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열전(續篇列傳)

속편열전(續篇列傳) : 전자인간 337 - 마루치 아라치의 속편은 어떤 작품?

페니웨이™ 2010. 9. 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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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열전(續篇列傳) No.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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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는 고전열전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리뷰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임정규 감독의 데뷔작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가 15만 관객동원에 성공하며 대히트 한 것과 [로보트 태권브이: 수중특공대]의 판정패는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변화를 감지할 만한 사건입니다. 아무리 태권브이라 하더라도 로봇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확장성에는 엄연히 한계가 뒤따랐다는 것, 반면 순수 국산 슈퍼히어로의 탄생과 인간 중심의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개척분야로 떠올랐다는 것이었지요.

ⓒ 김진희/ 블루미디어. All Right Reserved.


이를 의식한 김청기 감독은 차기작으로 [황금날개 123]이라는, 로봇이 아닌 슈퍼히어로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준비합니다. 그와는 반대로 임정규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로봇 캐릭터의 비중을 대폭 키워 성격을 달리한 [마루치 아라치]의 속편을 준비하게 되는데요, 그것이 오늘 소개할 [전자인간 337]이라는 작품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생각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마루치 아라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 마저 [전자인간 337]이 속편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자인간 337]의 제목을 보면 우선 337이라는 숫자가 눈에 띄지요. 네 337박수가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만 실제로는 전자인간 337의 제작비가 33억 7천만원이라는 거액이 들어갔다는 뜻에서 그렇게 지어진 이름입니다. 이는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에서 영향을 받았음이 자명하지요. 당시 환율로 6백만 달러를 한화로 계산하면 33억 7천만원이 나온답니다. 전자인간 337은 마루치를 모델로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으로서 방탄기능과 화염을 막아내는 망토에,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그리고 3만 마력의 파워와 5만㎡ 내의 소리를 감지하는 초인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일단 [전자인간 337]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지요.

우주 관측소에서 정체불명의 UFO과 관측되었다가 사라진 이후 장박사의 아들 장돌이는 어느날 우연히 다리를 저는 소년인 아람이를 만나게 됩니다. 집도 절도 없는 아람이를 측은히 여긴 장돌이는 장박사에게 부탁해 마루치, 아라치와 함께 연구소에서 살도록 부탁하지요.

그런데 실은 아람이가 지구 침략의 야욕을 품은 티탄의 첩자였던 것이지요. 티탄은 칸트별 과학자 마로 박사가 만든 거인 로봇으로 커플 로봇인 세실과 함께 주인인 마로를 배신, 기계들의 반란을 일으켜 마로 박사를 노예로 삼은 악당이었습니다. 지구에 강력한 로봇인 전자인간 337이 있다는 사실을 입수한 티탄은 마로 박사의 아들인 아람이를 장박사의 연구소에 침투시켜 337을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었지요.

ⓒ 블루미디어. All Right Reserved.


그러나 마루치 일행의 환대에 감동받은 아람이는 이 사실을 실토하게 되고, 이제 마루치는 전자인간 337로 분장해 티탄의 야욕을 분쇄하기 위한 작전을 세우게 됩니다. 아람의 배신을 눈치챈 티탄은 마로 박사를 닥달해 투명인간을 만들어 보내게 되는데요, 이제 마루치, 아라치와 티탄 조직의 대결이 펼쳐지게 됩니다.

대강의 스토리를 보시면 알겠지만 사실 본 작품의 타이틀롤인 전자인간 337 보다는 실질적 주인공이 마루치라는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타이틀 시퀀스에서도 마루치 아라치가 오랜 시간 등장하며, 이야기의 구조도 이 두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실질적으로 전자인간 337이 활약하는 장면은 몇 장면 없는데다, 오히려 337로 분장한 마루치의 모습이 더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장박사를 비롯해 장돌이와 강아지 점박이 등 [마루치 아라치]의 조주연들이 모두 등장하는 정식 속편의 성격이 아주 강한 작품이지요.

ⓒ 블루미디어. All Right Reserved.

