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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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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


네, 지난번에 말씀 드린것처럼 이 팬텀이라는 캐릭터는 많은 나라에 소개되어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 중 하나가 터키라는 나라인데요, 사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괴작 생산국 중 1순위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터키를 꼽을 정도로 괴상한 영화를 많이 만드는 나라입니다. 그 기대를 저 버리지 않고 터키에서는 1968~1971년 사이 무려 3편의 비공식 '팬텀' 영화를 만들어 냅니다.

우선 1968년에 두 편의 짝퉁 팬텀이 만들어지는데요 모두 [Kizil Maske]이라는 똑같은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참고로 'Kizil Maske'는 '팬텀'의 터키식 이름이며, 직역하면 '붉은 마스크'라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팬텀 역은 Ismet Erten과 Irfan Atasoy라는 배우가 각각 맡았습니다. (같은 연도에 똑같은 소재로 똑같은 제목의 영화가 공개되다니...상황부터가 괴이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ㅡㅡ;;)

ⓒ Atadeniz Film/ Alpay Film. All rights reserved.

1968년에 개봉한 터키산 두편의 짝퉁 팬텀, [Kizil Maske] 사실상 이 작품들이야말로 진정한 괴작.


그리고 3년 뒤 1971년에 또 한편의 짝퉁 팬텀이 등장하는데요 [Kizil Maske'nin Intikami]라는 작품으로서 직역하자면 '팬텀의 복수'가 되겠습니다. 맘 같아선 이번 괴작열전에는 터키판 팬텀 중 한 작품을 싣고 싶습니다만 그냥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 Özler Film. All rights reserved.

1971년작, [Kizil Maske'nin Intikami]. 역시나 짝퉁 팬텀이다.


자 이렇게 과거의 싸구려 시리얼 무비를 거쳐 이른바 짝퉁 시리즈의 수모를 겪은 '팬텀'을 다시 영화화하는 움직임이 나온건 [배트맨]의 제작이 가시화 되기 시작한 1980년대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인물은 놀랍게도 [석양의 무법자]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였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팬텀'의 영화화에 흥미가 있다고 밝혔고, 실제로 영화를 위한 각본작업을 진행하는 등 제법 열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장의 히어로물은 결실을 맺지 못합니다. 1989년에 레오네가 사망했기 때문이지요.

잠시 정체되었던 [팬텀]의 영화 프로젝트는 다시 [그렘린]의 감독 조 단테에게로 넘어갑니다. 단테는 각본가 제프리 보엄과 함게 스토리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미 두 사람은 [이너 스페이스]에서 손발을 맞춘터라 작업의 진척도는 꽤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파라마운트에서 영화의 제작을 일년 뒤로 미루려하자 다른 곳과 계약이 되어있던 조 단테는 제작쪽으로 한발 물러나게 됩니다.

후임으로 [배트맨 포에버]의 조엘 슈마허가 고려되기도 했습니다만 어렸을 때부터 '팬텀'의 팬이었던 [프리 윌리]의 사이먼 윈서가 최종 감독으로 낙점됩니다. 주인공인 팬텀 역에는 [이블데드]의 브루스 캠벨과 경합끝에 역시 '팬텀'의 팬이었던 빌리 제인이 발탁되었는데요, 초기 제작이 마무리 될 시점에는 돌프 룬드그렌이 팬텀 역으로 고려된 적도 있었습니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팬텀]의 주연으로 낙점된 빌리 제인과 선대 팬텀이자 아버지 역의 패트릭 맥구한.


[죽음의 항해]에서의 사이코패스 역할 외에는 그다지 알려진 배우가 아니었던 빌리 제인은 배역을 위해 엄청난 웨이트 트레이닝을 감행해 온몸을 근육질로 만듭니다. 처음에는 [배트맨]의 의상처럼 근육 모양이 새겨진 슈트를 준비했었지만 영화가 촬영될 당시에는 그게 필요 없을 정도로 단단한 근육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캐릭터의 몸동작을 익히기 위해 코믹스의 그림을 철저히 연구하는 등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로서 대단한 열의를 보여줍니다.

이에 더해 팬텀의 연인인 다이아나 팔머 역에는 [마네킹2]로 알려진 크리스티 스완슨이, 악당 젠더 드렉스 역에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트레트 윌리엄스, 그리고 악당의 수하였다가 다시 개과천선하는 살라 역에는 케서린 제타 존스가, 주인공 킷 워커의 아버지 역에는 노장배우 패트릭 매구한이 각각 캐스팅되었습니다. 캐스팅만 보면 [배트맨]급의 후덜덜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나쁘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199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히어로 [팬텀]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팬텀]은 원작의 설정대로 '생 조합'과의 악연과 함께 어떻게 팬텀이 유래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언급합니다. 그리고 때는 1930년대 후반으로 무대를 옮겨 본격적인 팬텀의 모험을 들려주지요. 아프리카의 벵갈라에 일련의 도굴꾼들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투간다 부족의 성지인 동굴에 들어가 해골모양의 유물을 훔쳐내서는 냅다 도망칩니다. 이에 아프리카의 평화를 지키는 우리의 팬텀(빌리 제인 분)이 나타나 이들을 혼내주지만 두목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팬텀에게 칼침을 놓은채 유유히 도주하는데 성공합니다. (칼침을 맞는 슈퍼히어로라.. 어딘지 좀,, ㅡㅡ;;)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제 장소는 뉴욕으로 바뀝니다. 암흑가의 보스 드렉스(트레트 윌리엄스 분)는 투간다 족에서 전해내려 오는 전설의 해골 세 개를 모으면 세계를 지배하고도 남을 초자연적 힘을 얻게 된다는 말을 믿고 도굴꾼들을 이용해 해골을 모아들이는 중이었지요. 한편 드렉스의 수상한 움직임에 관심을 나타내던 여기자 다이애나 팔머(크리스티 스완슨 분)는 시립도서관에서 드렉스가 조사했다는 거미집 문향(생 조합의 상징)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벵갈라로 떠납니다.

