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스파이더맨 (1978) - 섬나라로 진출한 거미인간 이야기 (1부)

페니웨이™ 2009. 1. 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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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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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4일 전세계 동시 개봉한 [스파이더맨 3]는 전작에 비해 다소 실망스런 작품이었음에도 어마어마한 흥행성적을 거두며 그 해 박스오피스 정상을 점령한 블록버스터였습니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이보다 3일이나 빠른 5월 1일에 주연배우들까지 직접 찾아와 전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는데요, 제작사인 소니 픽쳐스가 일본 회사이긴 하지만 이렇게 일본에 특혜(?)가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스파이더맨'에 대한 일본인들의 유별난 애정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기나 긴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Son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지난번 [판타스틱 4 (1994)]를 소개하면서 1960년대 스탠 리가 처했던 상황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번엔 그 이후의 일입니다. '판타스틱 4'와 후속타인 '인크레더블 헐크'가 그토록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현실적인 히어로, 리얼리티를 부여한 컨셉이 제대로 먹혔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자인 스탠 리는 이보다 한층 더 발전된 보다 완벽한 형태의 '고뇌하는 영웅'이 되어줄 캐릭터를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그는 벽에 붙어 있는 파리를 보고 문득 '곤충의 능력을 갖게 된 히어로'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됩니다. 스탠 리는 여러 곤충들을 모델로 구상하다가 1930년대 해리 스티거가 발표한 대중 잡지의 연재소설 '더 스파이더'에 착안하여 이름을 '스파이더맨'이라고 명명합니다.

ⓒ Popular Publications. All Rights Reserved.

1933년대의 펄프픽션 중 하나였던 '더 스파이더'


학교에서 인기없는 한 청소년이 거미에게 물리게 된 후, 거미의 능력을 갖게 되는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설정의 스파이더맨은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스탠 리와 발행인인 마틴 굿맨의 의견은 이번에도 충돌하게 됩니다. 특히 굿맨은 스탠 리의 '스파이더맨' 아이디어에 대해 다음의 이유로 결사반대 하였지요.

1.명색이 슈퍼히어로물인 만화에 틴에이저는 주인공으로 등장시킬 수 없다는 점.
2.주인공이 왕따에 사춘기 소년의 고민을 가진 마이너스적인 성향의 인물이리는 점.
3.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비호감' 생물인 '거미'를 모티브로 택했다는 점.



하지만 자신의 아이디어에 자신을 가졌던 스탠 리는 급기야 1962년 8월, '어메이징 판타지' 15호에 '스파이더맨'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스탠 리가 마틴 굿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던 건 판매율이 저조한 어메이징 판타지가 곧 폐간될 예정이었기 때문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15호를 끝으로 폐간된 어메이징 판타지는 '스파이더맨'의 인기에 힘입어 마블 코믹스의 발간지 중 최고의 판매고를 올리며 폐간호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합니다.

ⓒ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어메이징 판타지 15호. 폐간호였으나 '스파이더맨'의 첫 등장으로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반대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던 굿맨 역시 스파이더맨의 상업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스탠 리를 찾아와서는 스파이더맨을 정식 시리즈로 출간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렇게해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마블 코믹스 초유의 인기 만화로 발전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코믹스에서의 선풍적인 인기와는 달리 마블 코믹스는 큰 걱정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자사의 슈퍼히어로가 다른 매체로 진출하기만 하면 줄창 실패를 거듭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 1960년대 이후 애니메이션과 TV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특히 1977년의 TV 시리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경우는 스탠 리가 방영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형편없는 작품이 되고 말았거든요.

ⓒ Charles Fries Productions/ CBS. All Rights Reserved.

1977년 CBS에서 제작한 TV시리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한편 스파이더맨의 열기는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까지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1970년, 우리에게는 '크라잉 프리맨'의 작가로 잘 알려진 이케가미 료이치가 그린 일본판 오리지널 '스파이더맨'이 월간 소년 메거진에 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 마블측에서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받아 출간되기 시작한 이 번안 작품은 초기 설정과 코스튬이 마블사의 오리지널과 거의 흡사하긴 하지만 사건의 전말이나 내용이 오리지널에 비해 상당히 '다크'한 버전이었습니다.

물론 스탠 리의 작품 또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는 명제에서 볼 수 있듯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심각한 내용이 담겨있긴 하지만 료이치 판 '스파이더맨'은 당시 일본사회의 정세에 맞추었기 때문에 독특하면서도 일본 특유의 비장미가 곁들여진 유니크한 작품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도 [스파이더맨: 더 망가]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스파이더맨의 계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MF Comics/ 池上遼一 All Rights Reserved.

이케가미 료이치의 일본판 코믹스 [스파이더맨]. 어두운 설정이 인상적인 수작이다.


이렇게 스파이더맨이 일본 대중문화에서 저변을 확대해갈 무렵, 스탠 리와 마블측 스탭들은 일본 특촬물의 산실이라 불리는 토에이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됩니다.  토에이 측에서 마블의 스파이더맨을 자국내에서 실사화하도록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된 것이지요.

때마침 미국내의 TV시리즈에 크게 실망한 스탠 리와 마블사의 관계자들은 스파이더맨의 보다 완성도 높은 실사화를 갈망하던 참이었는데, 그 당시 일본이 보유한 뛰어난 특촬 기술과 일본내의 스파이더맨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 평가한 끝에 향후 4년간 서로의 캐릭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상호 조약을 맺어 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전례없는 미국 슈퍼히어로의 '정식' 아시아 진출이 성사된 것입니다.

Oh~ 제페니즈 스파이더맨? 까짓것, 함 해 보자구!


그럼 자신의 주무대를 뉴욕이 아닌 일본으로 옮긴 스파이더맨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음 시간에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합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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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2009년 1월 12일자 미디어몹의 메인기사에 선정되었습니다.




* 본 리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스파이더맨 3 일본 시사회 (ⓒ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 Son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더 스파이더 표지(ⓒ Popular Publications. All Rights Reserved.), 어메이징 판타지 15호(ⓒ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TV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Charles Fries Productions/ CBS. All Rights Reserved.), 이케가미 료이치 판 스파이더맨(ⓒ MF Comics/ 池上遼一 All Rights Reserved.), 스탠 리 사진 (출처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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