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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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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몇주째 계속 슈퍼히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이노무 슈퍼히어로는 아무리 얘기해도 끝이 없습니다. 수십년간 누적된 많은 수의 팬을 확보한 슈퍼히어로물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으니 여기저기서 찍어대는 것이겠지요. 지난번 [터키 슈퍼맨]의 충격이 너무 강력한지라 오늘은 좀 덜 쎈 걸루다가 하나 골라봤습니다.

 

1960년대 초, 미국 슈퍼히어로의 아버지 스탠 리는 구태연한 히어로물의 반복으로 권태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당시 마블의 편집장이었던 스탠 리는 발행인이었던 마틴 굿맨과 창작상의 이견이 잦았는데, 이런 출판업계의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스탠 리는 사직서를 쓰고 만화가로서의 생활을 접으려고 결심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때마침 경쟁사인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JLA)'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이에 자극을 받은 굿맨이 우리도 팀 플레이를 하는 슈퍼히어로의 집단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스탠 리는 굿맨의 제안을 기회로 받아들입니다. 물론 전형적인 사업가였던 마틴 굿맨이 기대했던건 '저스티스 리그'처럼 기존의 히어로를 집대성한 형태(훗날 '어벤저스'로 탄생한)의 시리즈 물이었지만 관습의 탈피를 꿈꾸던 스탠 리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길 원했습니다.

ⓒ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판타스틱 4'의 창작에 단초를 제공했던 DC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결국 스탠 리와 동료인 잭 커비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히어로물을 '창작'하게 되는데요, 그것이 사상 최초로 팀 플레이를 이룬 슈퍼히어로, '판타스틱 4'였습니다. (이 와중에 '아니 판타스틱 1,2,3은 어디가고 4편부터 나왔냐'는 식의 썰렁한 농담을 던질 분은 강퇴시키겠습니다 ㅡㅡ;;) '판타스틱 4'가 획기적이었던 이유는 팀으로 움직이는 오리지널 캐릭터였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슈퍼히어로가 되는 과정과 실제의 삶에서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슈퍼맨처럼 외계인도 아니고, 배트맨처럼 비현실적인 갑부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으로 구성된 '판타스틱 4'의 캐릭터들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게 되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능력이 이들에게 있어서 축복이 아닌 저주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특히 흉측한 외모를 가진 '더 씽' 벤 그림의 경우는 그 갈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지요.

ⓒ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마블 코믹스의 판도를 바꾼 야심작 '판타스틱 4'


이같은 '판타스틱 4'의 설정은 이후 마블 코믹스의 세계관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옵니다. '인크레더블 헐크', '스파이더맨' 같은 작품들은 모두 불의의 사고에 의해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게 된 히어로로서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한 작품이 '엑스맨' 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도 크게 환영받지 못하며, 인간적인 약점과 불완전한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만약 '판타스틱 4'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면 지금쯤 마블 코믹스는 방패 던지기나 줄창 해대는 '캡틴 아메리카'에만 메달리고 있을런지도 모를일이지요.

국내에서는 아마도 일부 팬들을 제외하고는 2005년 작, [판타스틱 포]를 통해 이들 히어로의 존재를 알게 된 분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시카 알바 양의 므흣포스를 앞세워 흥행에 성공한 이 작품은 작년에 [실버서퍼의 위협]으로 돌아와 시리즈의 구축에 청신호를 밝혔지요. 근데 [판타스틱 포(2005)]가 리메이크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 20th Century Fox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2005년 실사판 [판타스틱 포]


이제 시간을 1980년대 초로 되돌려 봅시다. 독일의 영화제작자 베른트 아이힝거는 스탠 리로 부터 '판타스틱 4'의 판권을 사들입니다. 그러나 그의 제작사 콘스탄틴 필름은 영화를 만들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1989년 팀 버튼의 [배트맨]이 빅히트를 치자, 영화계에서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상품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기 시작했고, 1992년까지 영화가 나오지 않을 시 판권을 회수한다는 마블과의 조항때문에 다급하진 아이힝거는 일단 B급 영화제국의 황제 로저 코먼에게 영화를 의뢰하는 전략을 세웁니다.

ⓒ Time Out Group Ltd. All rights reserved.

B급 영화계의 대부 로저 코먼


그것은 고작 1백만 달러의 초특급 울트라 저예산으로 [판타스틱 4]를 완성시켜 판권을 지킨다는 가공할 만한 계획이었는데요, 그리하여 급조한 무명배우와 싸구려 스탭들로 이루어진 [판타스틱 4]가 탄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판타스틱 4]는 태생부터가 암흑속에 갇혀지내야 할 운명이었습니다. 애초에 판권 보유의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영화의 만듦새야 안봐도 비디오였던 거죠. 물론 배우와 스탭 및 언론에는 그 사실을 극비로 하고 영화를 완성하게 했지만요.

그것도 모르고 '우리도 [배트맨]처럼 대박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서 부푼꿈에 젖어 영화를 찍었을 감독과 배우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안습입니다. ㅠㅠ 당시 국내의 영화관련 잡지를 보면 '환상의 4인'이라는 타이틀로 1994년 기대작 리스트에 당당히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홍보도 교묘하게 이뤄졌습니다. 이는 모두 마블을 속이기 위한 눈속임이었지요.


ⓒ New Horizons/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환상적인 네콤비 Fantastic Four

[나홀로 집에]의 크리스 콜럼버스의 새 영화, 원래 20세기 폭스사는 [데어데빌]을 감독해 줄것을 은근히 바랬지만 이미 그는 이 영화에 관심이 가 있는 듯하다. 마블의 만화 캐릭터를 가지고 만든 이 영화는 이미 로저 코만의 콩코드 필름에서 92년 12월과 93년 1월 단 두달만에 완성되었으나 콜럼버스 감독 버전의 앞길을 터주기 위해서인지 아직도 창고에 박혀 있다.

