다는 건 그러한 우려의 증거입니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논리적인 기승전결이나 색다른 주제의식을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사실 전쟁놀이로 세월을 보낸 두 왕국을 화해시키는데 잭 블랙의 노래 한방으로 해결된다는 마무리는 정말이지 황당할 따름이거든요. 그저 90분간 웃고 즐기다가 나오자는 생각이라면 크게 후회할 건 없겠습니다만 문제는 1인당 16000원이나 되는 거금을 투자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지요. [아바타]의 상업적 성공이 관객의 호주머니 사정을 봐주지 않게 된 작금의 현실은 정말 재고해봐야 할 문제같습니다.


P.S:

1.요즘 자꾸 지적합니다만 번역 좀 제발 신경 씁시다. 어떻게 하면 'Beast'가 '괴물'이 되는 겁니까? 그렇다면 'Beauty and the Beast'는 '미녀와 괴물'로 번역해야 합니까? 게다가 극 중 걸리버는 [스타워즈]의 덕후란 말입니다. '밀레니엄 팰콘이 그립지 않나요?'를 어떻게 그런식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까? 제발 관객의 수준을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2.아이폰의 PPL는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전세계 공통으로 아이폰 사용자라면 귀에 익숙한 문자착신음만으로도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니 말입니다. ㄷㄷㄷ

3.걸리버 하니까 제가 최초로 사용했던 PCS폰의 브랜드가 생각나더군요. 지금은 사라진 현대통신에서 만들었던 휴대폰 브랜드 중에 '걸리버'가 있었죠. 당시 CM송은 이렇습니다. '걸면 걸리는 걸리버~' 아... 썰렁하다.

4.영화 시작전의 단편 애니메이션은 너무 좋았습니다. [아이스 에이지]의 감초 스크랫의 슬랩스틱을 제대로 보여주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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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장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료 영화 예매권 두장이 생겼는데(5분 줄서서 공짜표 두장 얻었다는 ㅎ) 이거랑 평양성을 볼까 어쩔까 고민했던 .. 그런데 바뻐서 그냥 트랜스포머3 나올때 까지 묵혀 두어야 겠어요 ㅋ
    걸면 걸리니까 걸리버 지예~~~
    기억 하시는 군요 ㅎ

    2011.01.31 12:33
  3. 이준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하도 소인국 이야기만 들은 탓에 어느 만화에서(문화방송에서 방영하던 한국 합작의 만화가 아니라 그야말로 미국 명작극장식) 후반부에 거인국 이야기가 나왔을때 황당했던 생각이 나네요. 하기야 대학 졸업하고 헌책방에서 건진 영문판으로 원서를 봤을때 역시 뭔가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옛날에 KBS에서 소인국 편이었지만 나름 원작의 어두움을 잘 반영한 만화를 한 걸로 기억합니다. 정확하게는 만화와 실사를 합친 이야기인데(걸리버는 실사, 나머지는 만화) 소인국 두 나라의 전쟁의 원인을 원작을 그대로 옮겨서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하고 결말은 이쪽 나라에서 배신당한 걸리버가 죽을 위기를 넘기고 탈출해서 영국으로 간다는 이야기였죠. 나름 원작의 풍자와 현실감을 반영했다고나 할까요? 웃음

    3.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어느 단어가 우리가 지금 물리도록 듣는 어느 포털사이트 이름의 기원이지요 ㅋ

    2011.01.31 13:54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2번에 말씀하신 그 작품은 저도 본 기억이 납니다. 어렸을때 봐서인지 '어? 걸리버가 이렇게 냉소적인 면이 있었나?'싶었던.. 굉장히 이질감을 느꼈더랬죠.

      2011.01.31 16:27 신고
  4. Shai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기만 해도 유쾌한 배우였었는데 이제는 약간 식상한 느낌도 들고 그런가봐요 ^^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도록 한번쯤 봐야겠습니다...

    2011.01.31 15:30
  5. 칼럼티스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머는 좋지만 왠지 저런 코미디는 전 좀......음.. 그냥 꺼려진다고나 할까요? 가만히 있었어도 웃길 수 있는 원작을 가지고 굳이 웃기려고 애썼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좀 진지해져도 괜찮았을텐데요.

    2011.01.31 16:25
  6. 그리고르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고편이 다일거 같은 영화 1위 ㅋㅋ 예고편 보면 좀 재밌을거 같은데 막상보면 생각만큼은 아닐거 같은 영화 같에요 ^^ 스쿨오브락에선 나름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주연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ㅋ

    2011.01.31 16:43
  7.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잭블랙을통해 스쿨오브락같은 느낌을 받기는 힘든가요...ㅠ.ㅠ

    2011.01.31 18:09
  8. Lipp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의 촬영일기에 대한 인터뷰를 봤는데, 잭 블랙이 너무 웃기는 바람에
    스탭이며 모두가 정신이 없었 촬영이 자주 중단 됐다는군요. ^^
    뭐 안봐도 상상이 가지만요 ,, 잭 블랙은 그냥 쳐다만봐도 웃음이 나온다는 ,, ^^

    2011.01.31 19:23
  9. 최강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맨 마지막 사진은.. 스타의 마린????????? -_-

    2011.01.31 20:04
  10. 77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년 동안 눈팅만 했는데 이제 처음으로 댓글 올리네요^^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2011.01.31 21:54
  11.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C '모여라 꿈동산'에서 걸리버 여행기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라퓨타 까지는 했었는데 마지막에 하늘 섬에서 탈출하려는 부분에서 중단되고 더 안하더군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말의 나라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든 작품이 과연 존재할지 의문입니다.)

