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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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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


사실 스파이더맨을 자국의 히어로로 만들었던 건 일본이 유일한 경우는 아닙니다. 1966년에 터키에선 [Orumcek adam]이라는 짝퉁 스파이더맨을 제작했고, 언젠가 언급했듯 [3 Dev Adam]에서는 스파이더맨이 무려 '악당'으로 등장하며, 또한 이탈리아에서도 [이탈리언 스파이더맨]이란 작품이 만들어질 정도로 짝퉁이 설쳐대는 마당에 1978년 작 TV시리즈 [스파이더맨 (スパイダ-マン)]은 다른 터키산 및 기타 제 3국의 짝퉁 히어로와는 달리 미국 마블사와의 정식 계약을 통해 제작된 작품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측에서 일본영화의 기술적 노하우를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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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토에이 측에서는 스파이더맨을 조연으로 등장시킬 작품을 제작할 예정이었으나 (애당초 스파이더맨의 정체 또한 원래대로 피터 파커) 최종적으로는 스파이더맨을 주연으로 등장시켜 일본인이 스파이더맨이 된다는 독자적인 설정을 가진 작품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일본판 [스파이더맨 (1978)]은 1978년 5월 17일에 첫 방송을 탄 뒤 1979년 3월까지 무려 41회의 에피소드로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방영이 종료된 후 7월에는 [스파이더맨: 극장판]이 개봉되기도 할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짐작하시겠지요? 그럼 일단 일본판 [스파이더맨 (1978)]을 살펴보시지요.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우주 고고학 연구소에 근무하는 야마시로 박사의 아들이자 오토바이 레이서인 야마시로 타쿠야는 어느날 아버지의 연구를 악용하려는 외계인 악의 무리, 철십자단에게 아버지를 잃고 스스로도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 Marvel Comic Group/東映 All rights reserved.


절명의 위기에 놓은 타쿠야는 400년 전 철십자단의 행패에 고향을 빼앗긴 스파이더 별의 왕자 갈리아에게 거미의 능력이 함축된 스파이더 엑기스, 아니 백신을 맞고는 초능력을 얻게 되어 스파이더맨이 됩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원수이자 공공의 적인 철십자단에 맞서 활약하게 된다는 뭐 그런 얘기입니다.

설정이 원작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스파이더맨 (1978)]의 이야기는 당시 유행하던 특촬물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합니다. 특히 CG나 와이어가 전무하던 시절에 빌딩 벽을 기어 오르고 거미줄을 쏘는 등의 현란한 특수효과를 헐리우드 보다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 큰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 덕택에 엄청난 상업적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 Marvel Comic Group/東映 All rights reserved.


그 원작과의 차이점이란 바로 '레오팔든(レオパルドン)'이라는 거대 로봇의 존재입니다. 스파이더맨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비행기가 합체해 로봇으로 변신하는 레오팔든은 전적으로 일본측 스탭들에 의해 구상된 것인데, 스폰서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헐리우드 버전과의 경계를 구분짓는 상징적인 설정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군다나 드라마 속에서 레오팔든이 차지하는 비중도 주연인 스파이더맨 못지 않게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철십자단의 메인악당을 직접 쓰러뜨리는 건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바로 레오팔든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웃기는건 레오팔든이 가지고 있는 검은 휘두르기 위함이 아니라 던지기용이라는 거... ㅡㅡ;;

ⓒ Marvel Comic Group/東映 All rights reserved.


실제로 레오팔든 완구의 경우, 완성도가 매우 높은데다, 시리즈의 인기가 더해져 사상 초유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스파이더맨 (1978)]의 상업적 성공에 가장 큰 공로를 세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레오팔든의 등장에 대해 마벨측 스탭들이 격노했다는 루머가 있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아마도 스탠 리가 '일본판 [스파이더맨] 만큼은 특별하다. 레오팔든은 예외로 치고...'라고 말한데서 와전된 듯 합니다만 어쨌거나 원작자 스탠 리 자신도 이 작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다, 스탭들 역시 그 당시의 어린이용 액션 드라마로서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등장시킨 필수적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긴 해도 마블 자체 캐릭터가 아닌 일본의 독자적 설정 때문에 드라마가 성공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종의 딜레마가 있는것도 부정할 순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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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Comic Group/東映/Bandai. All rights reserved.


물론 [스파이더맨 (1978)]이 독자적인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극중 등장하는 적 중에서 '폭군룡'은 원작의 악당인 리자드(Lizard)를, '암석인간'은 '판타스틱 4'의 '더 씽'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로서 흥미를 끕니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스파이더맨이 짠하고 등장할 때마다 박장대소를 하게 만드는 그 진지한 맨트와 동작입니다. '지옥에서 온 사자, 스파이다~만!' 이라며 온갖 오도방정을 떨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던 스파이더맨은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부모님의 사랑에 우는 남자, 스파이다~만' 이라든가, '약속에 목숨 거는 남자, 스파이다~만' 등등 요란뻑적지근하게 자기소개를 하며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만듭니다. 한때 스파이더맨의 굴욕이라는 제목으로 이 스파이더맨의 등장 시퀀스만을 따로 편집한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궜던 적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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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Comic Group/東映 All rights reserved.


한편 토에이와 마블사가 체결한 상호 캐릭터 이용 계약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은 [스파이더맨 (1978)]만이 아닙니다. 레오팔든의 성공에 고무된 토에이는 마블사의 'All Winners Squad' (캡틴 아메리카가 주축이 된 또하나의 슈퍼히어로 팀)를 루즈하게 각색한 첫 슈퍼전대물인 [배틀 피버 J]와 뒤이어 [전자전대 덴지맨], [태양전대 썬발칸][각주:1]을 발표하였고, 반면 마블측에서는 [용사 라이딘], [혹성 로보트 당가도 A], [콤바트라 V] 등 토에이의 로봇을 우주 공간으로 옮긴 'Shogun Warriors' 라는 작품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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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vel Comic Group/東映 All rights reserved.

'All Winners Squad' 의 일본식 변주, [배틀 피버 J]


이렇게 맺어진 토에이와 마블의 전략적 제휴는 훗날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이 일본에서 북미지역 시장에 버금가는 놀라운 흥행성적을 거두는 밑바탕이 되었고 또 이를 계기로 마블사의 프랜차이즈 시장이 일본을 공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습니다. 만약 (그럴리는 없겠지만) 일본측에서 지멋대로 캐릭터를 도용해 만들었더라면 이런 결과는 올 수 없었겠죠. 짝퉁과 진퉁의 차이는 이토록 큰 것입니다.

1980년대까지도 표절과 무판권의 수렁에서 허우적대던 국내의 판권의식과는 너무나도 차이나는 것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군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도 '한국판 배트맨'이라던지 '코리안 헐크' 같은거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혹시 압니까? [다크 나이트] 못지 않는 괴물급 작품이 나올런지도.



* [스파이더맨 (1978)]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arvel Comic Group/東 映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배틀 피버 J (ⓒ Marvel Comic Group/東映 All rights reserved.), Orumcek Adam(ⓒ Seher Film. All rights reserved.), 3 Dev Adam (ⓒ Renkli. All rights reserved.), 이탈리언 스파이더맨 (ⓒ Alrugo Ent. All rights reserved.)


  1. [전자전대 덴지맨], [태양전대 썬발칸]의 크래딧에는 Marvel Comics Group. 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마블사의 캐릭터는 사용되지 않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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