[전자인간 337]의 오류 중 하나. 첫번째 포스터를 보면 전자인간 337의 벨트에서 'M'이라는 이니셜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마루치의 영문 이니셜을 나타낸 것으로서 사진 속 인물이 실은 전자인간 337이 아니라 마루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막상 작품속에서 전자인간 337로 변장한 마루치의 원화를 보면 벨트에 'M'이 아닌 '7'로 표시되어 있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치밀하지 못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엿볼 수 있는 옥의 티.


[마루치 아라치]와 [전자인간 337] 중에 어떤 작품이 더 완성도가 높은지에 대한 의견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만 적어도 오락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전자인간 337] 쪽이 더 흥미 진진한 편입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는 지금 보더라도 꽤나 신선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게다가 인간을 배신하는 로봇이라는 설정은 기계문명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함축하고 있던 전편에 비해 보다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오리지널리티가 강했던 [마루치 아라치]에 비해 [전자인간 337]은 독창성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까도 언급한 6백만불의 사나이에 영향을 받은 것 설정이나, DC 코믹스의 호크맨을 연상시키는 독수리 문양, 그리고 망토와 가면의 사용 등 해외의 슈퍼히어로에서 사용된 몇몇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지요. 그리고 투명인간은 마블 코믹스의 스파이더맨을 조금 닮았으며, 악당인 티탄의 경우 모습만 조금 바꿨다 뿐이지 이건 영락없는 태권브이의 모습 그대로여서 태권브이의 팬이라면 다소 머리가 띵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노골적인 표절과는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요.

ⓒ 블루미디어. All Right Reserved.

▲ 티탄의 모습. [로보트 태권브이]에 참여한 임정규 감독의 스타일이 담겨져서 인지, 태권브이의 윤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 블루미디어. All Right Reserved.

▲ 투명인간의 모습. 붉은색 코스튬이나 몸동작이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스파이더맨'과 비슷함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자인간 337]은 국내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그래도 독창성이 강한 작품에 들어갑니다. 특히 슈퍼히어로물의 작품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의 특성상 본 작품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아주 높다고 볼 수 있지요. 게다가 인기작 [마루치 아라치]의 세계관을 이어가면서 여기에 별도의 캐릭터를 전면에 등장시킨 스핀오프 스타일의 속편은 신동헌 감독의 [호피와 차돌바위] 이후 오랜만에 시도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마루치 아라치]의 개봉 시점에서 불과 4개월 만에 공개된 속편이라는 점도 꽤나 놀라운 사실입니다.

1977년 12월 8일, 아세아 극장에서 개봉된 [전자인간 337]은 크리스마스와 겨울방학 특수에도 불구하고 32000여명의 관객동원에 그치며 사실상 전편에 비해 크게 모자란 성적을 거둡니다. 부가판권시장에서도 극소량만 비디오테잎으로 나오는 바람에 사람들의 뇌리에서도 쉽게 지워져 버린 불운한 작품이 되고 말았지요. 최근 DVD로 복간되어 나오긴 했습니다만 아쉽게도 화질상태는 [마루치 아라치]에 비해 매우 열악한 편입니다.

ⓒ 현대지능개발사. All Right Reserved.

과거 국내외 작품들을 무작위로 코믹스화 시킨 현대코믹스에서는 이재진 작가가 그린 [마루치 아라치]나 [전자인간 337]도 시리즈물이 되어 몇 작품이 출시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비디오 테잎은 얼마 찍어내지 않아 DVD가 발매되기 얼마 전까지만해도 [전자인간 337]은 매니아들 사이에서 매우 희귀한 작품으로 손꼽혔다.


한편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기대주로 각광받던 임정규 감독은 차기작 [별나라 삼총사], [소년007: 은하특공대] 등으로 흥행감독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합니다만 여전히 낙후된 국내 애니메이션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결국 제작에서 손을 떼고 도미하는 불행을 겪게 되지요. 사실 표절시비로 지금까지 평가가 엇갈리는 김청기 감독과는 달리 임정규 감독은 팬들이나 학계, 후학들에게 있어서도 평가가 거의 일치하는 애니메이션 감독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임정규 감독의 또다른 작품들이 DVD나 블루레이로 발매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본 리뷰는 2010.9.15. Daum의 메인 페이지에 선정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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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인간 337 - 6점
임정규 감독/블루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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