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솔트]를 정의하자면, '안젤리나 졸리의, 졸리에 의한, 졸리를 위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목을 [솔트]가 아니라 [졸리]라고 바꿔도 이상하지 않을 본 작품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현존하는 여배우들 중 가장 발군의 액션 연기를 소화해 내는 자신의 상품적 가치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물론 [툼 레이더]나 [원티드], [미스터 & 미시스 스미스]에서도 시원한 액션을 보여준 그녀였지만 [솔트]가 그녀의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좀 더 날것 그대로의 느낌, 말하자면 '제이슨 본' 시리즈를 통해 관객들이 느꼈던 현실적인 액션을 여성 버전으로 가져왔다는 것이리라.
실제로 [솔트](아, 글을 쓰는 도중에도 자꾸 [졸리]라고 오타를 낸다 -_-;;)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맞고, 구르고, 달리고, 매달리는 고난도 액션을 무리없이 선보이고 있다. 웬만한 남자배우들도 하기 힘든 강도높은 액션씬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성별의 핸디캡이 별로 느껴지지 않을만큼 그녀의 액션연기는 탁월하며 독보적이다. 아마 [솔트]에서 안젤리나 졸리를 빼면 영화의 제작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 Reserved.
흥미로운 점은 원래 [솔트]의 각본이 톰 크루즈를 타이틀 롤로 염두에 두고 쓰여진 '남성 액션물'이었다는 사실이다. 톰 크루즈가 맡게될 캐릭터의 이름은 에드윈 A. 솔트였는데, 정작 완성된 각본을 본 톰은 이 역할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미션 임파서블] 1편에서 톰이 맡았던 이단 헌트의 캐릭터 및 설정과 너무 비슷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에 콜럼비아 픽쳐스의 에이미 파스칼은 필립 노이스 감독에게 이 역할을 안젤리나 졸리에게 맡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언젠가 졸리가 공식석상에서 여성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한 프랜차이즈물에 출연하고 싶다는 얘기를 떠올리게 된 것이다.
이미 [본 콜렉터]에서 졸리와 손발을 맞춘 바 있는 필립 노이스 감독은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결국 남성 캐릭터인 에드윈 솔트는 여성 첩보원 에블린 솔트로 변경되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거의 모든 액션씬을 스턴트 없이 졸리 스스로가 소화한 이 작품은 전세계 2억 9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둬들이며 여름철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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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시된 [솔트] 블루레이는 총 3가지 버전이 심리스 브랜칭 (seamless branching) 기법을 통해 한 장의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판본은 극장판과 감독판, 그리고 확장판이다. 각각의 판본은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며, 특히 극장판과 확장판은 엔딩장면이 전혀 다르므로 나름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하다. 각 판본에서 무엇이 추가되었는지를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새로 추가된 장면에서는 우측 상단에 조그맣게 과녁 표시가 나타나도록 별도의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새롭게 추가된 판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 아래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영화를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읽지 마시길 권한다.
감독판 (Unrated Director's Cut)
1.오프닝에서 솔트가 북한군에게 고문당하는 장면이 추가됨. 상대가 아무리 천하무적의 솔트라도 한 여성이 무자비한 린치를 당한다는 점에서 그리 아름다운 장면은 아니므로 극장판에서의 삭제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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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솔트가 CIA 선서를 하는 장면 포함. 원래 극장용 예고편에서는 포함되었으나 본편에서는 잘려나갔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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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러시아 대통령 암살 직후 경찰차로 후송되던 솔트의 회상씬 추가. 유년시절의 나타샤(솔트의 본명)가 성형수술을 한 직후 동급생인 스네이더에게 자신은 이제 에블린 솔트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대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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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편이 올로프에 의해 살해당하는 장면이 바뀜. 원래 극장판에서 솔트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올로프의 아지트로 가지만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남편은 올로프의 부하에게 총을 맞고 즉사한다. 그런데 감독판에서 솔트의 남편은 지하 창고에 감금되어있다가 솔트가 내려다 보는 앞에서 서서히 차오르는 물에 의해 익사하고 만다. 이 두 판본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극장판에서의 솔트가 액션을 취할 새도 없이 남편을 잃게되는 반면, 감독판에서의 솔트는 남편의 죽음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처럼 묘사되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적들을 제압하고 남편을 구하기에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긴 하다) 이 부분은 나중에 확장판을 설명하면서 추가로 언급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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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통령의 사망. 극장판에서는 미합중국 대통령이 테드의 가격에 의해 기절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감독판에서는 테드가 대통령을 총으로 쏴 버린다. 이는 감독판의 엔딩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6.엔딩씬. 헬기로 압송당하던 솔트가 피바디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면서 숲속을 달리는 장면은 극장판과 동일하다. 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새로 취임한 대통령 담화문 발표 내용이 추가되었다.
확장판 (Unrated Extended Cut)
1.오프닝의 고문장면, CIA 선서장면, 추가된 회상씬 등은 감독판과 동일.
