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No.55
최근 헐리우드 영화는 슈퍼히어로물이 대세입니다. [아이언맨]으로 시작해 [인크레더블 헐크]가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가운데, 마블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자사의 히어로들을 총출동 하게 될 [어벤저스]라는 꿈의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이들 히어로물의 아버지인 스탠 리 영감님이 없었다면 미국은 참 심심한 나라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특히나 필자처럼 [마징가 제트]를 보고 자라온 세대로서는 나가이 고 만큼이나 친숙하게 와닿는 만화가도 드물겁니다. [마징가 제트], [그레이트 마징가], [그렌다이져]를 비롯해 [게타로봇], [강철지그] 등 수없이 많은 슈퍼로봇계열을 이끌었던 나가이 고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유년시절도 꽤나 심심했을거라는 것이지요.
ⓒ Xintv. All rights reserved.
물론 나가이 고의 만화는 이런 슈퍼로봇물로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나가이 고 작품의 특징을 들자면 '폭력’과 ‘과도한 노출’로 대변된다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표현자체가 하나의 화제가 될 만큼 나가이 고의 작품들은 파격적인 설정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비록 한국의 팬들에게 있어서는 '아동만화'로 인식된 [마징가 제트]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일본 자국내에서는 그의 악취미적인 작품 스타일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죠.
그런 나가이 고의 파격적인 설정이 가장 하드하게 나타난 작품이 '바이올런스 잭'이나 '데빌맨'이라면, 보다 순화되어 소프트하게 묘사된 작품이 바로 '큐티하니'라는 작품입니다. 이 '큐티하니'는 총 4권으로 완결되었으며, 훗날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되어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다름아닌 여주인공의 므흣한 변신장면 때문인데요, 옷이 헐크로 변신할 때 마냥 갈갈이 찢겨지면서 이루어지는 이 장면은 학부모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음과 동시에 뭇 남학생들의 시선을 불태웠다는 전설이 생겼을 정도죠. 지금의 기준에서야 추억의 한 부분으로 넘길수 있을지 몰라도 당시의 기준으로는 일약 센세이션이 되었던 작품입니다.
ⓒ ダイナミック企画/東映アニメーション All rights reserved.
나가이 고의 이 작품은 1973년 [큐티하니]의 TV판 애니메이션이 나온 이래 [新 큐티하니], [큐티하니 F] 등의 시리즈를 내놓으며 시대를 초월하는 장수 애니메이션으로 사랑받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연령대를 대폭 낮추어 제작된 [큐티하니 F]가 수입되어 [무지개요정 큐티하니]라는 제목으로 공중파를 탄 적도 있지요. (물론 변신장면은 죄다 잘렸다능..)
그러던 것이 2004년에 와서 최강의 오타쿠집단 가이낙스와 토에이가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고 [큐티하니]의 부활 프로젝트를 선언하게 됩니다. 그 중 하나는 OVA로 제작된 [Re 큐티하니]라는 애니메이션이고, 또 하나는 무려 '실사판'으로 제작된 [큐티하니 극장판]입니다.
먼저 [Re 큐티하니]는 가이낙스의 명성답게 고 퀄리티의 작화와 오타쿠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모든 요소들이 들어가 있는데요, 나가이 고 특유의 시리어스한 (Why so Serious? 어라..? ㅡㅡ;;) 분위기가 탈색되어 있는 반면 [큐티하니 F]에 와서 청소년 눈높에 맞게 완화되었던 작품이 다시금 '청소년 유해물'로 돌아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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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제는 실사판으로 제작된 [큐티하니]가 되겠습니다. 사실 일본 영화중에 괴작이 많은 건 사실인데요, [큐티하니] 실사판이 괴작으로서 주목을 끈건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있었습니다. 바로 안노 히데아키였기 때문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안노 히데아키 감독을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기억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후 안노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습니다. 그동안 그는 무엇을 했느냐? 놀랍게도 안노 감독은 [러브 & 팝], [식일], [류세이 과장]등 실사 영화를 연출하는 경력을 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맡은 작품이 [Re 큐티하니]와 실사판 [큐티하니]였던 것입니다.
간만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 [Re 큐티하니]는 그렇다 하더라도 만화계의 거장 나가이 고의 원작을 애니메이션의 거장 안노 히데아키가 '실사영화'로 만든다는 이 오묘한 조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런지요. 음...
그럼 다음 시간에는 [큐티하니] 본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있음을 밝힙니다.
