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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 - 아다치 미츠루의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페니웨이™ 2008. 10. 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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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마다의 인생을 한장의 그림으로 생각할 때 대충 그린 스케치로 명화가 나올 수는 없겠지. 거칠어도 괜찮다. 다소 조잡해도 돼 하지만 벌써부터 조그맣게 얼렁뚱땅 그릴 생각은 마라. 스케치를 반복해라. 미완성! 바로 그게 너희들의 무기다. -


한 소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늘 해오던 수영부로 입단한다. 수영장에서 마주친 한명의 소녀. 그녀는 소년에게 '살인자!'라는 황당한 말을 내뱉고 총총히 사라져간다. 이제 갓 어린티를 벗은 소년이 입학하자마자 살인자라는 심한 말을 들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러프]의 초반부는 매우 흥미로운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시작된다.

[H2], [터치] 등 걸작으로 불리는 스포츠 만화의 대가 아다치 미츠루의 [러프]는 수영을 하는 젊은이들의 성장기를 다룬 만화다. 물론 기존의 작품들이 스포츠 만화의 탈을 쓴 '염장 연애물'이란 얘기를 들었던 것처럼 [러프] 역시 미츠루 작가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작품이긴 하다. 미츠루는 이번에 수영이라는 소재에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해피하게 접목시켜 놓았다.

ⓒ 小学館/安達 充. All rights reserved.



아다치 미츠루의 장점은 스포츠 경기 나름대로의 긴장감을 잘 살리면서도 주인공들의 연애담을 끈적거리지 않게 잘 버무린다는 점이다. [러프]역시 주인공 케이스케와 아미의 오묘한 애증관계를 또래 청소년들의 감정선에 맞게 부담없는 터치로 그리고 있다. 다른 여타의 로맨스물이 쉽게 간과하는 오류, 즉 지나치게 복잡한 심리묘사로 이것이 과연 고딩들의 연애담인지 인생 4,50년은 살아온 중년의 로맨스인지 알 수 없는 오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다치 미츠루가 수십년간 만화계의 신화로 군림해 온 비결이랄까.

[러프]에서도 삼각관계가 양념처럼 들어가 있지만 이것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아다치 미츠루의 쿨한 캐릭터 설정이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차스런 캐릭터 없이 깔끔하게 포기하고 경쟁을 허용하는 이들의 행동은 얼핏 보기엔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일런지는 몰라도 젊음이라는 축복이 주는 한순간의 추억이라는 이름하에 아름답게 묘사된다.

ⓒ 小学館/安達 充.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너스레도 여전하다. 느닷없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야구시합 장면에서는 [H2]나 [터치]를 의식해서인지 '이것은 수영만화입니다'라고 애써 강조하질 않나, 깜박해서 설정을 바꿔 버려놓고 이전의 오류는 잊어달라느니 하는 재치가 돋보인다.

ⓒ 小学館/安達 充

같은 스포츠 만화지만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슬램덩크]에서 처럼 폭발적인 감정의 과잉은 전혀 사용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러프]는 절제와 생략의 법칙이 두드러진다.

전체적인 내용은 연결되어 있지만 한 에피소드의 내용이 무척 짧고, 꼭 필요한 내용만을 담은채 과감하게 이야기를 종결시킴으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여운의 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12권의 비교적 짧은 분량임에도 결말에 있어서 눈물나게 달콤한 암시만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도 [러프]의 생략법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비록 [H2], [터치] 보다는 분량이 짧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긴 하지만 드라마의 구성만큼은 아다치 미츠루 작품중 최고라는 극찬을 들은 만큼 이 작품의 완성도는 대단히 높다. 이젠 고전의 반열에 들어갈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역시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그 감동을 간직하는 법. 아직도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여름이 지나가기 전해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P.S:

ⓒ ラフ 製作委員会/東宝 . All rights reserved.


2006년에는 실사판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으며 나가사와 마사미가 실사판 [터치]에 이어 주인공을 맡았다.





* [러프]의 모든 일러스트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小学館/安達 充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아울러 [러프] 의 국내 판권은 ⓒ 대원씨아이(주)에 있습니다. 정식 발매판을 이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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