2.남편의 살해장면 역시 감독판과 동일하다. 그러나 극장판이나 감독판과는 달리 확장판에서는 솔트가 올로프 및 올로프의 동료들을 일망타진하는 화끈한 장면이 통째로 삭제되어 있다. 그 이유는 물에 빠져 죽어가는 남편의 살해를 묵인할 수밖에 없던 솔트가 나중에 '올로프' 한 사람에게 복수하는 장면에서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3.얼터너티브 엔딩. 극장판 및 감독판과 완전히 다른 엔딩이다. 솔트가 테드를 제거한 직후 솔트는 병원에 격리되는데, 이곳에서 솔트는 누가 핵무기 발사를 멈추었는지 묻는 피바디에게 모든 러시아 첩보원이 어금니 뒤에 자살용 독극물을 숨기고 있으며 자신이 테드를 직접 제거한 것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여기서 솔트가 남편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심한 자책감을 드러내며 곧이어 그녀는 자살시도를 위장해 병원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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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면은 올로프가 은신하고 있는 한 러시아 정교회 건물로 바뀌는데, 수녀로 변장한 솔트가 나타나 올로프를 물속에 수장시켜 버린다. 이는 자신의 남편을 죽게한 올로프를 동일한 수법으로 제거함으로 그녀의 복수극을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즉, 극장판이 냉혹한 암살자의 본색을 드러낼 속편으로의 암시를 선택했다면, 확장판은 남편을 잃은 아내의 사적인 복수에 보다 비중을 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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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p AVC/MPEG-4 비디오 코덱을 사용한 [솔트]의 비디오 퀄리티는 시원시원한 액션을 감상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만큼 깨끗한 영상을 제공한다. 다만 간혹 일부 암부화면과 몇몇 장면에서는 미세한 그레인 노이즈가 존재하는데, 말 그대로 미세한 수준이므로 전체적인 비디오 퀄리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 원본 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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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DTS-HD 마스터링 오디오 소스를 사용한 사운드 부분은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탁월하다. [솔트]에는 거의 쉴틈 없이 논스톱으로 고난도 액션씬이 등장하는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박력만점의 사운드는 가히 인상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사의 전달도 매우 또렷하고, 음의 분리도와 BGM 및 효과음의 믹싱도 훌륭하다. 필자가 올해 청취한 블루레이 음원 중에서는 가장 멋진 사운드를 선사한 작품이다.
▶ Spy Cam: Picture in Picture (극장판)
극장판을 기준으로 화면 우측 하단에 조그마한 창에서 각 영화의 장면과 관련된 메이킹 필름과 스탭들의 코멘터리 영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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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Ultimate Female Action Hero
다이나믹한 액션을 펼치는 솔트 역할을 안젤리나 졸리가 어떻게 소화해 냈는지를 보여주는 메이킹 필름. 스턴트나 대역없이 대부분의 고난도 액션을 스스로 소화한 졸리의 프로근성과 스탭들의 무한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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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Real Agents
실제 냉전시대에 첩보전에 참여했던 전직 KGB요원 및 CIA요원들의 인터뷰 동영상. 첩보원으로 살아가는 삶이 어떠한지, 타국에서 체포되었을 때의 실제 상황, 변장 업무, 임기응변으로 장비나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 일 등 경험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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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y Disguise: The Looks of Evelyn Salt
극 중 에블린 솔트의 다양한 변장술에 대한 이야기. 특히 안젤리나 졸리를 남자로 변장시키는 특수 보철분장에 대한 설명은 무척 흥미롭다. [미션 임파서블]의 '가면신공'이 영화속의 설정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가능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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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odern Master of the Political Thriller: Phillip Noyce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 등 첩보 스릴러에서 두각을 나타낸 필립 노이스 감독에 대한 이야기. 여기서 알게된 흥미로운 사실은 필립 노이스의 부친이 실제 호주의 첩보기관인 'Z포스'의 스파이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스파이 관련 업무의 해박한 지식을 듣게 된 노이스 감독은 특히 스파이 관련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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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lse Identity: Creating A New Reality
실제인 것 같은 화면이 실제로는 CG로 제작된 것임을 보여주는 부가영상. 가령 백악관 정문으로 차량이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장면은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실제로는 거대한 주차장에서 촬영을 마친 뒤 나머지 정문, 나무, 백악관 및 다른 차량 등 모든 오브젝트를 CG 처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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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LT: Declassified
30분짜리 부가영상으로 사실상의 메인 메이킹 필름. 주인공 솔트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 그녀의 정체인 러시아 이중 첩자의 실존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프로덕션 디자인과 로케이션 장소, 액션 코디네이팅 등 영화 전반의 제작과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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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Treatment" Radio Interview with Phillip Noyce
엘비스 미첼과 필립 노이스의 라디오 인터뷰. [솔트]에 대한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이킹 영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감독의 변,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으며 러셀 크로우와 함께 차기작으로 진행 중인 팀 윈튼 원작의 [더트 뮤직]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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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자막은 없지만 감독의 음성 코멘터리가 포함되어 있다.
비록 [솔트]라는 작품 자체가 참신하다거나 획기적이지는 않더라도 필립 노이스가 보여준 정공법은 지나치게 앞서나가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냉전시대 정통 스파이 액션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21세기 스파이 영화의 트렌드를 바꾼 제이슨 본 시리즈의 아우라를 벗어나기에는 졸리의 투혼 외에 플러스 알파가 될 만한 요소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한 영화라 하겠다. 조금은 지친듯한 필립 노이스 대신 보다 세련된 감각의 신세대 감독이 자리를 이어받아 속편을 멋지게 만들어 준다면 -마치 폴 그린스래스의 [본 슈프리머시]가 시리즈의 전복적 분기점이 되었던 것처럼- 성공적인 시리즈물로 변모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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