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만화로 통칭하던 관례를 벗어나 '그래픽 노블'이란 단어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만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딱했던 한국의 정서상 그래픽 노블과 코믹스를 구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그래픽 노블'이란 단어가 국내에 등장한 것도 비주류 만화출판사들이 유럽 등지의 예술만화들을 들여오면서 기존 일본 코믹스 시장과의 차별성을 주기 위해 '그래픽 노블'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그러던 것이 헐리우드 영화계가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대거 공개하면서부터 국내에도 영화의 원작이 된 그래픽 노블에 대해 부쩍 관심이 증가했는데, 일반적으로 그래픽 노블을 규정한다면 소설과 만화의 중간형태랄까. 소년만화를 중심으로 발달한 코믹스들이 전연령대를 타켓으로 삼는것에 반해 그래픽 노블은 보다 성인층을 타켓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형식도 연재물이 아닌 단행본 형태에 최적화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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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유럽쪽은 이미 그래픽 노블이 보편화 되어 있어서 '브이 포 벤데타'나 '다크나이트 리턴즈'와 같은 베스트셀러 작품들이 즐비하지만 국내에서의 그래픽 노블 시장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가뜩이나 출판만화시장이 고사직전인 상황이어서 보다 높은 단가가 들어가는 그래픽 노블의 시장성이 그리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국내의 그래픽 노블 시장은 독립된 작품들 보다는 이른바 미디어 믹스 형태의 일부로 전개된 것들이 많다. 예를들어 장태산 화백의 '라반 Lavan'의 경우는 뛰어난 작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본격 그래픽 노블로서 웹상에서 연재 형식으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아울러 영화, 온라인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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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이키에서는 'Be the Legend'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축구스타 박지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잠산 작가의 그래픽 노블 '불사조의 전설'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그래픽 노블과 동시에 3D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신선함을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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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플루언스]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며 인터넷 디지털 무비를 공개함과 동시에 그래픽 노블을 선보인다. 아마 영화 [인플루언스]와 관련된 정보를 자세히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공개되는 영화의 에피소드의 숫자는 1,2,3 이렇게 순차적으로 나가지 않는다. 3월 3일에 공개된 첫 작품은 에피소드 1 이었지만 두 번째 공개될 에피소드는 6편 '약속을 그리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7,8편인 '운명의 약속'이다. 그럼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해답이 그래픽 노블에 있다. '인플루언스' 그래픽 노블은 영화판의 각 공백을 메워주는 에피소드들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며 그 첫 번째 작품인 '에피소드 2: 사라진 약속'편이 3월 15일부터 DJ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인플루언스'의 그래픽 노블은 하일권 작가의 작품으로서 파란닷컴에서 연재된 '삼봉이발소'를 통해서 잘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이미 김종학 프로덕션이 기획한 드라마의 사전제작 프로젝트 '보스의 순정'의 웹툰 파트를 맡아 실사와 웹툰의 협업을 경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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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플루언스' 그래픽 노블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사라진 약속'은 선택받은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DJC에 초대받게 된 한 재벌 청년의 이야기로서 이재규 감독의 [인플루언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젊은 나이에 부모님으로부터 회사를 인계받았지만 경영난으로 M&A에 위기에 놓인 회사를 살려야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된 찰나에 DJC로의 초대를 받게 된 주인공의 선택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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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소개된 [인플루언스] 'Ep.1: 두 번째 선택'에서와는 달리 주인공이 올바른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결말을 다룬 점도 흥미롭다. 과연 DJC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주인공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인플루언스' 그래픽 노블은 영화의 개봉과 교차순으로 인터넷 상에 공개된다.
DJC 홈페이지: http://www.the-dj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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