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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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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극장가의 최대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슈퍼히어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언맨]으로 솔로 홈런을 친 헐리우드 영웅들은 [인크레더블 헐크], [핸콕]으로 연속 안타를 기록하더니만 급기야 [다크 나이트]로 만루홈런을 때리고야 말았지요. 하지만 [다크 나이트]의 엄청난 성공은 사실 예상밖의 만만찮은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바로 직전에 개봉했던 [헬보이2]에게 나타났는데요, 오프닝 주말 박스오피스의 1위를 기록하며 기세등등하게 출발했건만 바로 다음주에 개봉한 [다크 나이트]에 밀려 순식간에 5위로 추락한 후 떡실신이 되어 가시권에서 영영 사라져 버리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슈퍼맨 리턴즈]의 후속편인 [맨 오브 스틸]의 경우 제작 자체가 [다크 나이트]의 완성도를 의식해 백지화 될 정도로 그 후유증이 대단합니다.

ⓒ D.C characters/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맨 오브 스틸]의 제작 백지화 소식은 [다크 나이트]의 후폭풍이 향후 슈퍼히어로 영화에 미칠 영향을 가늠케하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슈퍼히어로의 제작은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미 유니버셜측에서는 꿈의 프로젝트인 [어벤저스]를 위한 포석을 이미 [인크레더블 헐크]와 [아이언맨]에서 깔아놓았고, 2011년 에는 [캡틴 아메리카]를 개봉해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또한 [왓치맨]이나 [스피릿]같은 그래픽 노블의 슈퍼히어로도 개봉을 앞둔 시점이라 당분간 극장에서 슈퍼히어로를 보는 일은 계속될 듯 합니다.

솔직히 요즘같이 영화기술이 발전한 시대니까 슈퍼히어로물이 제대로 폼나는 작품들이 나오는 것이지 예전같으면야 어림도 없는 일이긴 합니다. 2000년대 이전에 나온 슈퍼히어로 영화 중에 그나마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작품은 리처드 도너의 1979년작 [슈퍼맨]과 팀 버튼의 1989년작 [배트맨]이 고작일 정도로 아날로그 시절의 슈퍼히어로물은 완성도가 별로 높지 않았습니다. 아마 [스파이더맨]이 8,90년대에 만들어졌다면 제 아무리 샘 레이미 감독이라도 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는 힘들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뭐 어찌되었건 1990년대도 나름 많은 슈퍼히어로물이 나오긴 했습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 리턴즈]를 필두로 조엘 슈마허로 바톤이 넘어간 배트맨 시리즈가 무려 4편까지 나왔고, [스폰]이나 [쉐도우], [크로우], [블레이드] 같은 마이너 성향의 히어로들이 제작된것도 1990년대 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한편을 소개해 보도록 하지요.

1930년대 [Mandrake the Magician]이란 작품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리 포크는 아더왕의 전설과 엘 시드, 조로와 타잔, 그리고 '정글북'의 모글리에 이르는 신화적 구성물을 한데모아 새로운 '크라임 파이터' 스타일의 슈퍼히어로를 창조하기로 결심합니다. 1936년 2월 17일 'The Singh Brotherhood'라는 에피소드가 일간지를 통해 공개되면서 '팬텀'이라는 히어로가 처음 등장하게 되지요. 국내에서는 훗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팬텀 2040]이란 작품이 MBC에서 공중파를 탄 적이 있습니다.

ⓒ King Features Syndicate INC. All Rights Reserved.

리 포크의 또다른 창조물, '팬텀'


'팬텀'은 여러모로 일반적인 히어로들과는 다른 점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1인 히어로가 아닌 여러 세대의 팬텀이 한 이름을 공유해 나간다는 점인데요, '팬텀'의 기원은 무려 15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선대의 팬텀이 밴더족 원주민에게 은혜를 입고 그의 아버지를 죽인 '생 조합'과 맞서기 위해 영웅이 된 이래, 계속해서 비밀리에 아버지-아들의 후계구도를 유지해 옴으로서 오늘날까지 팬텀으로 행세하고 다니는 겁니다. 덕분에 팬텀은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라는 설화까지 생겨날 정도로 꽤나 족보있는 영웅이 되어 버렸습니다. (현재 27대 팬텀이 활약중이라는 말이... ㅡㅡ;;) 그러니 설정상으로는 최초로 코스튬을 입고 돌아다닌 슈퍼히어로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설정상으로만)

