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인천 -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지상 최대의 괴작 (2부)

페니웨이™ 2008. 6. 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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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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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


애당초 [인천]에는 엑스트라로 등장할 1500명의 병사가 미국 국방성으로부터 무상으로 지원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천]이 통일교 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는 영화임에 밝혀지자 상황이 급변합니다. 미 국방성은 자신들이 제시했던 지원을 없었던일로 하자고 번복하게 되지요. 덕분에 애꿎은 대한민국 해병들이 엑스트라로 동원되어 죽도록 고생하고, 폭파 장면때 부상당해 포항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부지기수였다는 전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영화는 각종 악재가 겹치는 덕분에 난항을 겪게 됩니다.

먼저 상륙작전에서 중요한 시퀀스를 담당하게 될 등대가 태풍에 무너지는 일이 벌어져 애써 만든 등대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 MGM/UA Entertainment Company. All rights reserved.

영화속에 등장하는 팔미도 등대. 실제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ㅡㅡ;;
(이럴거면 뭐하러 세트를 만든건지.. 그냥 팔미도 등대에서 찍지..)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함대가 인천 앞바다에 상륙하는 장면에서 조감독이 배를 다른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바람에 이 장면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찍게 됩니다. 이 일로 인해 자그마치 200만 달러의 추가비용이 더 발생하게 되는데, 사실 이런 아마추어적인 실수는 이 정도 규모의 대작영화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고, 있을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 자체가 영화의 가장 핵심이 되는 하이라이트인데 이런 실수가 발생했다는 건 당시 촬영에 임했던 스탭들의 무성의가 어느정도였는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지요.

또한 마지막에 맥아더가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후 리무진으로 인천시에 입성해 군중들의 환호를 받는 장면은 무려 세차례나 다시 찍어야 했습니다. 처음 촬영에서 보여지는 군중의 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두번째 촬영에 무려 백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들여 재촬영을 합니다. 그러나 이 촬영분은 첫 번째로 촬영했던 리무진 씬과 도무지 조화가 되질 않았지요. 결국 세 번째로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스튜디오를 빌려 또 한번 촬영을 했는데 총 길이가 3분 남짓한 이 씨퀀스에 들어간 비용만 무려 3백만 달러가 넘게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제작진들이 [인천]을 만들면서 얼마나 돈을 물쓰듯 했는지 알 수 있는 한가지 일화가 있는데요, 당시 테렌스 영이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는 시퀀스를 찍으면서 서울시 측에 이렇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위해 다리 하나만 뽀갭시다. 내 나중에 영화 다 찍고 다리하나 새로 놔줄랑께~"
ㅡㅡ;;; (그게 다 어디서 나오는 돈이냐고!)



자, 상황이 이쯤되니 [인천]의 제작일수는 예상을 훨씬 초과하여 계속 지연됩니다. 이렇게 촬영기일이 넘어가자 로렌스 올리비에는 특별한 요구조건을 하게 되는데요, 초과되는 기간만큼의 추가금을 매주 현찰로 지급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그에게 추가로 지급되는 돈은 현찰이 가득 담긴 가방으로 헬기로 촬영장에 수송되어 지급하는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현찰박치기라면 언제라도 대환영이라능.. 잇힝~


결국 이렇게 완성된 [인천]에 소요된 제작기간은 총 5년. 제작비만 무려 4400만 달러가 투입되었는데, 사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기록일뿐 실은 1억 달러 이상이 들어갔을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M모씨의 사재가 대거 투입되었는데다가 엑스트라나 스탭에 지불된 돈의 상당부분이 현찰로 지급되었기 때문에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금액이 더 있을거란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4400만 달러만으로도 엄청난 액수인데, 일례로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라는 대형 영화사를 '원샷 원킬'로 보내 버린 [천국의 문]의 제작비가 약 4000만 달러였다는걸 감안하면 대충 감이 오실겁니다.

ⓒ Partisan Productions./United Artist. All rights reserved.