    2011.01.31 23:25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거.. 이제야 생각나네요. 모여라 꿈동산의 탈바가지..ㅎㅎ

      2011.01.31 23:47 신고
    • Roomside  댓글주소  수정/삭제

      라퓨타까지 간 작품이 그래도 있었군요
      언젠가 라퓨타가 걸리버에서 차용된거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미야자키 하야오 옹의 광팬에게
      웃음거리가 되었던 적이....ㅠㅠ

      2011.02.01 09:49 신고
    •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애니메이션에서 '라퓨타'가 스위프트의 소설에 나온거라는 언급이 나오는데 그건 제대로 보지 않은 모양이군요.

      2011.02.03 00:54
  12. 적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잭블랙은 이젠 어떤 영화에 나오든 무조건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것 같네요.

    짐캐리가 에이스벤츄라에서 엉덩이로 대사를 치며 개그를 했어도
    다른 영화에선 다른 방식으로 재미를 줬었건만...

    잭블랙은 블랙코메디를 하면 참 좋을것 같은데 아쉽네요.
    뭐, 그래도 가벼운 코메디물로 볼 생각이긴 하지만요.

    2011.01.31 23:46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당분간은 이 캐릭터로 계속 갈거 같은데 과연 언제까지 먹힐것이냐가 관건이겠죠. 벌써부터 식상하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들려오고요.. 그닥 좋은 징조는 아닌듯.

      2011.01.31 23:48 신고
  13.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국에서도 시사회를 안 거치고, 게다가 망하기 좋은 시기에 개봉해서 이미 완성도는 꿈도 희망도 없어 보였긴 합니다.

    그리고 잭 블랙도 자기 이미지를 너무 소진만 했다가는 자기 앞의 수 많은 선배들처럼 한방에 훅갈 확률이 높아서 더더욱 걱정이고요. 제가 보기에는 이 사람 아직 그 안의 가능성을 재대로 풀어놓지도 못한 거 같거든요.

    2011.02.01 02:41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영리한 배우니까 뭔가 변화를 보여줄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자신도 현재의 이미지가 한계에 왔다는걸 어느정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또 터네이셔스 D도 나름 잘 하고 있잖아요? ㅎㅎ

      2011.02.01 09:45 신고
  14.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심 좀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웃다 지칠만한 영화라니 챙겨 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군요.
    연휴 중에 시간이 많이 남으면 보러 가야겠습니다. 크
    잭 블랙의 캐릭터가 재미있긴 하지만 영화 한 편 내내 그것만 보기엔 좀...

    2011.02.01 08:47 신고
  15. 키세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걸면 걸리니까, 걸리버지예~

    국내버전 한정으로 할리씨가 잭 블랙의 더빙을 맡는 망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다음주 정도에 보러갈건데... 흠... 평이 좋지 않은 듯 해서 살짝 걱정중.

    잭 블랙은 참 좋아라하는데 말이죠. "이어 원"도 그렇고;;;

    2011.02.01 09:45
  16. spaw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로봇이라는 인도영화에 말이 많은 것 같은데 혹시 이것도 괴작열전에 추가하실 예정이십니까?
    예고편을 보니 처음에는 무슨 홍콩영화로 착각한 작품이기에 혹시 괴작열전에 소개된 작품인지 확인한 1인입니다.

    2011.02.01 15:32
  17.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월요일 저녁에 보고 왔습니다.
    영화 전체적으로는 일단 비추. 코미디의 리듬감이 영 나쁘네요.
    자제해야 할 때 과하게 가고 더 막나가야 할 때 소극적인지라 은근히 괴작스런 느낌마저 주더군요.

    다만 은근히 원작을 닮은 부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나름 즐겁게 보았습니다.
    원작에서 걸리버라는 캐릭터 자체가 속물적이고 얄팍한 사람이잖아요.
    잭 블랙이 그려낸 걸리버라는 캐릭터는 그 본질에는 상당히 접근했다고 생각합니다.
    거인국 부분을 좀 더 길게 가져가고 결말부를 좀 쳐냈으면 좋았을텐데...

    중간에 자막이 안 나와서 애꿎은 롯데 시네마를 욕했는데 알고보니 저작권 때문이었더군요...-_-;

    2011.02.02 03:18
  18.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걸리버 여행기가 언제쯤 그 원작 내용에 충실하게 탄생될지 궁금합니다. 원작의 내용을 읽어보면 절대 밝은 내용이 없으니 말이죠.

    2011.02.02 19:36
  19.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이런 미국식 개그 영화도 질립니다.
    걸리버 라면 대중적이면서도 뭔가 전혀 다른 심오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만들수도 있었는데, 그런 생각은 전혀 없는걸로 보이네요......
    헐리우드가 상업적인것은 불만이 없는데 계속 아동용 블럭버스터만 만드는것이 너무 불만입니다.

    2011.02.06 20:55
  20. 총체적난국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작전에 단편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나요?
    CGV에서 봤는데 그런건 없었는데;;;
    이거 뭐지...

    2011.02.08 22:17
  21. 란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백지구 활성화를 위한 2011년 쥬네브 3,000만원 특별이벤트가 진행중입니다. 많은 참여바랍니다. http://www.yongini.com/junwave

    2011.02.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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