그러나 벵갈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이애나는 살라(캐서린 제타 존스 분)가 이끄는 테러집단에 납치를 당하고, 이 소식을 접한 팬텀은 인질이 누군지도 모른채 살라의 아지트로 잠입했다가 다름아닌 자신의 옛 연인 다이애나가 그 인질임을 알고는 얼씨구나~ 좋아합니다. 근데 또 납치를 감행한 살라 역시 복면의 팬텀에게 한눈에 반해 이야기는 난데없이 삼각관계로 흐르다가... 점점 괴작스런 흐름으로 변모해 간다는 얘기죠.

1부에서도 설명했듯이 팬텀이란 캐릭터의 태생자체가 워낙 독특한 하긴 한데요, '시민 쾌걸'스런 복면을 쓰고 텔레토비의 보라돌이 같은 전신 쫄쫄이 차림의 근육질 남자가 백마를 타고 돌아다니는 광경은 참으로 아스트랄한 광경입니다. 무슨 놈의 슈퍼히어로가 슈퍼맨 같은 초인도 아니면서 뭔 똥배짱으로 보호막 기능도 전혀 없는 순면 코스튬 차림으로 돌아다니는지.... (그러니 칼침이나 맞고 다니는 게지요)

이 뭐... 보라돌이도 아니고... (사진은 출처미상) ㅡㅡ;;;


아프리카의 정글에 쳐박혀 사는 외골수라 집이 가난해서 그런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무려 20대가 넘게 세속된 자산가 집안이어서 부유하기로 따지면 고담시의 브루스 웨인이 울고 갈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무기라고는 낡은 권총 한자루가 전부고 악당을 쫓아갈때는 무려 택시를 잡아탑니다. ㅡㅡ;; 택시비는 값비싼 보석으로 때운다는거. 그렇다고 킷 워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독고다이로 뛰느냐 하면 '거란'이라는 하인도 붙어 있습니다. 이상하게 갖출건 다 갖춘 넘이 빈티나는 쫄쫄이를 입고 돌아다니니 참 측은하기 짝이 없군요.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어쨌거나 [팬텀]의 컨셉은 팀 버튼의 [배트맨]처럼 원작을 새롭게 해석한다는 의미보다는 오리지널의 분위기를 살려보자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물은 감독이나 스탭, 배우들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무척이나 실망스럽습니다. 더군다나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리쎌웨폰] 시리즈로 잘 알려진 각본가 제프리 보엄의 각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허술한 점이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군요.

전체적으로 [팬텀]은 슈퍼히어로물의 성격보다는 1943년 작 [더 팬텀]처럼 모험극의 모습에 더 가깝습니다. 이것이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의 각본을 쓴 제프리 보엄의 영향 때문인지, 아님 TV판 [영 인디아나 존스]의 연출을 맡은 바 있는 사이먼 윈서 감독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실제로 몇몇 장면들은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시키는데요, 몇장면만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트럭에서의 추격 및 액션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2)서스펜션 브릿지에서의 액션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3)동굴에서의 도굴장면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4)비행기에서의 탈출 및 폭파장면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과 특수효과는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배우들이 매력이 같이 파묻혀 버린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 빌리 제인은 훌륭한 목소리에 제법 괜찮은 얼굴과 체격을 갖춘 배우임에도 첫 타이틀 롤을 맡은 작품이 죽을 쑤는 바람에 큰 배우로 성장하지 못하는 불운을 맞이하지요. 그럼에도 2년후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의 연적으로 출연한 걸 보면 저평가 우량주로서의 가치가 탁월했던 배우였음이 분명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디카프리오와 빌리 제인의 배역을 바꿨다면 영화가 보다 완벽해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죠)

마찬가지로 인형처럼 아리따운 크리스티 스완슨도 그 뛰어난 미모를 살리지 못한채 그저 그런 배우로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반면 조연으로 등장했던 캐서린 제타 존스는 [팬텀]의 모티브를 제공했던 쾌걸조로의 이야기, [마스크 오브 조로]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지요. 참 사람일이란 알 수 없습니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두 여배우의 훗날을 비교해 보면 사람일이란 앞을 알 수가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결국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출발한 [팬텀]역시 1990년대의 슈퍼히어로물 중에서는 성공한 작품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만족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듬해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과 로빈]같은 졸작들을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으려나요. 혹시 또 모르죠. 2010년이 지나 슈퍼히어로의 소재가 고갈될 쯤에 제대로 된 [팬텀]이 나와줄런지도요.




* [팬텀]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Paramount Pictures.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레이더스,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Kizil Maske(ⓒ Atadeniz Film. All rights reserved.),Kizil Maske(ⓒ  Alpay Film. All rights reserved.), Kizil Maske'nin Intikami(ⓒ Özler Fil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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