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극장에 온가족이 함께 가는건 일종의 연례행사였다. 먹고 살기에 바쁘기도 했거니와 당시 경제수준으로는 영화관 티켓을 사는데 들이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의 손을 붙잡고 극장을 찾았던 그 날은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행복한 기억으로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나라가 부유해진 덕분에 극장에 가는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나 역시도 좋든 싫든 극장을 한달에 4,5번은 찾게 된다. 아이맥스 관람이라도 하는 날에는 2인기준 3만원이 넘는 거금이 들어가지만 젊은 사람들이 그런 비용쯤이야 문화생활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물론 바람직하다. 이렇게 투자를 해야 그만큼 문화환경이 성장하는 법이니까.
솔로 생활을 오래해서 요즘은 쌍쌍이 영화를 볼때 혼자 궁상맞게 훌쩍거리며 영화를 보는 것조차 별로 비참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젠 커플도 좋고, 혼자도 좋다. 나도 이제 영화는 영화로서 즐기는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나 보다. 근데 눈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몇몇 행태들을 보면 정말이지 버럭질을 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영화시작전에 홍보영상을 틀어주건만 매너따윈 팝콘과 함께 먹어 버린지 오래다.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일부'(그러나 꽤 많은) 관람객의 비매너는 다음과 같다.
1.뻔뻔한 지각생들이여, 미안한 마음을 가져라 |
가장 많이 목격되는 무개념이 바로 지각생들이다. 자기 돈주고 산 티켓으로 일찍오든 늦게오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근데 꼭 이렇게 늦게오는 것들이 고개를 빳빳히 들고 스크린을 가리거나 심지어는 좌석 찾는답시고 핸드폰의 플래쉬 불빛을 여기저기 번쩍대며 돌아다닌다 ㅡㅡ;; 깜깜한 극장안에 밝은 플래쉬 불빛이 떠다니면 그쪽으로 시선이 가는게 당연지사. 덕분에 몰입도 강한 초반부를 넘겨버린 영화가 한둘이 아니다. 제발 상영시간안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줬음 한다. 늦었으면 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그머니 와서 앉던가.
아바타 ⓒ 20th Century Fox.
2.앞 사람 좀 가만 놔둬! |
말할 필요도 없이 앞좌석을 발로 차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웬만하면 CGV 스타관이나 메가박스 M관 처럼 큰 관만 골라 다닌다. 그나마 앞뒤 좌석간격이 넓어 이런 일은 덜 겪으니까. 그래도 차는 인간들은 여전히 차더라. 그럴땐 정말 영화고 뭐고 벌떡 일어나 이렇게 하고 싶다.
3,극장에선 핸드폰 좀 꺼두자 |
심한 경우 극장에서 '여보세요? 나 극장안인데, 어....' 하면서 핸드폰 받는 쌍팔년도 무개념들도 있더라. (하긴 쌍팔년도엔 핸드폰도 없었으니 더 나았으려나) 핸드폰으로 중간중간 시간확인하는 인간은 약과다. 서너장이나 되는 팜플렛을 읽고 앉아있는 개념인간도 있다. 깜깜한 극장안에 옆에서 훤한 핸드폰 액정 불빛 밝히고 있으면 그거, 좀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제발 극장에서는 핸펀 좀 끄고 살자. 영화보다 말고 문자는 왜보내는건데? 참다참다 못해 그거 좀 그만해달라고 지적하면 최소한 사과라도 해라. 모른척 하지 말고. (하긴 그 정도 개념이 있으면 이런 짓을 하겠나)
다이하드 4 ⓒ 20th Century Fox. 짤방제작은 DVD Prime의 renif 님 제공
4.극장안이 출발! 스포일러 여행인가? |
꼭 상영중에 옆사람한테 스포일러 까발리는 인간이 있다. 특히 여친 데리고 와서 마치 해박한 지식이라도 있는양, 떠벌떠벌 대는거 제발 그만둬라. 옆사람 미친다. 영화 두번보는거야 좋다만 처음 보는 사람 생각도 해 줘야지, 동행이 물어본다고 그걸 대답해주고 있는건 도대체 무슨 심보냐.
ⓒ 하로기의 무비툰.
5.비명이나 웃음도 정도껏 |
물론 개인의 감정과 느낌, 표현하는 건 좋다. 다같이 웃고, 우는데에서 오는 즐거움은 극장을 찾는 또하나의 맛이니까. 근데 혼자만의 감정을 과하게 표현하는건 자제요망. 별로 웃기지도 않는데 혼자서 우하하하! 웃어대는 거 그것도 러닝타임 내내 그러고 있으면 옆에 앉은 사람은 미친다.
공포영화 못보는 분들.. 웬만하면 인내력을 기를때까지 관람을 삼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참 긴장타야 할 순간에 꺅! 하고 비명지르는거... 영화보다 당신네들이 더 무섭다. 무서운 영화보러 와놓고 경기일으키는 분들 보면 이해가 안간다. (모 평론가가 그러는 걸로 유명하다지. 그래서 그녀옆에 앉는건 쥐약이라는 업계의 중론이..)
싸이코 (1960) ⓒ Universal Pictures.
한국의 영화 시장은 자꾸 커져만 가고 관객수 천만이 넘은지가 벌서 몇년짼데...영화관 에티켓.. 아직 멀었다. 조금만 더 남을 배려해서 쾌적한 관람환경을 조성하는게 이리도 힘든 일이더냐.
* 본 컬럼은 2007년 10월에 작성한 글을 수정, 재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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