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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나이 80을 눈앞에 둔 한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상 초유의 이례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가 피고측에 요구한 것은 단 하나, 일본 정부측과 총리 대신의 진솔한 '사죄' 뿐이었다. 그로부터 10년간의 힘겨운 투쟁이 시작된다.

한때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가 연일 메스컴에 보도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인가 이 문제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한일간의 미래를 위해 과거사는 더 이상 들추지 말자는 정치적 논리가 우선시되는 기막힌 상황이 도래했다. 내가 당사자여도 홧병까지 얻어 들어누울 판이다. 과연 꽃다운 청춘을 인간들의 더러운 욕망에 짓밟힌 수많은 피해자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 줄 것인가,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굴욕적이며 반인륜적인 '위안'을 강요당한 한 여인의 진솔한 외침이 담긴 다큐멘터리다. 16살. 아직 남녀관계에 대한 지식도 온전히 얻지 못했을 터인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숱한 구타와 낙태, 그리고 배신을 경험해야 했던 송신도 할머니는 이제 인간에 대한 신뢰심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그런 그녀가 일본내의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반세기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과정은 차마 눈물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 시네마달/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이미 [낮은 목소리]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주인공 송신도 할머니의 경우는 조금 독특하다. 독설과 직설적인 화법이 특징인 송 할머니는 피해자임에도 긍정적이며 눈물이 많지만 웃음도 많다. 특히나 개인적인 원한을 푸는 차원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를 고발하며, 패전의 충격으로 할복자살한 (어쩌면 송 할머니 자신을 범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일본군인들 조차 피해자로 언급하는 송 할머니의 스케일은 감히 일반인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리라.

ⓒ 시네마달/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애당초 관객 상영을 목적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가 아닌 관계로 최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워낭소리]에 비하면 기술적인 완성도가 딱히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노게런티로 나레이션에 참여한 영화배우 문소리가 재녹음을 요청했을 정도로 열성적인 의지를 보였고, 10년의 세월을 재판에 바친 한 여성의 산 역사를 가감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다분히 신파조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 일본에 대한 분노와 공격성을 드러내는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일본 전역에 송 할머니의 당당한 외침을 전달할 수 있었고 이제 어느정도 극영화의 허구적 재미 대신 독립 다큐멘터리의 참맛에 눈을 뜨기 시작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서서히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 시네마달/인디스토리 All rights reserved.


어쩌면 무모한 싸움이 될지 모르는 대 일본정부와의 소송에서도 송신도 할머니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일본 법원은 사실상 종군위안부의 존재와 피해자들의 학대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문을 발표했지만 소송은 기각했다. 마침내 2003년, 두 번의 항소끝에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패소판결을 받은 송신도 할머니는 비록 자신이 그토록 바랬던 진솔한 '사죄'를 받아내는데에는 실패했지만 진실의 위대한 힘은 패하지 않았다.

상영관: 인디스페이스 (http://indiespace.tistory.com)



*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시네마달/인디스토리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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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숙연해지는 영화네요..
    문소리씨도 대단 하시네요.
    그리고 언제나 좋은 포스팅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3.02 10:42
  2. ㅠ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영화는 많이들 봐줘야 하는데 말이죠... 텔레비전 같은 데서도 스폐셜 방송 같은 것으로 방영해서 널리 보게 해준다거나... 요새 어느 미친 종자들은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망언을 일삼던데 그 작자들은 이런 영화를 봐도 정신을 못 차리겠죠.... 머리가 비니까 그런 소리를 한다고 생각이 들지만....ㄱ-

    2009.03.02 13:14
  3.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보셨군요!!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송신도 할머니 너무 너무 쾌활하시고 유쾌하시고 당당하십니다!!

    ㅠㅠ 영화 끝나고 쭈욱 이 다큐멘터리영화 만드는데 성금을 보탠 사람들
    이름 나오는데 거의 다 일본인들이라서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하여튼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 무조건 요즘 추천하고 다닙니다.(사람들이 저를 영화사 홍보담당으로 오해하는 경우까지 ㅠㅠ)

    2009.03.02 16:09
  4. tiama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일 관계를 위해 덮자라.........
    대체 누구를 위한 건지...... 정치인이란 족속들은 먼저 과거가 청산되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작자들인지........

    2009.03.02 19:54
  5.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숙연해지는군요)

    2009.03.02 20:54
  6. 최강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워낭소리'도 관객 상영용 목적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일본이 고쳐야 할 점 가운데 하나가
    '과거사를 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일본인들은 '사죄','사과' 등을 우리보다 훨씬 치욕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 선조들을 절대로 욕보이기를 싫어하고,
    그래서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선조들이 했던 만행들을 어떻게든 덮으려고 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나온 게 바로 '역사왜곡'입니다. 이 역사왜곡 가운데 하나가 '위안부 왜곡'이고요.
    일본은 독일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과거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2차대전을 일으켰던 히틀러와 나치당이 바로 독일인이었는데도, 현재 독일인들은 과거 자기 선조들이 했던 그 만행들을 왜곡하지 않고 자기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죠. 이는 '우리 선조들이 한 만행에는 후손인 우리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에게 이렇게 무심한 이유는,
    우리는 역사교육을 다른 나라에 비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뉴또라이 쪽에 낀 친일 역사학자들이 꽤 된다는 것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제 그들의 입맛에 맞게 낸 '대안교과서'가 버젓이 국사시간에 교과서로 쓰이는 이 현실...
    한편으론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죠.
    뭔가 우리들의 심기를 자극하는 뉴스가 터지면 우루르 들쥐떼처럼 몰려와 핵폭탄급으로 맹공을 퍼붓다가,
    시간이 지나면 급속도로 꺼지는 우리들 특유의 냄비정신.
    이것도 우리가 위안부 할머니에게 관심을 제대로 가지지 않는 이유라고 볼 수 있죠.
    차라리 '와신상담' 식으로 조금씩 오랫동안 꾸준히 관심(과 분노)를 가지고 있는게 좋으련만...(여기 영화블로그인데 어느새 시사 문제로 새어간...)

