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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 진실의 위대한 힘은 패하지 않는다

페니웨이™ 2009. 3. 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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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나이 80을 눈앞에 둔 한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상 초유의 이례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가 피고측에 요구한 것은 단 하나, 일본 정부측과 총리 대신의 진솔한 '사죄' 뿐이었다. 그로부터 10년간의 힘겨운 투쟁이 시작된다.

한때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가 연일 메스컴에 보도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인가 이 문제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한일간의 미래를 위해 과거사는 더 이상 들추지 말자는 정치적 논리가 우선시되는 기막힌 상황이 도래했다. 내가 당사자여도 홧병까지 얻어 들어누울 판이다. 과연 꽃다운 청춘을 인간들의 더러운 욕망에 짓밟힌 수많은 피해자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굴욕적이며 반인륜적인 '위안'을 강요당한 한 여인의 진솔한 외침이 담긴 다큐멘터리다. 16살. 아직 남녀관계에 대한 지식도 온전히 얻지 못했을 터인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숱한 구타와 낙태, 그리고 배신을 경험해야 했던 송신도 할머니는 이제 인간에 대한 신뢰심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그런 그녀가 일본내의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반세기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과정은 차마 눈물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 시네마달/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이미 [낮은 목소리]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주인공 송신도 할머니의 경우는 조금 독특하다. 독설과 직설적인 화법이 특징인 송 할머니는 피해자임에도 긍정적이며 눈물이 많지만 웃음도 많다. 특히나 개인적인 원한을 푸는 차원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고발하며, 패전의 충격으로 할복자살한 (어쩌면 송 할머니 자신을 범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일본군인들 조차 피해자로 언급하는 송 할머니의 스케일은 감히 일반인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리라.

ⓒ 시네마달/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애당초 관객 상영을 목적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관계로 최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워낭소리]에 비하면 기술적인 완성도가 딱히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노게런티로 나레이션에 참여한 영화배우 문소리가 재녹음을 요청했을 정도로 열성적인 의지를 보였고, 10년의 세월을 재판에 바친 한 여성의 산 역사를 가감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다분히 신파조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 일본에 대한 분노와 공격성을 드러내는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일본 전역에 송 할머니의 당당한 외침을 전달할 수 있었고 이제 어느정도 극영화의 허구적 재미 대신 독립 다큐멘터리의 참맛에 눈을 뜨기 시작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서서히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 시네마달/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어쩌면 무모한 싸움이 될지 모르는 대 일본정부와의 소송에서도 송신도 할머니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일본 법원은 사실상 종군위안부의 존재와 피해자들의 학대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문을 발표했지만 소송은 기각했다. 마침내 2003년, 두 번의 항소끝에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패소판결을 받은 송신도 할머니는 비록 자신이 그토록 바랬던 진솔한 '사죄'를 받아내는데에는 실패했지만 진실의 위대한 힘은 패하지 않았다.

상영관: 인디스페이스 (http://indiespace.tistory.com)



*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시네마달/인디스토리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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