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 밤. 하버드에 재학중이던 마크 주커버그는 같은 기숙사 학생들의 페이스북을 불러보고 있었다. 문득 그는 페이스북에 담긴 사진을 이용해 'hot or not'을 평가하는 사이트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마크는 새벽 4시가 넘도록 기숙사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수천명의 사진을 다운받는데 성공한다. 약 3일 후에 페이스매쉬 닷컴(Facemash.com)이 개설되고, 22,000건의 투표 기록을 올리며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자가 폭주했다. 마크 주커버그는 순식간에 악명(?)을 떨치게 된다. 누가 알았으랴. 그가 가까운 장래에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페이스북 닷컴의 창시자가 되리란걸.
벤 메즈리치의 우연한 억만장자(The Accidental Billionaires)를 영상으로 옮긴 [소셜 네크워크]는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게 된 과정을 기존의 성공 신화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국내 마케팅사에서 본 작품을 젊은 천재의 성공담인냥 전개시키는 상황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풀어나간 놀라운 수작이다. 소재나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분위기에서 어딘지 모르게 알란 J. 파큘러의 [대통령의 음모]가 연상될만큼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을 보여준 [소셜 네트워크]는 플롯의 완벽한 짜임새와 몰입도에 있어서 데이빗 핀처의 전작 [패닉 룸]을 능가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지금 현역 CEO로서 최연소 갑부반열에 오른 마크 주커버그의 실명과 주변인물과의 일화를 거의 여과없이 보여준다는데 있다. 단순히 한 천재 프로그래머의 성공담이 아니라 성공의 과정에서 붉어져나온 의혹과 스캔들, 그리고 배신과 암투의 내막을 세밀하게 파고들어가며 페이스북 신화의 미담에 커다한 파장을 던진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어 나오는 수많은 사색거리들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 Reserved.
영화는 마크 주커버그가 실연당하는 장면을 오프닝에 담았다. 동정의 여지도 없다. 비호감. 마크 주커버그는 현실세계에서 사회성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한다. 왕따라고 해서 자신이 따돌림 받고 싶어서 그렇게 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마크 역시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홧김에 페이스매쉬를 개설한다. 이 사건은 그를 유명인으로 만들어준것과 동시에 사람들의 비호감도를 더욱 높혀놨다. 특히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그래도 마크는 전진한다. 페이스북이 화제에 오를 무렵, 그는 소송에 휘말린다. 윙클보스 형제의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의혹.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다만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자신이 만든 페이스북을 자랑삼아 말하려해도 그녀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확실한 연애실패. 이를 계기로 마크는 사업의 확대를 결심한다.
페이스북이 점점 성장하자, 그는 사업 확장을 위해 냅스터의 창시자 숀 파커와 손잡는다. 그것이 둘도 없는 절친이자, 사업파트너인 왈도 세브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일지라도. 결국 왈도와 마크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치달으며 관계의 종말을 맞이한다. 뒤이어 페이스북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하는 순간, 그의 멘토이자 새로운 파트너인 숀 파커는 마약소지혐의로 체포된다. 또다시 실패. 현실 세계의 인간관계 있어서 마크 주커버그는 모든걸 잃었다. 그래도 페이스북은 성공했다. 이제 그는 5억명의 사용자가 드나드는 페이스북의 명실상부한 대표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 Reserved.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말하려는 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사색거리도 많으며 복잡한 듯 보이지만 재미와 오락적 요소도 풍부하다. 예술적 경지에 오른 데이빗 핀처의 교차편집이 현재와 과거, 소송과 현실을 오가며 진실에 접근하려 하지만 정작 감독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 중요한건 마크 주커버그가 좋은놈이냐 나쁜놈이냐 따위의 원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서툴기 그지없는 한 청년이 소셜 네트워크 혁명의 기폭제라 말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만들었다는 것. 삶의 아이러니란 이런 것이다.
P.S:
1.우리나라도 인간적으로 이런 작품 좀 하나 만들어 보자. 이런게 진짜 영화 아니겠나.
2.데이빗 핀처의 걸작 반열에 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 거장이라는 표현이 이르긴 하지만 뭐 언젠가는 그에게 돌아갈 칭호다.
3.캐스팅 만점. 무명이지만 진짜배기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어떤 역할에 캐스팅되었는지 알면 자기도 모르게 '푸핫!'하는 소리가 튀어나올 듯. 냅스터로 음반시장을 초토화 시킨 숀 파커가 바로 저스틴이 맡은 배역이다.
4.관객층이 정해져 있는게 유일한 단점. 대체적으로 20대 중반~ 30대 중반이 메인 타겟이 될 듯. SNS를 활용하고 비지니스에도 관심이 많은 연령대의 관객이라면 넋을 놓을 것이며 특히 본업이 개발자라면 아주 환장하고 볼 것임.
5..러닝타임 2시간. 근데 언제 지나간거지? 헐....
6.페이스북을 하고 싶어 졌다.
7.그러고 보면 시대를 앞서 나간 '아이러브스쿨'의 창업자가 빚더미에 앉아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실은 국내 IT환경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실감케 한다. 불쌍하기도하지. 차라리 야후측의 500억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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