* 참고 스틸: 나가이 고 (ⓒ Xintv. All rights reserved.), 큐티하니 1972 (ⓒ ダイナミック企画/東映アニメーション All rights reserved.), Re 큐티하니 (ⓒ LATERNA/東映ビデオ/ガイナックス・トワーニ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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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허허~ 이런 강력한 떡밥을...다음편을 보지 아니할 수 없는...
2008.08.18 10:43요즘은 어지간한 떡밥이 아니면 잘 물지를 않는다는..
2008.08.18 15:24 신고'안노 히데아키'의 '실사판' '큐티하니'. 3중의 초강력 떡밥이군요.
2008.08.18 11:03 신고음악의 코다 쿠미도 많이 들어 본 이름이고...
다음 이야기를 겁나게 기다리겠습니다. ^^
코다 쿠미가 이 작품으로 강력하게 떴죠^^ 주제가 참 좋습니다.
2008.08.18 15:24 신고뭐 그냥 만화를 라이브액션으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 보면 용서는 되는 작품입니다.
2008.08.18 11:11같은 원작자의 만화를 진정한 괴작으로 둔갑시킨 데빌맨을 생각하면 할 수록 말이죠.....OTL
데빌맨은 언급조차 하기 싫은...
2008.08.18 15:24 신고큐티하니보다 더 무서운 나가이 고 원작의 '겟코가면'이란 물건이 있지요. 이게 실사로 무려 몇 번 씩이나 만들어졌다는게 더욱 흠좀무..(.....)
2008.08.18 11:27겟코가면은 제 블로그와는 다소 안맞는 작품이므로 패쓰~
2008.08.18 15:27 신고오~ 이번에도 역시 낚시이신가요? ㅡㅡ;;;
2008.08.18 11:51휴가때 물고기를 못 잡아서요 ㅠㅠ
2008.08.18 15:27 신고개인적으로는 RE큐티하니와 실사영화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대중적인 취향의 작품은 아니죠...
2008.08.18 12:55작품 그자체는 실패했지만 코다쿠미는 큐티하니 덕에 인기 급상승한 결과를 낳았으니 뭐 나쁘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요?
빠빠 빠야 빠야 빠~ 앙~
저도 주제가가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유미양이 리메이크했죠.
2008.08.18 15:28 신고RE:큐티하니 함 챙겨봐야겠군요. 와이프 몰래 ㅋㅋㅋ
2008.08.18 12:57헉.. RE 큐티하니를 추천하는 글은 아니었습니다.
2008.08.18 15:28 신고어째 일본은 애니메이션을 영화로 실사화시키면 죄다 괴작으로 만들어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2008.08.18 14:50그것도 재주라면 재주랄까요.
2008.08.18 15:29 신고오오오 페니님의 괴작열전을 오랜만에 영접하니 감동이 몰려옵니다 ㅠㅠ<
2008.08.18 22:33역시나 애니와 영화간의 괴리는 아직도 거대한가봅니다...;
감동까지야.. ^^;;;
2008.08.19 09:34 신고이게 그 아유미가 리메이크한 큐티하니 그건가요??
2008.08.19 00:14맞습니다. 코다 쿠미의 주제가를 번안했지요. 오리지널이 훨씬 좋습니다.
2008.08.19 09:35 신고부타까께~부타까께~
2008.08.19 00:48아유미의 번안곡도 나름 매력있지만 역시 코다언니의 파워를 따라가긴 힘들죠.
Re큐티하니 진짜 재밌게 봤는데 영화는 어떻길래..^^;;
영화는 참으로 안노스럽습니다. 2부를 보시면 알듯..^^
2008.08.19 09:35 신고나가이고만 보면 아픈 기억이ㅠㅠ
2008.08.19 02:08 신고작년 고3일때 부천에 왔었는데 보러가려다가 어머님한테 들키는 초유의 사태가...OTL
그때 못본게 한(?)이 되었다는...ㅠㅠ
헉. 그래도 나가이 고하면 당대의 거물인데... 아쉽습니다.
2008.08.19 09:36 신고참 이상한 게요~
2008.08.19 02:28어째서 미국에서 만화를 실사영화화하면 대히트하는데~ (요즘 슈퍼히어로 영화 시리즈들)
일본에서 만화를 실사영화화하면 죄다 괴작이 되어버리냐구요? 뭔가 노하우 결함이???