    2009.03.02 22:16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최강현님한테 누누이 말씀드렸죠. 본인이 잘 알지 못하는 정보는 함부로 쓰는게 아니라고요.

      [워낭소리]를 관객 상영목적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는 근거를 분명히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프로듀서를 맡은 고영재 PD는 '원래 목표 관객 수가 22만명이었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이는 [워낭소리]가 애초부터 관객상영을 염두해 두었다는 반증입니다.

      왜냐구요? 독립영화로 22만명을 목표했다는건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니고선 말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즉 처음부터 관객에게 공개하지 않을 목적이었다는 최강현님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2009.03.02 22:18 신고
    • 워낙소리커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이 자꾸 지워지네

      최강현// 관객 상영용이 아님 그럼 개인 감상용도로 영화를 찍었다는 겁니까? ㅋㅋㅋ 어이가 없네요

      2009.03.02 22:22
    •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허걱 워낭소리는 처음부터 극장상영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제가 인디스토리에 직접 전화해서 인터뷰 비슷한 기사도 작성한적이 있고, 고PD님하고 이충렬 감독하고 처음부터 독립다큐멘터리영화로 작정하고 만든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 제작한 스튜디오 느림보의 고PD님은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이시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극장 상영을 목적으로 만든 작품이란 것입니다. 제작비 아끼기 위해서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되었구요. 그래서 스튜디오 느림보와 전화통화했을때 그쪽에 계신 고PD님의 사모님이(직원이자) 디지털 방식을 지원해주지 않는 극장에서는 상영하기 힘든 애로사항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스튜디오 느림보에서 그래서 실제 장비 대여해주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방식으로 만날 수 없는 지방 극장에 말입니다. 너무 인기가 높아지면서 장비 대여도 한계가 와서 정말 힘들다는 인터뷰를 제가 한적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니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2009.03.02 22:36
    • 후쿠지로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전히 깝죽대더니 또 실수할줄 알았다. 쯧쯧

      2009.03.03 16:18
    •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뗏목지기님// 보충 설명을 드리자면 TV용으로 기획되었다는 것은 이충렬 감독이 원래 프리랜서 PD였기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와전 된 경우도 있습니다.

      TV용 다큐멘터리 영화를 수년동안 촬영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죠^^ 이충렬 감독 개인 스스로도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원래 <워낭소리>에 나온 소가 초기 촬영때 6개월 정도 살 수 있다고 밝혔는데 3년을 더 살고 갔습니다.

      소란 동물은 계속 운동을 시켜주어야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이건 저도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오랫동안 촬영될 수 밖에 없어서.. 제작자가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다는 우스개 소리 같은 인터뷰도 있었습니다.

      이충렬 감독과 고PD님 인터뷰를 종합하면 이 두사람이 만난지가 이 다큐멘터리영화 기획하면서 한참되었습니다.

      워낭소리 홈 블로그에도 그런 말이 있지만.. 제작자와 감독 모두 언론들의 지나친 확대해석과 두 사람이 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마치 했던 것처럼 실어대는 통에 두 분 고생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구요^^

      우리나라 언론들 문제가 여실히 들어나는 부분이기도 하죠 ㅠㅠ

      2009.03.03 20:28
    • 뗏목지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웅... 그런데 워낭소리가 처음에는 TV방영용이었다는 내용의 기사나 포스팅이 꽤 있더군요.
      찾아보니 이데일리 2월 4일자 김용운 기자의 글에는 '애당초 방송용으로 기획된 작품이었으나 퇴짜를 맞고 인디스토리와 스튜디오 느림보를 통해 영화로 재탄생'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처음 기획은 방송용이었나 나중에는 개봉을 목표로 한 영화로 제작했다라는 얘기겠죠.(맞나? ^^; )
      그런데 실제로 몇몇 포스팅에서는 '극장상영을 목표로 워낭소리를 만들지 않았고, 여러 방송사에 TV방영을 청탁했다'는 표현을 쓴 곳이 꽤 있습니다.
      저도 여기 댓글을 보기 전까지는 이 영화 자체가 애초에 방송사에 판매할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식으로 대충 이해했었던지라 댓글 분위기에 좀 무서웠다는 ㅋ
      여튼 정확한 내용 잘 알고 갑니다. ^^

      2010.01.13 10:47
  7. 최강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ㄴ아, 저는 어디선가 이 작품이 원래 TV방영용으로 만들어졌으나 어찌저찌해서 극장에 걸리게 되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 뉴스가 허위 뉴스였나 봅니다..죄송합니다...

    2009.03.02 22:58
  8.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 와서 이 글을 읽기 직전에 이런 기사를 보고 왔습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41778.html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삼일절 기념사에서
    경제 위기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고
    일본 언론들이 이런 사실을 반기는 기사를 냈다는 내용입니다.
    정말 성질이 뻗치는 현실입니다.

    2009.03.03 09:54 신고
  9. 해피아름드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숙연해지는 영화네요....
    가슴을 치고 답답함이 밀려올 듯...합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도 이런 분이 계시기에..섣불리 물어 볼 수도 없는 아픔이기에..)

    2009.03.03 13:59
  10.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거 청산이 되지 않는 한, 아픔은 계속 될 겁니다.

    그걸 그저 돈때문에 입 닫는 썩을 놈들 보면...진짜 성질이 뻗혀서...

    2009.03.03 17:01
  11. VISU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정말 울림이 크게 다가오는 제목입니다.

    2009.03.0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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