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쉴틈이 없다. 저녁에 어김없이 여기저기 불려나가는 통에 집에 10시 이전에 들어가질 못한다. 덕분에 명색이 영화블로그임에도 영화리뷰보단 엄한 제품리뷰나 참관기가 더 많이 올라가는 것 같아 방문자들 보기가 심히 부끄럽다. 그래서 이번 현장 스케치는 간단하게 적고 마칠까 한다.
11월 4일 저녁 8시 40분 광화문 근처 미로 스페이스에서 [타임리스]의 시사회가 열렸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언급하자면 류승완 감독이 만든 모토로라의 애드무비라고 보면 된다. 러닝타임이 약 30분 정도되는 단편 영화다. 영화에 대해선 나중에 별도의 리뷰를 올리겠다.
1차는 기자 시사회를 가진 듯 하고, 2차로 미투데이에서 류승완 감독과 친구를 맺은 네티즌, 그리고 블로거들을 위주로 시사회가 진행된 자리였는데, 영화가 끝난후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 그리고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케인 코스기가 나와 GV(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관객과의 GV시간을 가졌던 배우와 감독. 좌로부터 통역 및 진행도우미, 케인 코스기, 정두홍 무술감독, 류승완 감독. (사진의 핀트가 안맞는건 이 죽일놈의 똑딱이 디카 때문이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GV 시간에 주로 쏟아진건 아무래도 [타임리스]와 관련된 질문들이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마지막 질문은 내가 했는데 (뭐 특별한 의미를 두자는 건 아니다) 질문은 내용은 이랬다.
Q.류승완 감독의 작품을 보면 '영화키드적인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 정서가 집약된 작품이 작년에 개봉된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트렸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이제 오마주에 그치지 않고 만약 기회가 된다면 국내외영화를 가리지 않고 꼭 한번 리메이크해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이 질문에 대한 류승완 감독의 대답은 굉장히 솔직했다. 대략의 내용을 적자면 이렇다.
A.처음 영화를 만들때는 정말 그렇게 만들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한편으론 좀 헛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내가 손을 대는 순간 분명 후져질 것이고 그 영화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작년에 아주 훌륭하고 좋아하는 홍콩영화 2편의 리메이크 제의가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중략) 지금 하신 질문에 대해 뭔가 말해 드려야 하는데... 사실 [다찌마와 리]에서 하고 싶은건 다 해봤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
그래도 혹시 리메이크를 하게 된다면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 불리는 작품에는 절대 손을 안댈 것이다. 하더라도 뭔가 부족한 작품, 그렇지만 매력있는 그런 작품을 리메이크 하고 싶다. 왜 그런거 있지 않나. 뒷모습은 끝내주는데 앞은......(좌중 웃음바다) 죄송. 좀 쎈 표현을 사용했는데, 말하자면 그런거다. 음... 이만희 감독의 [원점] 같은 영화가 그에 해당한다. 이만희 감독의 작품 중에서 완성도가 썩 높은건 아니지만 괜찮은 작품이다. 내가 리메이크하고 싶은건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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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류승완 감독 정도의 위치라면 여느 감독들 처럼 리메이크에 대한 욕심도 있을텐데, 시간이 갈수록 그런 욕구가 줄어든다니 역시 그다운 답변이다.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영화를 찍을수록 매끈한 영화보다 거친 느낌의 영화가 더 좋아진다는 류 감독의 표현처럼 천상 그는 도전을 좋아하는 영화키드다.
행사가 끝나고 나오니, 포토타임을 위해 정두홍 감독과 케인 고스키가 복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틈을 이용해 먼저 정두홍 감독께 싸인을 요청했다. 작년 임원희씨와의 인터뷰때 싸인 받았던 [다찌마와 리] 전단지 위에 싸인을 요청했더니 '(임)원희한테 미안한데...'하며 기꺼이 싸인을 해 주었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칵테일바로 향했는데 마침 류승완 감독과도 마주쳤다. 역시 싸인을 요청했더니, 뜻밖에도 '페니웨이라고 하셨죠? 저 그 블로그 가끔 갑니다. 즐겨찾기 해뒀거든요'라고 하는게 아닌가. 하하.. 앞으론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 대해선 절대 혹평을 못쓸거 같다. ㅠㅠ 사실 류 감독 본인은 기억을 못하겠지만 나는 [짝패]의 브로드웨이극장 시사회 때 류 감독을 만난적이 있다. 당시 캐주얼한 차림에 전혀 영화인 같지 않은 복장으로 수행인도 없이 혼자 걸어들어와 긴가민가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오늘 역시 수확이 꽤 많다. 오늘의 수확물을 자랑질 하면서 글을 마친다.
마지막으로, 임원희, 정두홍, 류승완 감독의 싸인 3종 세트가 들어간 [다찌마와 리] 전단. DVD를 들고 갈까 하다가 기왕이면 3종 세트를 완성하는게 더 좋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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