헐리우드 최대의 재앙으로 알려진 [천국의 문]. 실상 [인천]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인천]에는 무려 250명의 기술자들과 3000명의 배우(엑스트라 포함), 18대의 탱크가 동원된 최대규모의 전쟁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 과연 이 작품이 당시의 전형적인 대작영화처럼 호화캐스팅과 유명감독에 물량공세를 퍼부은 만큼 대단한 작품이 되었을까요?

다행히 [인천]은 칸느 영화제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등 처음에는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인천]에게있어 유일한 기쁨의 순간이자 영원한 악몽으로 돌변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작자인 M모씨는 칸느에서의 시사회 직전, 이 작품에 한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고 밝혔고 그 개선점은 바로 오프닝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특별자문(Special Advisor)" 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로 또다시 30만 달러의 추가비용이 발생했지만, 그 덕분에 [인천]이 그 유명한(?) 통일교 재단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 MGM/UA Entertainment Company. All rights reserved.

특별자문으로 버젓이 크래딧에 이름이 올라간 M모씨.


결국 140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칸느에서 평론가들의 집중 포화를 맞으며 개망신을 당하고 맙니다. 다급해진 제작사에서는 대책을 강구합니다. 삭제에 삭제를 거듭한 영화의 최종버전은 105분. (실은 연이은 혹평에 출연 배우들이 자신의 출연 분량을 삭제하고 크래딧에서도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ㅡㅡ;; ) 그러나 이렇게 뼈를 깍는 자충수에도 불구하고 미국내의 개봉 결과는 마찬가지였죠.  당시 평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당시 대다수의 평단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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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상 최악의 영화다.... 마치 고질라 사이즈의 실패작이랄까!' - 뉴스위크, Jack Kroll

'[인천]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값비싼 B급 영화다' - 뉴욕타임즈. Vincent Canby


이 영화로 총 165만 달러의 출연료를 챙긴 재클린 비셋은 유명한 토크쇼인 '데이빗 레터맨 쇼'에 출연해 말하길 '난 이 영화를 보지도 않았고, 돈만 아니었으면 출연도 안했을거에욧!'이라며 [인천]에 대한 악평을 서슴없이 하기까지 합니다. (공식적으로는) 44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고작 500만 달러. 이건 흥행실패라는 말도 모자라 완전히 쫄딱 망한 수준의 흥행성적이었습니다.

이쯤되면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이정도란 말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길만도 한데요, 설상가상으로 오늘날은 [인천]이 실제로 존재했던 영화인지조차 확인하기도 정말 힘들다는 겁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작품을 꼽으라면 바로 [인천]이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일 겁니다.

그만큼 [인천]은 DVD나 비디오를 비롯해 어떤 미디어 형태로도 (정식으로) 상품화되지 않았으며 그나마 오늘날 이 작품이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건 가끔 이베이 등지에서 보이는 [인천]OST LP와 인터넷에 떠다니는 포스터 정도입니다. 지금으로 봐선 판권을 가진 MGM이 오리지널 네가필름을 보관하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봐야겠지요. (한국의 영상자료원에는 어떠한 관련 자료도 없습니다)

ⓒ Intrada. All rights reserved.

그나마 유일하게 정식 상품화 된 [인천]의 OST


괴작열전을 진행하는 필자에게 있어서 [인천]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은 인디아나 존스가 모세의 성궤를 찾는 일보다도 더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다가 [인천]의 비디오 더빙본을 가진 분을 만났으나 알고보니 미국에 살고 계신 분이었다든지, 간신히 구한 비디오 테잎을 틀어보니 앞에는 인천의 오프닝이 잘 나오다가 한 3분쯤 있으니 '제 5공화국'이 덧씌워져 녹화되어 있다든지..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는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정말 뜻밖에도 [인천]을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 입수한 [인천]은 105분짜리 미국 극장용 삭제버전이 아니라 140분짜리 오리지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의 '완전체'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염통이 쫄깃해지는 경험을 이제 3부에서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 계속 -



* [인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MGM/UA Entertainment Company.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인천 OST (ⓒ Intrada. All rights reserved.), 천국의 문 (ⓒ Partisan Productions./United Artist. All rights reserved.), 인도교 사진(ⓒ ohmynews. All rights reserved.), 팔미도우표(ⓒ 우정사업본부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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