일본은 그런 좋은 작품 소재들을 영화계에서 썩혀버린다는 게 참 눈물겹달까요.
다음 회를 기대하겠습니다. 퍼덕퍼덕~
일본은 기본적으로 실사영화자체에 큰 돈을 들이지 않습니다. 워낙 부가판권시장이 크고 발달되어있기 때문에, 어지간히 영화를 망쳐놔도 제작비 수준을 뽑아낸다고 들었습니다.
2008.08.19 09:38 신고다리가 짧아서...라고 하면 혼날까요?
2008.08.19 12:24Re 큐티하니 DVD를 1년전에 사놓고 아직도 왜 다 못보고 있는지...-_-;;
2008.08.20 12:45작년 부천영화제때 나가이 고 선생이 왔을때 극장가서 실사판을 봤던것도 떠오르네요 ^^;;
되도않는 질문도 해봤고 말이죠...ㅎㅎ --> http://blog.naver.com/soulgunner/70019851429
오.. 부럽습니다. 트랙백으로 보내셔도 될 듯 합니다^^
2008.08.20 18:47 신고이야 이 얼마만의 괴작열전인지... 그런데 1부만...-_-;
2008.08.20 16:57나가이 고 선생이 무슨 생각으로 <큐티 하니>를 그렸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이 양반의 그 어떤 작품이든지 절대 실사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일본 크리에이터들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야 할지
이런 구제불능 오타쿠들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헷갈리는 면이 있습니다.ㅎㅎㅎ
그 오타쿠들을 이끄는 가이낙스의 안노 히데아키가 메가폰을 잡았으니...^^;;
2008.08.20 18:48 신고어둠의 경로로 보았는데 개인적으론 흡족했습니다. 의도된 B급 정서라고 생각하면서 봤거든요. 러브&팝도 좋았고.. 안노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 볼 법한 연출들이 좋았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지겹다는 느낌이 들긴했지만...
2008.08.20 22:17말씀하신 부분들은 모두 2부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
2008.08.21 09:36 신고확실히 국내에서 판권을 사들여서 제작하는 편이 더 나아보이기도 하네요... 완전히 재창조된 것들이긴 하지만 일본 만화 원작으로 흥행한 작품들이 좀 있지 않나요?
2008.08.21 02:16그런데 당대의 두 거장이 만난 결과가 괴작이라니, 윗분 말대로라면 거장만이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애니 제작을 접고 실사영화 연출을 한다는 말을 들으니 어딘지 모르게 김청기 감독님 생각이 나네요...
한국에서는 [올드보이],[미녀는 괴로워],[더 게임] 등 일본만화를 소재로 영화화해 성공한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한국 영화시장이 앞선다고 봐야겠죠.
2008.08.21 09:38 신고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집에 미국 만화책 두권이 있는데요 (스폰,헬보이)거기서보면
2008.08.21 09:35미국은 그림체가 실사틱 합니다.
그래서 아마.. 일본처럼 눈크고 그렇지가 않아서 더 만들기 쉬울지도..
그림체의 차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영화에 어울리는 각색과 연출의 문제지요. 일본은 실사영화부분의 노하우가 다른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8.08.21 09:44 신고위에서 설명드렸듯이 부가판권시장으로도 어지간하면 제작비를 뽑아내기 때문에 큰돈을 들여서 만들지 않아도 돈벌이가 되므로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편입니다. 한국 영화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것은 극장수익에서 모든걸 만회하지 않으면 안되는 치열한 시장환경의 영향이 큰 편입니다.
일본도 드라마 장르라면 영화든 TV 드라마든 그럭저럭 잘 연출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SF쪽으로 넘어오면 우스꽝스러운 CG와 어설픈 연출로 괴작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거액을 투입한 영화인데 레인저 시리즈만 못한다는건 좀...
2008.08.21 13:29맞습니다. 드라마 장르의 연출에는 아주 강한 면모를 보이죠. 그럼에도 만화의 실사영화는 영 안습입니다. [러프]나 [터치]같은 작품들은 스포츠 드라마임에도 원작의 감동을 전혀 못살리고 있더군요.
2008.08.21 15:14 신고갠적으로 큐티하니 원작 에니를 좋아해서.. 실사판 큐티하니를 떨리는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2008.08.22 09:17일본은 도대체 배우 캐스팅의 기준이란게 있는건지에 대한 의문만 들 뿐이였습니다...
뭐 나머지 부분은 그냥 특촬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난하게 보실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