또한가지 특이점은 다른 슈퍼히어로들이 나름 미국의 한 도시에서 정착해 활동하는 데 반해서 팬텀은 아프리카의 치안을 수호하는 존재라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원주민들은 팬텀을 '걸어다니는 유령 (The ghost who walks)'이라는 미신적인 호칭으로 부르고 있죠. 물론 후대에 와서 뉴욕으로 이주하긴 합니다만...

ⓒ King Features Syndicate INC. All Rights Reserved.


이 독특한 설정의 '팬텀'이 실사화 된 것은 1943년의 일이었습니다. 15편의 에피소드로 나뉘어진 시리얼 무비(Serial Movie, 연작 영화)로 제작된 [더 팬텀]은 B. 리브스 이슨이 메가폰을 잡고 톰 타일러와 진 베이츠가 주연을 맡은 흑백영화입니다. 저예산으로 계획된 이 작품에서는 당시 연재되던 코믹스판 팬텀의 본명인 킷 워커라는 이름대신 조프리 프레스캇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요, 내용은 잃어 버린 도시 'Zoloz'를 찾아나선 악당 맥스 브래머 박사의 야욕을 제지하기 위한 팬텀의 활약을 담고 있습니다. 정글이 주무대가 된 탓인지 매회마다 각종 부비트랩과 함정이 등장하는 모험영화의 성격을 담고 있지요.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1943년 시리얼 무비로 제작된 실사판 [더 팬텀]


세월이 흘러 제작사인 콜럼비아에서는 1955년 이 작품의 속편인 [팬텀의 귀환(Return of the Phantom)]의 제작에 착수 합니다. 안타깝게도 전작의 주인공 톰 타일러가 1년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주연은 존 하트로 교체되었는데요, 설상가상으로 콜럼비아가 가지고 있던 '팬텀'의 판권이 만료됨에 따라 제작진은 급작스럽게 영화의 설정을 모조리 바꿔야 했습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캡틴 아프리카의 모험(The Adventures of Captain Africa)]입니다. (짝퉁 '캡틴 아메리카'의 냄새가.. ㅡㅡ;;;)

전편과 마찬가지로 [캡틴 아프리카의 모험]은 총 1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리얼 무비였습니다. 급작스럽게 설정을 변경해야 했기에 기존에 만들어 놓았던 팬텀의 의상을 약간 개조하는 식으로 모든 것을 조금씩 수정하는 바람에 사실상 이 작품은 [더 팬텀]의 실질적인 속편으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물론 주인공 캡틴 아프리카는 마스크를 쓴 정부측의 요원이라는 설정으로 바뀌었구요,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에피소드를 통틀어 메인 악당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더 팬텀]의 후속편이지만 판권만료로 이름을 바꿔야 했던 [캡틴 아프리카의 모험]


한편 DC 코믹스나 마블 코믹스의 작품들과는 달리 '팬텀'은 수차례 출판사를 바꿔가며 출간되어야 했습니다. 1940년대에는 에이스 코믹스에서 출간되던 것이 1950년대에는 하비 코믹스에서 출간되었고 1960년대는 골드 키 코믹스와 킹 코믹스를 거쳐 1980년대에는 DC 코믹스와 마블을 통해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참 복잡하지요? 그럼에도 '팬텀'은 꽤 인기가 있어서 북미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각 지역과 호주, 인도, 터키, 태국, 싱가폴, 피지에 까지 정식으로 출간되어 인기를 누렸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텀의 영화화에 대한 열망은 다른 나라에서도 꽤 간절했던 모양입니다. 왜냐구요? 위에 언급한 나라들 중 한 곳에서는 적어도 3편에 이르는 '비공식 팬텀'을 영화화했기 때문입니다. 이 비공식적인 영화들은..... 어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더 자세한 점은 다음시간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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