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철권 - 게임과 영화의 차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2부)

페니웨이™ 2008. 7. 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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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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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


그럼 [철권]의 스토리를 먼저 살펴보도록 합시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입니다. 인간의 과학은 생태계를 파괴해 지구의 환경을 매우 칙칙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동시에 과학자들은 인간이 사용하지 않는 뇌의 90% 영역을 끌어낼 수 있는 '파워 글로브'를 개발합니다. 그리고는 이 파워 글로브를 특별히 선발한 100명의 경찰요원들에게 착용해 극비리에 실험을 실시하지요.

ⓒ Star East/ B.O.B. and 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인트로에 등장하는 미래세계의 모습. 마치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케 한다.


한편 아광(왕리홍 분)은 아버지 풍괴(원표 분)의 죽음 이후 친구 잭슨과 함께 방황의 세월을 보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내기시합이 벌어지던 길거리 대전 시합장에서 철랑(풍덕륜 분)과 한판승을 거둔 뒤 아광의 누나인 아표(양공여 분)는 철랑에게 홀딱 반합니다. (이미 이때부터 이야기는 뒤죽박죽입니다 ㅡㅡ;;)

아광의 어머니는 쌈박질을 한 아광을 나무라지만 아광은 왜 아버지의 무술을 숨기며 쥐죽은듯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분통을 터트립니다. 그러던 어느날 철랑이 알바를 뛰고 있는 나이트 클럽에 아광과 아표가 놀러갔다가 불시에 수색을 나온 다크 형사(홍금보 분)와 마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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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봤더니 다크는 과거 아버지 풍괴의 친구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가 아버지 풍괴를 죽이게 된 인물이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진실은 아광의 어머니만이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아광의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제대로 전해 듣기도 전에 수수께끼의 마스크맨(?)이 등장해 모두를 쓰러뜨리고 아표를 납치해 사라집니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죽고, 이제 아광은 아버지의 죽음과 '파워 글로브'에 쌓인 비밀을 밝히기 위해 다크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죽었다던 아버지가 바로 마스크맨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아광은 아버지를 찾아가 감격에 겨운 상봉을 하지만 그런 아광에게 날아오는건 분노의 날라차기와 박치기였으니, 도대체 아버지에게 무슨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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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철권]의 이야기는 뒤죽박죽입니다. 개연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고, 등장하는 캐릭터의 존재이유도 불분명한채 이야기를 억지로 끌고 갑니다. 애초에 스토리 자체가 원작 '철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오리지널 철권의 메인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작의 스토리는 어느 재벌그룹이 주최한 'The King of Iron Fist Tournament'가 개최되며 여기에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남녀 8명이 토너먼트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어렸을 때 절벽아래로 던져버린 아버지 헤이하치에게 복수하는 아들 카즈야 미시마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이 부자지간의 갈등구조는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철권]에서는 원작에서 부자의 갈등이라는 요소를 매우 희미하게, 그것도 엉뚱한 형태로 집어넣은 것 외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대전액션게임'이라는 원작의 특징이 무색할 정도로 이 작품에서는 원작의 기본적인 틀조차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원제가 '철권'이 아닌 '권신'으로 한 것도 철권의 실사판이라고 소개하기에는 연관성이 너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결정적인 이유는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 크래딧이 다 올라가서야 밝혀집니다.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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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니, 중요한 공지사항을 영화가 다 끝난 마당에 가서야 공개하다니요! 그것도 그 공지사항이란게 '이 영화는 비디오 게임인 철권을 소재로 삼고 있거나 어떠한 관련도 없으며, 남코의 저작권 허가를 받은 작품도 아님' 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자다가 봉창 난타공연을 하는 짓이랍니까! ㅡㅡ;;

그럼에도 국내에서 [철권]이라 이름붙인 것은 역시 이 작품이 알게 모르게 철권틱한 캐릭터를 차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철랑과 아광은 원작의 화랑과 카즈야를 노골적으로 모델링한 것이지요. 뭐 전혀~ 닮지는 않았습니다만 코스튬이라던가 헤어스타일이 똑같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철권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저 미칠듯한 센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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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을 보고 있노라면 실소가 터지는 부분이 한두장면이 아닙니다. 가령 '파워 글로브'를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설정을 들 수 있는데요, 사실 아광의 아버지도 파워 글로브 때문에 통제력을 상실해서 반란을 일으키게 된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럼 다크는 왜 멀쩡한거냐?... 라고 아광이 묻습니다. 그러자 다크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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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게 농담이구나 싶었는데요, 농담이 아닙니다 ㅡㅡ;; 나중에 가면 여자 경관 하나가 '다크 경관도 그때의 실험에 참여했었는데 조금 살찐 건 외에는 왜 별 다른 부작용이 없냐'며 확인사살을 합니다 ㅡㅡ;;  사실 이런 썰렁한 유머는 약과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액션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철권]이니만큼 격투씬에서는 뭔가 대단한 것이 나와줘야 할 듯 보입니다만, 그 기대조차 가볍게 즈려밟는 것이 또한 [철권]의 특징입니다. 일례로 마지막 보스 캐릭터인 '전투21'과의 대결씬을 들 수 있는데요, 뭔가 대단한 육박전이 펼쳐질 것 같더니만 철랑과 아관의 협공을 맞고 한방에 떡실신하며 추락하는 그의 모습은 허탈한 웃음조차 나오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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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더에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괴물의 등장이라던가, 천랑을 '신의 경지'로 올려주겠다며 자신은 장렬하게 산화하는 아표의 희생씬은 정말 생뚱맞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역작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시키는 미래사회의 시퀀스는 꽤 쓸만합니다만 이 역시도 영화의 괴작 포스에 묻혀서 그닥 빛을 발하진 못합니다.

그나마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홍콩영화 최초로 '돌비 디지털 서라운드 EX'라는 사운드 기술을 채용했다는 것. 이 덕분에 사운드 하나는 정말 빠방합니다. 또하나는 왜 나왔는지 모를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한 캐릭터지만 눈부신 미모를 발산하는 양영기의 므흣한 매력 정도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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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CG 의존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것도 보는 관점에 따라선 다르겠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오버하는 측면에 맞춰져 있어서 원표라든지 홍금보 형님의 왕년 모습을 기대하긴 좀 무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출시된 DVD 표지에서 주연처럼 떡하니 얼굴을 디밀고 있는 정이건은 전체 등장시간이 5분도 채 안되며, 그나마도 다크 형사(홍금보 분)가 부작용으로 뚱땡이가 되기 이전 모습이라는 아스트랄한 설정으로 등장하니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할 듯.

이렇게 해서 비디오 게임을 소재로 한 또 한편의 괴작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철권]이 비디오 게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남코측에서 영화 제작사에 소송을 걸었다고 합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역시 게임과 영화의 간극을 메꾸기가 그렇게도 힘든 것일까요.

P.S: [철권]의 실체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직접 확인해 보세요. 단돈 1천원이면 가능합니다. 그나저나 5분도 등장하지 않는 정이건을 주연급인것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는 국내제작사의 만행은 대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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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권]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tar East/ B.O.B. and Partner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철권 게임(ⓒ Namco LTD.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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