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연

갈릴레오 - 모든 추리는 물리학으로 통한다

페니웨이™ 2009. 4. 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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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불모지가 되다시피한  한국의 추리물 시장과는 달리 일본의 추리물은 여전히 인기있고 각광받는 분야다. 멀리 볼 것 없이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 같은 만화만 보더라도 일본인들이 얼마나 추리물을 좋아하고 각광받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는 비단 만화-애니메이션 뿐만이 아니라 정통 추리소설에 있어서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소년탐정 김전일'의 모티브가 된 요코미조 세이치의 긴타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비롯, 에도가와 란포의 니주멘소(괴인 20면상) 시리즈 같이 인기있는 추리물이 제법 많은 것도 이러한 미스테리물이 일본인들에게 매우 있기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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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ji Television Network Inc. All rights reserved.


이제 소개할 [갈릴레오]라는 드라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소설인 '탐정 갈릴레오'를 바탕으로 제작된 추리극이다. 일본에서만 160만부의 판매부수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던 작품인만큼 드라마 방영 당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각주:1]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단순히 원작의 인기에 무임승차하는 안일한 작품이 결코 아니다.

 

   
 1.성공적인 각색
 


드라마 [갈릴레오]는 원작의 설정을 상당부분 각색했는데, 갈릴레오라는 별명의 주인공 유카와 마나부 교수 역에는 다소 파격적인 느낌의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캐스팅되어 원작과는 달리 천재이면서도 괴짜기질이 다분한 캐릭터로 바뀌었으며, 원작에서 유카와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파트너인 쿠사나기 슌페이 형사의 존재감은 확 줄어든 대신, 신참 형사 우츠미 카오루의 비중을 높히고 여기에 시바사키 코우라는 톱스타 여배우를 등장시켜 페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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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변화는 남-녀로 구성된 이 커플의 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하여 살인사건이 주가 되는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한편, 까칠하고 괴팍한 유카와의 성격을 부각시켜 천재형 탐정의 이미지를 강하게 남긴 원작의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효과를 낳는다. 덕분에 이야기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한 템포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드라마의 특성에 최적화 되었다.


   
 2.게스트를 보는 재미
 


[갈릴레오]를 보는 또다른 재미는 각 화마다 등장하는 유명 배우들의 게스트 출연이다. 필자가 아는한 [갈릴레오]는 일드 가운데서도 가장 최강의 캐스팅을 자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를 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게스트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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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스에 료코나 후카타 쿄코 같은 초특급 여배우들은 물론 [게이샤의 추억]에서 대단한 연기를 펼친 아역배우 오고 스즈카, SMAP 출신의 카토리 신고 등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린 게스트들의 향연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갈릴레오]만의 매력이다.

 

    
 3.과학적 논리와 감성의 공존
 


물리학 교수 유카와의 추리는 감정이 배제된 철저한 과학적 가설에 근거한다. 반면 사건을 의뢰하는 우츠미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직감에 의존한다. 물론 사건을 해결하는 주 당사자는 유카와 쪽이지만 유카와가 간과하는 감정적인 부분을 보충하는 우츠미의 인간적 면모는 드라마를 훨씬 윤택하게 만들고 있으며, 단순히 범죄 사실과 증거물의 분석에 초점을 맞춘 [CSI]류의 수사극과는 달리 범인의 심리묘사와 드라마적 요소에 보다 충실하다 하겠다.


 

   
 4.검증의 묘미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역시 [갈릴레오]의 백미는 '추리'에 있다. 이는 갈릴레오라는 캐릭터의 존재 이유이자 드라마의 장르를 결정짓는 조건이기 때문인데, 흥미롭게도 [갈릴레오]의 전개방식은 사건이 벌어지고 용의자들 가운데 범인을 색출하는 전형적인 추리극이 아니라 [형사 콜롬보]처럼 범인을 이미 첫 장면에서 등장시켜 그가 저지른 범행을 검증해 나가는 도서추리방식을 보여준다. 살인사건과 물리학을 연결짓는 플롯이 항상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나 어디까지나 물리학자 탐정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창출임을 감안할 때 이는 대단히 신선한 시도이다.


 

   
 5.총평
 


[갈릴레오]는 2007년에 방영된 일드 중에서 최고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무려 4년간의 기획과정을 통해 완성된 만큼 각각의 에피소드가 지닌 완성도도 웬만한 헐리우드 드라마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무엇보다 캐릭터 구성에 있어서 [노다메 칸타빌레]를 능가할 정도로 뛰어나다.

[갈릴레오]의 성공적인 방영에 고무된 제작진은 나가사와 마사미를 등장시킨 프리퀄 에피소드 [갈릴레오 제로]를 스페셜로 제작, 방영했으며 2008년에는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일본에서 최고의 문학상인 나오코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용의자 X의 헌신]을 극장판으로 제작해 다시한번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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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와 마사미를 등장시킨 프리퀄 SP 에피소드 [갈릴레오 제로].


한편 가수로서도 잘 알려진 두 주연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시바사키 코우는 프로젝트 듀오인 KOH+(코플러스)를 결성해 [갈릴레오]의 주제가를 직접 부르는 등 전방위적으로 [갈릴레오]의 인기 견인에 큰 몫을 담담했다. 이제 이어지는 리뷰에서는 극장판 [용의자 X의 헌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러나 그전에 웰메이드 추리극 [갈릴레오]의 매력에 먼저 빠져보시길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 [갈릴레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Fuji Television Network Inc.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1. 최고 시청률은 24.7%로 2007년 10월 15일 첫방송인 '燃える (불타다)'편이 기록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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