- 키노 1995년 9월호 Next SFX Movies 1995-2002 중에서 발췌



이 영화가 개봉되기 위해서는 대형 배급사를 찾아야 했는데요, 결국 20세기 폭스에서 이 작품에 대한 판권을 모두 사게 됩니다. 다만 영화가 폭스사의 이미지에 끼칠 악영향을 생각해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고 베른트 아이힝거와 로저 코만의 입을 다물게 하였지요. 그렇게 공은 폭스사로 넘어가게 된 겁니다. 

암튼 이렇게 [판타스틱 4]는 완성과 동시에 영화사 창고 깊숙히 쳐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다행히 세월이 흘러 일부 매니아들에 의해 영화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럼 일단 실사판 [판타스틱 4]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이 작품은 (당연하게도) '판타스틱 4'의 기원에 초점을 맞춥니다. 어떻게 그들이 특수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어떤 사건을 계기로 히어로가 되는가가 주된 줄거리죠. 대학생인 리드 리처드와 빅터 본 둠(이름부터가 나는 나중에 악당이 될거라는 뉘앙스죠)는 지구에 접근한 희귀한 혜성이 접근하는 것을 포착해 혜성의 에너지를 추출해 이용하려는 실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실험 중 사고로 빅터는 치명상을 입고 결국 생명을 잃습니다.

10년 후, 과학자가 된 리드는 동료인 벤 그림과 자니, 수잔 스톰 남매와 함께 다시 지구로 근접한 예의 그 혜성을 연구하러 우주로 떠납니다. 그동안 리드는 혜성의 에너지를 추출하는 새로운 장비개발에 몰두해 마침내 성공을 거둔 시점이었지요. 하지만 수수께끼의 인물 닥터 둠이 고용한 보석쟁이가 리드의 장비에 필수적인 다이아몬드를 가짜로 바꾼 바람에 이들 4명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지구로 떨어지게 됩니다.

ⓒ New Horizons/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그들은 생명을 건졌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특수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리드는 고무줄처럼 몸이 늘어나고, 수잔은 몸이 투명해지며, 자니는 손에서 불이 나가고, 벤 그림은 몸이 돌덩이처럼 변하게 된겁니다. 수색팀에 의해 발견된 4명은 어느 실험실에 갇혀서 각종 테스트를 받게 되는데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 리드는 이윽고 이 실험장이 닥터 둠의 소굴임을 알아냅니다.

 

이곳에서 탈출한 이들은 닥터 둠이 과거 죽은 줄만 알았던 빅터임을 알게 되고 이제 혜성의 파워를 손에 넣은 닥터 둠은 어느새 코스튬까지 챙겨입은 '판타스틱 4'와 함께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대결이라고 해봤자 엄청 싱겁게 끝나 버리긴 하지만요.

ⓒ New Horizons/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사실상 [판타스틱 4]의 내용은 2005년 작 [판타스틱 포]와 그다지 다를건 없습니다. [판타스틱 포] 자체도 화려한 특수효과만 빼면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같이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따윈 안중에도 없는 영화였으니까요. (심지어 자기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고 팀을 이탈하는 '더 씽'의 설정까지도 똑같습니다) 다만 1994년 작이 문제가 되는건 화려한 특수효과마저 없다는 것이지요.

 

단돈 150만 불의 제작비가 알려주듯 이 영화는 마치 TV판 시리즈의 파일럿 같은 느낌을 줍니다. 특수효과도 조악할뿐더러 싸구려 세트의 부실함이나 배우의 분장 등 모든 면에서 저예산 영화의 전형을 보는 듯한 작품입니다. 아니 어찌보면 이 정도 예산으로 이나마 완성시켜놓은게 용하다 싶을 정도라니까요.

ⓒ New Horizons/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감독인 올리 새손은 1990년대 장 클로드 반담 조차 너무 저렴해서 출연하지 않았다던 [라스트 어벤저](
Bloodfist III: Forced to Fight)의 감독을 맡은 이래 계속해서 쌈마이 영화를 전전하다가 결국 TV 시리즈의 연출만 간간히 맡는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나머지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죠. ㅠㅠ

 

한편으로는 뜻밖인것이 [폴리스 아카데미]의 라사드 학장 역으로 유명한 조지 게인스가 교수 역으로 특별출연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로저 코먼과 친분이 있는 듯.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작품에서 수잔 스톰으로 출연한 레베카 스타브가 훗날 [닙턱]이란 TV 드라마에 잠깐 출연한다는 점인데요, 아시다시피 [닙턱]은 [판타스틱 포(2005)]에서 닥터 둠을 맡았던 줄리안 맥마혼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입니다.


[판타스틱 4] 예고편 동영상 (ⓒ New Horizons/Constantin Film Produktion. All rights reserved.)


아무튼 작정하고 개봉하지 않을 요량으로 만든 영화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길 원하신다면 [판타스틱 4]가 그 모범적인 답을 제시해 줄 겁니다. 요즘이야 CG가 워낙 발달해서 웬만한 쌈마이 영화에도 특수효과를 사용하는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닐진데, 아무래도 세상에 너무 일찍 나온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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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2008년 12월 10일자 미디어몹의 메인기사에 선정되었습니다.




* [판타스틱 4]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New Horizons/Constantin Film Produktio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 저스티스 리그 코믹스 표지(ⓒ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판타스틱 4 코믹스 표지(ⓒ Marvel Comics. All rights reserved.), 판타스틱 포(ⓒ 20th Century Fox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로저 코먼(ⓒ Time Out Group Ltd. All rights reserved.), 월간 키노 199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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